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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중대재해처벌법에 '사장님은 혼란', 정부 유예기간 2년간 뭐 했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1-29 1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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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중대재해처벌법에 '사장님은 혼란', 정부 유예기간 2년간 뭐 했나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대비 긴급 전국 기관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사장님들 다 잠재적 형사처벌 대상이네요.” “중대재해법 시행, 이래가지고 사업해야 할까요?”

소상공인들이 혼란에 빠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되면서 혹여 종업원들에게 사고가 나면 사장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기정사실처럼 돌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놓고 정치권을 향한 비난이 상당하다. 게시글 제목만 봐도 ‘주방 이모가 실수로 미끄러지면 사장님이 감방 가요’와 같은 자극적 내용이 많다.

사실 이런 공포심은 기우에 불과하다. 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라인에 도는 얘기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도 최근 법 시행과 관련해 “지하 주차장 바닥 물청소 작업을 하다가 고정된 시설물에 걸려 넘어지는 것과 같이 사업주가 재해자 사망의 결과를 예견할 수 없었던 경우라면 고의·예견 가능성 및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고 처벌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업주가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제반 의무만 이행했다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더라고 결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입장이다.

예컨대 직원들로부터 어떤 시설이나 장소가 위험하다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던 점주가 평소에 이와 관련한 안전 대책을 세워놨더라면 비록 사고가 난다고 해도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관계를 바로잡고 오해를 풀어줘야 할 언론은 오히려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붓는다.

최근 한 매체는 “고기를 썰다가 손을 다쳐 상처가 깊으면 자신이 구속될 수도 있다는데 그럼 곧장 폐업하라는 얘기가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서울 한 축산시장의 점주 목소리를 담아 기사를 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들에게는 곧 ‘날벼락’이라고 표현했다.

고용노동부가 ‘그럴 일 없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해도 이미 뿔이 날 만큼 난 소상공인들에게는 정부의 목소리가 닿지 않는다.

이들의 속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어쨌든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법이 애초 소속 노동자들의 중대재해와 관련해 사업주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 법이기 때문이다.

‘사고 나면 사장 처벌’이라는 인식이 이미 퍼져버린 상황에서 정부의 모든 해명은 모두 무게를 잃고 있다.

이쯤 되면 현장의 혼란이 누구 탓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것은 2022년 1월27일부터다. 법을 모든 사업장에서 일괄 시행하면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할 까봐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유예 기간을 2년이나 뒀다.

유예 기간이 있었다는 얘기는 그 동안 정책을 홍보할 만한 기간을 충분하게 줬다는 뜻이다. 2년이면 현장의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정부는 야당 탓만 하고 있다. 유예 기간을 2년 더 달라는 내용의 법 개정안만 지난해 9월 슬쩍 내놓고 국회에서 통과가 안 되니 이제 와 남 탓 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의 말이다.

그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개정안과 관련한 브리핑을 통해 “안타깝게도 현장은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며 “제가 직접 현장에 다녀보니 법에서 요구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은커녕 자신이 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는지조차 알지 못하였다는 중소업체 대표님들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런 말을 하는 자리가 결코 아니라고 믿는다.

기존 법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할지라도 우선 법 도입 취지를 살려 현장을 설득하고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방안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이제 와서 ‘현장은 준비가 안 됐다’는 말은 너무 무책임한 대목이다.

“중대 뭐라고요?” 할 정도로 현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이름조차 몰랐다는데 고용노동부가 과연 이 법의 온전한 시행과 혹시 모를 중소상공인의 억울함 방지를 위해 현장에서 땀나게 뛰어다녔는지 물어볼 일이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현장의 논란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또 하나 있다.

정부는 앞으로 ‘사고가 나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공포심을 해소하기 위해 구체적 예시로 중소상공인들의 놀란 마음을 덮어야만 한다.

중소상공인들과 같은 서비스업에서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의 건수가 크지 않다는 것을 논외로 하더라도 혹여나 하는 마음에 가장 놀라는 것이 바로 이웃 가게 사장님들이다.
 
이들에게 ‘평소 안전조치만 잘 해두시면 맘 편히 장사해도 되신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곧 고용노동부의 일일 것이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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