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추진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도 동참하는 모양새다.

이에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증권업종 주가가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높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큰손’ 국민연금 밸류업 시동에 증권주 온기, 배당 확대 기대 NH투자증권 주목

▲ 밸류업 프로그램 이후 증권업종이 주목받으며 주가가 많이 올랐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예고한 1월24일부터 이날까지 KRX 증권지수는 25%가량 상승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상장사에 PBR 제고를 요구해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PBR 개선에는 주주환원 강화가 특히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주환원 강화를 위해선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실시해야 한다. 

증권업종은 전통적 ‘저 PBR’ 업종으로 꼽혀 왔는데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주환원이 강화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주가가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한국 밸류업 프로그램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도 증권주 주가 상승에 힘을 보탰다.

1월24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투자자는 한국금융지주 182억 원어치, NH투자증권 392억 원어치, 삼성증권 135억 원어치, 키움증권 130억 원어치 등을 순매수했다.

여기에 국민연금 수급이라는 새로운 호재를 향한 기대감도 일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는 주주환원 강화의 모범 기업들을 묶어 ‘밸류업 지수’를 개발하는 것이다. 밸류업 지수는 한국거래소가 개발하는데 국민연금이 여기에 자문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밸류업 지수 개발이 완료되면 국민연금이 실제 이를 벤치마크지수로 활용해 자산을 운용할 것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주주환원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증권업종 가운데 국민연금 지분율이 높은 종목의 주가가 최근 추가적 탄력을 받은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대형 증권사 가운데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키움증권(11.52%), 한국금융지주(8.71%), 삼성증권(8.42%), NH투자증권(6.23%), 미래에셋증권(5.01%) 순으로 높다.

전날 증권주 주가도 키움증권(5.5%)과 한국금융지주(3.7%), NH투자증권(1.8%), 삼성증권(1.0%) 등 이와 비슷한 순서로 상승마감했다.
 
‘큰손’ 국민연금 밸류업 시동에 증권주 온기, 배당 확대 기대 NH투자증권 주목

▲ 금융투자업계 '큰 손'인 국민연금은 향후 밸류업 우수 종목에 주목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운용자금 중 최대 11조 원가량을 밸류업 우수 종목에 투입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4일 금융업종 주가가 전체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래에셋증권 주가는 전날과 이날 각각 0.22%, 3.78% 하락마감하면서 홀로 약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에도 점차 국민연금발 온기가 스며들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가운데 최근 흐름만 놓고 보면 주주환원에 가장 적극적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22일 향후 3년 동안의 주주환원정책을 의결했다. 주주환원성향 목표치를 순이익의 35% 이상으로 높이고 업계 최초로 자사주 소각 물량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등 이전보다 더욱 강화한 주주환원책을 들고 나왔다.

또 올해 총 898억 원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배당기준일(3월29일)이 다가올수록 국민연금발 수급 모멘텀이 더해지며 기대감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김재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입되는 시점과 맞물려 미래에셋증권의 이번 주주환원계획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이전보다 클 것이다”며 “올해 실적 회복을 기반으로 한 자기자본순이익률(ROE) 상승과 시장의 관심 속 주주환원확대를 통한 지속가능한 밸류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NH투자증권도 6일 결산 배당기준일을 발표한다. NH투자증권은 최근 5개 동안 배당성향이 20% 수준으로 업계 평균(30%)에 미치지 못했다. 

정영채 대표이사 사장이 물러나기로 해 새 대표를 맞이하는 상황, 국민연금의 수급을 받기 위해 주주환원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의 배당금이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