[비즈니스포스트] 인공지능(AI), 동해유전, 식품, 화장품 등 테마주가 최근 국내증시의 대세로 떠오르면서 연초와 비교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잠잠해지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정부 정책과 국회 움직임에 따라 다시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큰 만큼 밸류업 테마에 지속적 관심을 지닐 필요가 있다고 바라본다.
 
테마주 장세에 관심 식은 밸류업 종목, 증권가 7월 12월 주목 장담하는 이유

▲ 올해 7월 정부의 ISA 세제 개편안 발표를 기점으로 밸류업 테마가 다시 뜨거워질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8일 증권업계 보고서를 종합하면 올해 7월과 12월에 밸류업 관련 종목의 주가가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나온다.

밸류업이란 국내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크게 △소액주주에 대한 기업의 주주환원 강화 촉구 △세제 개편을 통한 개인투자자 자금의 증시 유도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기업의 주주환원 강화와 관련해선 올해 초 정부가 다양한 방안들을 내놓았다. 이에 주주환원 강화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받는 자동차, 금융주 등을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밸류업 테마 장세가 한 차례 불었다.

다만 이후 밸류업 테마는 식품, 화장품, 동해유전 등 다른 테마에 주도권을 내주면서 시장의 관심에서 한 층 멀어졌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선 하반기 다시 밸류업 테마가 불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22대 국회에서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세제 개편안의 통과 가능성이 높은 점이 주요 근거로 꼽힌다.

7월 말~8월 초에 기획재정부가 발표할 예정인 2025년도 세법 개정안은 새로운 밸류업 테마의 첫 번째 원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내용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세제 혜택 강화가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21대 국회에서 정부는 ISA의 납입 한도를 연간 2천만 원(총 1억 원)에서 4천만 원(총 2억 원)으로 늘리고 수익에 대한 비과세한도를 연간 2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21대 국회 폐원으로 폐기되면서 공은 22대 국회로 넘어갔다.

현재 여야가 상임위를 두고 대치하는 상황이지만 증시부양을 위한 대의에는 공히 동의하고 있어 국회에서 논의만 이뤄진다면 ISA 세제 개편안은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일례로 민주당은 ISA 납입한도 상한에 관해 정부안보다 낮은 연 3천만 원을 주장하고 있으나 비과세한도에 있어서는 전액 비과세를 주장하는 등 더욱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옆나라 일본도 NISA(일본판 ISA) 개편을 통해 성공적 증시부양을 이끈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올해 초 기존 NISA에서 세제 혜택을 대폭 강화한 신NISA 제도를 시행했다. 그 결과 일본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3월 신NISA 신규 계좌 개설 건수는 1년 전보다 3.2배 증가했으며 투자액도 2.9배 증가했다.

이 투자액의 47%가 일본형 주식에 흘러들어가면서 일본 기업들의 밸류에이션(가치 수준)을 크게 높이기도 했다.
 
테마주 장세에 관심 식은 밸류업 종목, 증권가 7월 12월 주목 장담하는 이유

▲ 일본에서는 올해 들어 시행된 신NISA 제도로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 빠르게 유입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 77 BANK >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야당도 ISA 계좌 납입한도를 상향하고 수익에 대해 전액 비과세해 세제 혜택을 주자는 입장이다”며 “여야 모두 한도 증액과 투자 대상 확대 등 ISA 세제 혜택 강화를 공약했으므로 해당 법안은 새 국회에서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7월 발표하는 세제 개편안은 12월에 이르러 국회의 검증과 통과를 거치게 된다. 12월에 다시 한 차례 새 밸류업 테마가 불어올 가능성이 있는 이유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재부가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는 7~8월과 이 법안의 국회 통과가 예상되는 11~12월쯤 밸류업 추동력이 재차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밸류업 테마가 다시 불 때 주목할 만한 업종 및 종목과 관련해 증권가는 기존 밸류업 테마와 유사하게 접근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업종 가운데 중장기적 최선호 업종은 금융과 자동차”라며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아 주주환원이 용이한 클래시스와 휴젤도 관심을 둘 만하다”고 말했다.

관심은 잠잠해졌지만 밸류업 테마와 관련한 긍정적 주가 흐름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가 4.09% 오르는 동안 트러스톤주주가치액티브(13.06%), BNK주주가치액티브(9.38%) 등 주주가치 강화를 테마로 삼는 상장지수펀드(ETF)는 더욱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지난 11일엔 HANARO주주가치성장코리아액티브가 신규상장하기도 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