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HBM 패권경쟁 뛰어든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독점지위 안심 못해

▲ 중국 반도체 기업도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나서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독점적 지위도 안심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메모리반도체기업 YMTC(양쯔메모리)와 CXMT(창신메모리)가 고대역폭메모리(HBM) 패권 경쟁에 뛰어들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독점적 지위를 위협할 전망이다.

다만 HBM 기술격차가 10년 정도 벌어져 있는 만큼,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 직접 경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6일 대만 IT매체 테크뉴스에 따르면 중국 낸드플래시 기업 YMTC가 지분 68.19%를 보유하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XMC는 최근 중국 후베이 증권감독관리국에 기업공개(IPO)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XMC는 3월에도 외부자금 조달 1라운드를 진행하며 자본금을 57억8200만 위안(약 1조 원)에서 84억7900만 위안(약 1조6천억 원)으로 늘렸다.

이처럼 자금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는 HBM 생산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XMC는 올해 2월 HBM(고대역폭 메모리) 관련 첨단 패키징 기술 연구개발과 생산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공장이 완공되면 12인치 HBM 웨이퍼를 한 달에 3천 개 이상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측은 “XMC 움직임은 중국 최초의 HBM 파운드리가 되겠다는 야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D램 기업 CXMT도 최근 반도체 패키징 기업인 ‘TFME’와 손잡고 HBM을 시험 생산, 샘플을 고객사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2개의 중국 반도체 제조사가 인공지능(AI) 칩셋에 사용되는 HBM을 생산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며 “HBM으로의 기술 진전은 중국에 고급 반도체 수입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외국 공급업체의 의존도를 줄이려는 중국의 노력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중국도 HBM 패권경쟁 뛰어든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독점지위 안심 못해

▲ 중국 허페이에 위치한 CXMT 반도체 공장. < CXMT >

현재 중국 기업들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장비 중국 수출 제재로, 네덜란드 ASML로부터 초미세공정 반도체 제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장비를 수입하는 것이 원천 차단된 상태다. 하지만 아직까지 HBM 생산에는 EUV와 같은 첨단 노광 장비가 필수적이지 않다.

만약 중국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HBM을 본격 양산한다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독점적 지위도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합산 점유율은 95%에 육박한다.

게다가 현재 HBM 가격은 각 세대에 따라 기존 D램보다 2~5배 비싼 것으로 추정되는데, 중국 업체들의 양산으로 공급과잉이 발생한다면 향후 HBM에서도 ‘치킨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중국기업들이 국내 반도체기업과 기술력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처음으로 HBM 개발에 뛰어들어, HBM을 생산한지 10년이 지났다. 반면 중국 업체들은 이제야 막 HBM 개발에 나선 상황으로,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10년 이상의 기술격차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중국 화웨이는 2026년까지 HBM2(2세대)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진 반면, SK하이닉스는 2025년 HBM4, 2026년 HBM4E(7세대) 개발을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5세대라는 큰 기술 격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다만 중국 내에서는 자체적으로 생산한 HBM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IT매체 더레지스터는 “중국 기업이 생산하는 HBM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생산한 제품만큼 성능이 뛰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수출 통제로 인해 다른 곳에서 HBM을 얻을 수 없는 중국 업체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