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퓨처엠 음극재 원료 탈중국 서둘러, 유병옥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 유병옥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이 국내 유일의 리튬이온배터리 음극재 제조사로서 회사의 사업역량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지만 중국기업과 경쟁은 여전히 만만치 않은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유일의 리튬이온배터리용 음극재 제조사인 포스코퓨처엠의 유병옥 대표이사 사장이 '탈중국'을 본격 추진한다. 

현재 배터리용 음극재 제조에 필요한 원료를 대부분 중국에서 조달하고 있는데, 최근 미국·유럽과 중국 간 관세 전쟁에 불이 붙으면서 다시 공급망이 불안해질 수 있어 소재 공급망 독립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24일 배터리 소재 업계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과 유럽, 중국 사이 글로벌 무역전쟁이 가열되면서 국내 배터리 소재 가치사슬(밸류체인)에서 가장 취약한 음극재 공급망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음극재는 배터리를 충전할 때 리튬이온을 저장하는 역할을 하는 소재로 2차전지의 충전 속도와 수명을 결정한다. 

국내 기업들이 양극재나 동박, 전해질 둥 다른 배터리 소재에서는 세계 시장에서 일정 부분 입지를 다져놓은 것과 달리 음극재에서는 여전히 중국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압도적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음극재 시장에서 중국기업의 출하량 비율은 지난해 92.6%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과 일본 등 비중국 기업들의 몫은 7.4%에 불과하다. 

중국과 비중국 기업 사이 격차는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SNE리서치는 올해 중국기업은 92.7%, 비중국 기업은 7.3%의 출하량 비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더구나 상위 10위권 업체들 가운데 1~9위는 모두 중국기업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1~3위 기업의 출하량 비율은 4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퓨처엠은 10위, 일본 레조낙(옛 쇼와덴코), 미쓰비시화학 등은 각각 11, 12위다. 

세계 음극재 시장에서 중국 기업 영향력은 비단 출하량 점유율이 높은 데 그치지 않는다. 중국은 음극재 원료인 흑연 공급망에서도 영향력이 막강하다. 국내 수입되는 흑연 가운데 중국 비중은 90%가 넘는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흑연 수출을 통제한다는 지침을 발표했을 때, 음극재를 제조하는 포스코퓨처엠뿐 아니라 배터리 셀 제조사들까지 비상이 걸렸다. 

물론 중국 정부가 국내 기업들을 향한 흑연 수출을 실질적으로 제한하지는 않은 데다, 미국 정부도 중국산 흑연 소재를 사용한 배터리 소재 제품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규제 시행 시기를 늦추기로 하면서 국내 관련 기업들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는 음극재 분야세서만큼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게 어렵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거론된다. 

포스코퓨처엠은 음극재 사업을 확대하면서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원료 조달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천연흑연계 음극재 출하량을 확대하며, 올해 1분기 음극재 사업에서 영업이익률을 7%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퓨처엠 음극재 원료 탈중국 서둘러, 유병옥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 유병옥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


3월에는 호주 광산업체로부터 아프리카산 천연흑연을 대량 공급받는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또 인조흑연 음극재, 실리콘 음극재, 리튬메탈 음극재 등 중국산 원료 의존도가 낮은 음극재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채비도 하고 있다. 

특히 인조흑연 음극재는 올해부터 연산 1만8천 톤의 생산체제를 완비하고, 상업가동을 본격화한 뒤 계속해서 늘려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능력은 2025년에는 배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사장이 음극재 사업을 반석 위에 올리는 데까지는 갈 길이 험난해 보인다.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구간)을 벗어날 기미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업체와 시장에서 경쟁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가동하는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은 당분간 적자를 면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 가동 이후 수율 정상화까지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도 불가피하다. 

이용욱 한화증권 연구원은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 초기 가동비용이 반영되며 음극재 부문은 올해 2분기 적자전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인조흑연 음극재 부문은 올해 연간 약 200억 원대 적자가 예상되며, 내년까지도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유 사장은 과거 포스코홀딩스에서 배터리소재 분야 생산능력과 공급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여왔던 만큼, 포스코퓨처엠의 사령탑으로서 이런 경영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룹 차원에서도 지원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21일 세종시 포스코퓨처엠 사업장을 방문해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전기차는 꼭 가야하는 방향으로 그룹 차원에서 투자 축소는 없을 것"이라며 "특히 이차전지소재분야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도록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