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AI(인공지능)와 디지털, 로봇 등 첨단기술이 더해진 혁신이 건설산업을 변화시킬 것이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IT 전시회 CES 2024 기조연설에서 HD현대의 AI 기반 무인 현장관리 플랫폼 'X-와이즈'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AI가 건설산업 변화시킨다", 건설업계 기술개발과 현장 도입 활발히 진행

▲ HD현대 정기선 부회장이 10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CES2024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HD현대 >


건설업계 안팎에선 AI가 업계 판도를 크게 뒤흔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기업·정부 차원에서 앞다퉈 AI 기술 개발과 도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다수의 국내 건설 기업들이 설계·시공·유지관리 전반에 걸쳐 이미 AI 기술을 도입했거나 적극적으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AI를 적용해 건설 현장의 품질·안전관리 무인화를 시도하고 있는 현대건설이 대표적이다.

현대건설은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건설현장에 도입했다. 스팟은 험한 길이 많은 현장에서 이동하기 힘든 계단과 좁은 공간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사각지대도 무리 없이 이동한다. 

현대건설은 자체 개발한 현장 사진 촬영·센서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 등 데이터 수집 기술을 스팟에 탑재하고 2022년부터 주택·터널 등 다양한 건설현장에서의 실증을 수행해 왔다. 이를 통해 현장 상황을 사무실에서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DL이앤씨는 지하주차장 설계안을 자동 생성하는 AI 설계기술을 개발해 사람이 담당하던 지하주차장 설계를 AI가 대신하게 했다.

AI 활용으로 아파트 단지 환경에 최적화된 설계안을 균일한 품질수준으로 손쉽게 도출해 기존보다 주차 가능 대수를 평균 5% 이상 확대했다.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골조 사용 비율도 17% 이상 높여 시공 품질을 향상시켰다. DL이앤씨는 이 기술을 2021년 개발해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포스코이앤씨도 AI를 적극 도입하며 스마트건설 현장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23일에는 아파트 외벽의 정보를 확인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AI 드론 ‘포스-비전(POS-VISION)’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2023년 6월 AI 알고리즘 융합모델인 ‘지역별 부동산 시장 분석 모델’과 ‘공동주택 철근소요량 예측모델’을 자체 개발해 한국표준협회로부터 국제표준에 근거한 ‘AI+’ 품질 인증을 받았다. 

‘지역별 부동산 시장 분석’ AI모델은 매매가·매매수급동향 등 지표를 데이터화해 시장현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해당 지역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인자를 도출할 수 있는 모델이다. ‘공동주택 철근소요량 예측’ 모델은 포스코이앤씨가 과거 시공한 공동주택의 유형별 철근사용량을 분석해 신규 건설에 쓰일 철근 양을 산출하는 모델이다.

롯데건설은 10일 AI 전담조직인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TFT’를 구성해 AI 기술 도입에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AI 업무자동화 △스마트AI기술 확보 △신사업 AI서비스 확대 등을 추진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2023년 12월에는 AI 기반 지능형 영상분석 솔루션 개발기업인 비젼인과 ‘건설분야 AI 기술 개발 업무협약’을 맺었다. 건설현장 특화 AI 기술을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해 건설현장 안전관리, 작업 효율성 향상, 비용절감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업들이 AI 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정부도 스마트건설 기술 확보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함께 추진한 ‘스마트건설 얼라이언스’가 2023년 7월 정식 출범했다. 스마트건설 얼라이언스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지원한다’는 방향 아래 스마트건설 생태계를 이루는 대·중소·벤처기업이 운영을 주도하고 학계・연구원 및 정부 공공기관이 지원하는 협의체다.

얼라이언스는 건설 업계에서 주요하게 활용될 6개 핵심 기술의 확산 방안을 주로 논의한다. 6개 핵심 기술인 BIM, OSC, 건설자동화, 디지털센싱, 스마트안전, 빅데이터·플랫폼에 대한 기술위원회도 운영하고 있다.

2023년 11월 열린 스마트건설 얼라이언스 첫 총회 1부 기조연설에서 조상우 DPR아시아 총괄대표는 AI 등 스마트건설 기술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조 총괄대표는 “스마트건설을 통해 공사비 5~30%, 공기단축 5~12%가 가능하다”며 “특히 인공지능(AI) 도입을 통해 실시간으로 계획을 반영해 발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 및 정부 차원에서의 AI 기술 확산 노력에 발 맞춰 AI 건설기술 기초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미래스마트건설연구본부는 2023년 7월 건축물 유지·관리 분야 AI 기술 개발 관련 논문과 보고서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2016년부터 2021년의 33개 문헌을 수집해 41개의 AI 적용사례를 분석한 것이다.

원지선 수석연구원에 따르면 AI 기술이 건설 산업에 활용되는 유형에는 건축물을 유지·관리하는 업무에 직접 활용하는 유형과 학습용 데이터를 수집·가공하는 단계에서 활용하는 유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 유지·관리 업무에 AI를 직접 활용하는 연구 영역은 △점검진단 △보수보강 △상시계측 △노후도 예측 네 가지로 구분됐다. 비중은 점검진단(62%),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17%), 상시계측(7%), 보수보강(7%), 노후도 예측(5%) 순으로 많았다.

AI 활용 연구가 가장 활발한 점검진단 영역을 자세히 살펴보면 건축물에서 AI 적용은 균열 감지 등 손상탐지에 관련된 연구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 연구원은 지자체와 공사·공단이 점검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접근 취약부 점검을 할때 드론과 로봇 등 AI 기술을 접목한 무인 이동체를 활용한 점검 자동화 기술을 도입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콘크리트 균열 탐지 중심의 모델 개발이 가장 많으며 균열 외 손상 유형을 추가 하거나 손상 위치와 크기, 면적을 정량화하는 기술로도 AI 연구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 연구원은 “육안으로 점검이 어렵고 접근이 위험한 시설을 중심으로 AI 도입이 가속화되고 기술 수요가 증가할 것이다”며 “국내 시설물 유지관리 기술이 노후화 대응과 관련된 체계로 전환되는 추세에 따라 노후도 예측을 위한 AI 연구가 더욱 요구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주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