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남4구역은 뜨거운 수주경쟁 한남5구역은 유찰 걱정, 온도차 배경은

▲ 서울시 용산구 보광동, 한남동, 이태원동, 동빙고동 일대 한남뉴타운 개발 조감도. <서울시>

[비즈니스포스트] 강북 정비사업 최대어 한남뉴타운에 대형건설사들이 깃발을 꼽기 위해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재개발구역에서 해제된 한남1구역을 제외하고 올해 한남4·5구역 시공사 선정이 가시화하면서 정비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다만 4구역은 3개 사가 몰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됐지만 5구역은 유찰 가능성이 떠올라 조합이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4일 도시정비업계 안팎에 따르면 한남5구역 재개발 조합은 3.3㎡당 공사비를 916만 원으로 잠정 결정하고 5월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이 책정한 공사비에 따르면 총공사비는 1조7584억 원으로 추정된다. 앞서 3월26일 열린 간담회에는 입찰참가가 유력한 DL이앤씨를 포함해 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대형건설사가 대거 참여했다. 

이 사업은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18만3707㎡ 부지를 지하 6층~지상 23층, 56개 동, 2592세대로 짓는 것이다. 한남뉴타운 내 다른 구역이 대부분 언덕 지형인 것과 달리 평지인 데다 한강과 맞붙어 한강 조망 세대가 많이 나와 건설사의 수주 관심이 높다.

다만 최근 분위기 변화가 감지된다. DL이앤씨가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펼치면서 다른 건설사들이 진입하기가 쉽지 않아 한남4구역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까닭이다. 

DL이앤씨는 지난해 6월 과천주공10단지 입찰을 포기했다. 당시 삼성물산과 맞대결이 예고됐지만 내부논의 끝에 사업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이 높고 입지가 좋은 정비사업장은 정비사업 초기 단계부터 건설사들의 홍보활동이 진행된다”며 “특히 반드시 사업을 수주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경우 본입찰 전에 사실상 결과가 나온 것으로 판단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사비 상승으로 건설사들이 선별수주에 나서는 것도 있지만 특정 건설사가 선점한 사업장의 판세를 뒤집기 어렵다고 판단하면 경쟁수주가 성립하지 않아 유찰되는 사례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에 5구역 재개발 조합은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수주를 통해 좋은 조건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5구역 재개발 조합은 ‘모든 건설사의 입찰 참여를 희망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최근에는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에 ‘시공사 선정 입찰 참여 요청서’를 전달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경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GS건설은 여의도 재건축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한남뉴타운에 힘을 뺀 것으로 알려졌고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도 검토는 하고 있지만 적극적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남뉴타운은 강북 대표 핵심지이자 한강변 대단지인 만큼 대형 건설사들은 사업지 가운데 한 곳에는 반드시 브랜드를 걸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곳이다. 시공사 선정을 끝낸 한남2구역은 대우건설이, 한남3구역은 현대건설이 가져갔다. 
 
서울 한남4구역은 뜨거운 수주경쟁 한남5구역은 유찰 걱정, 온도차 배경은

▲ 한남뉴타운 위치도. <서울시>


DL이앤씨가 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입지를 다지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남은 한남4구역에 대형건설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3파전이 펼쳐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남4구역은 용산구 보광동 360 일대 16만2030㎡ 규모로 지하 4층~지상 23층 높이 아파트 2167세대 단지로 재개발된다. ‘황제뉴타운’이라고 불리는 한남뉴타운 중에서도 사업성이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합원 수가 1160여 명 수준으로 한남뉴타운의 다른 구역들보다 적고 5구역과 마찬가지로 한강 조망 세대가 많이 나와 사업성이 우수한 것으로 여겨진다.

3.3㎡당 공사비도 5구역과 비슷한 수준으로 결정될 것이라는 도시정비업계 관측이 나온다. 3.3㎡당 916만 원으로 가정하면 연면적을 고려한 총공사비는 1조5천억 원 수준에 이른다. 

도시정비 수주전에서 3파전은 이례적이다. 이번에 세 건설사가 경쟁수주를 벌이게 되면 2020년 6월 현대건설이 대림산업(현 DL이앤씨), GS건설과 3파전 끝에 사업을 따낸 한남3구역 재개발 수주전 이후 4년 여만에 3파전이 벌어지게 된다.

현대건설은 한남뉴타운에 2곳을 수주해 디에이치 대표 단지를 세우려 하는 것으로 읽힌다. 한남4구역은 맞닿아 있는 3구역과 구릉지 단차 및 경사를 맞출 필요가 있어 한 번에 해결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4구역은 침수사태를 자주 겪는 만큼 장문로 일대 지반고를 높이기 위해 3구역과 협의가 필수적이다. 3구역 시공권을 확보한 현대건설은 이를 강조할 공산이 커 보인다.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는 이웃한 구역을 연계 수주하는 현대건설 전략의 약점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들은 이웃한 지역에서 연속으로 정비사업 수주에 나서지 않는다. 먼저 수주한 곳의 사업조건이 비교대상이 돼 수주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거나 반대로 먼저 수주한 곳의 조합에서 불만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3구역 이주가 진행되고 착공을 앞두고 있어 직접 비교는 어려울 수 있지만 현대건설이 4구역 조합원에게 내거는 조건을 3구역 조합이 주시할 수밖에 없다. 

한편 한남뉴타운에서 유일하게 정비구역 지정이 해제된 1구역은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2년 신속통합기획으로 사업방식을 바꿔 추진하고 있지만 지난 3월28일 진행된 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 선정위원회에서 대상지로 뽑히지 못했다. 2020년 9월 공공재개발 사업 공모에 나섰지만 후보지에 들지 못했고 이후 2022년에도 신통기획 후보지로 선정되지 못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