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원 규모의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던 보툴리늄 톡신 제제가 여전히 국내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을 목표로 국내에서 보툴리늄 톡신 제제의 수출 허가를 받은 기업만 10곳이 넘지만 ‘균주 출처’ 논란으로 법적 다툼이 이어지면서다.

이뿐 아니라 수출과 관련해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엇박자 속에 해외 진출길이 복잡해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국내에서만 유독 보툴리늄 톡신 제제를 둘러싼 ‘균주 논쟁’이 있는지 분석하고 해외 진출에 불필요한 정부 규제가 있는지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보툴리늄 톡신 균주 논란] 글 싣는 순서
(상) 법적 다툼 지속, 국내만 다툼 벌어지는 까닭  
(하) 수출 놓고 정부 부처간 '엇박자', 규제 개선 목소리 커져

[신년기획] 보툴리늄 톡신 균주 논란(상) 법적 다툼 지속, 국내만 논쟁 벌어지는 까닭

▲ 국내 보퉅리늄 톡신 제제 업체들이 올해는 법적 다툼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술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비즈니스포스트] 새해가 밝았지만 국내 보툴리늄 톡신 제제 업체들의 수출길이 여전히 지난할 것으로 보인다.

보툴리늄균의 균주 출처와 관련한 법적 다툼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1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2024년에도 보툴리늄 톡신 제제와 관련해 ‘균주 출처’ 및 ‘간접수출’ 등과 관련한 국내외 법적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국내외에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올해로 8년째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이뿐 아니라 메디톡스가 지난해 민사에서 대웅 및 대웅제약을 상대로 일부 승소하면서 형사 소송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형사소송과 관련해서는 2022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증거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가 입수한 서울지방검찰청의 불기소이유통지서에 따르면 검찰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늄 균주를 취득한 것과 관련해 “메디톡스 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보툴리늄 균주를 보관하고 있는 점, 메디톡스 균주의 모균주인 위스콘신 대학의 보툴리늄 균주가 메디톡스 이외의 기업이나 연구기관 대학 등에 제공된 점, 전 메디톡스 직원이 재직 시절 균주를 외부로 반출했다는 증거 등이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비춰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후 민사소송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균주를 이용했다는 점이 인정되자 서울고등검찰청은 지난해 6월 대웅제약의 보톡스 원료 기술 유출 의혹을 다시 수사하라는 재기수사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기수사는 상급 검찰청이 항고나 재항고를 받아 검토한 이후 수사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판단했을 때 다시 수사하라고 지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뿐 아니라 올해는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에서 휴젤과 메디톡스 사이에 보툴리눔 톡신 제제 제조공정과 관련한 영업비밀 침해 등에 대한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바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늄 톡신 제제는 보툴리누스균이 만들어내는 보툴리눔 톡신 가운데 화학적 구성에 따라 A형을 활용한다. 해당 독소는 신경독소로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차단시켜 근육 세포를 마비시키는 원리로 미용영역에서는 미간주름, 눈가주름, 이마주름의 일시적 개선 용도로 사용된다.

하지만 보툴리누스균에서 추출된 보툴리늄 독소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신경독으로 청산가리의 20만~3천만 배, 화학무기로 사용된 VX가스와 비교해 최대 5만 배 이상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탓에 생화학 테러가 발생했던 2011년 이후로는 세계 각국에서 보툴리누스균과 관련한 반입 반출 규정을 까다롭게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만 유독 보툴리누스균을 둘러싸고 법적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보툴리늄균과 관련해 신고만 하면 되는 허술한 관리 체제로 법적 다툼 여지를 남겼다는 시선이 많다.

국내에서 보툴리누스균을 확보한 기관은 21곳이며 식약처로부터 보툴리늄 톡신 제제로 제조 품목허가를 받은 국내 업체만 10곳에 이른다.

실제 국내 10곳의 업체 가운데 메디톡스와 제테마를 제외하면 마굿간이나 통조림 등 출처가 불분명하다. 제테마는 영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표준 배양균주 보관소로부터 3종류 보툴리늄 균의 상업화 권리를 확보한 바 있다.

물론 보툴리누스균의 포자는 지구 어디서든 흙이 있다면 존재하는 흔한 세균이지만 혐기성 세균이라는 점에서 독소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런 점에서 보툴리늄 톡신 제제로 사용할 수 있는 균주는 제한적인 반면 출처가 불분명한 균주가 많아 영업비밀 침해 등의 법적 다툼 여지를 남길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보툴리누스균를 놓고 국내 기업들의 영업비밀 침해 여부의 법적 판단이 한국과 미국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는 2023년 2월 메디톡스가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금지 청구소송과 관련해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재판부는 대웅과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늄 톡신 균주를 불법으로 취득 및 사용했다며 4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과 완제품 폐기를 명령한 바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는 균주 자체가 영업비밀로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의 최종판결문에 따르면 위원회는 메디톡스 균주가 보호가능한 영업비밀이라는 것을 보여야 하는 책임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판결문에는 “메디톡스 균주가 메디톡스가 비밀유지 의무를 비롯한 어떠한 제한도 없이 자유롭게 기증받았던 모균주인 Hall A-하이퍼 균주와는 구별되는 별개의 것이라는 것을 보이지 못했다”며 “메디톡스 균주가 메디톡스가 받았던 모균주와 구별되는 별개의 것이라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위원회는 메디톡스 균주가 영업비밀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쓰여있다.

이뿐 아니라 보툴리늄 톡신 제제를 처음으로 제품화한 앨러간도 미국에서 Hall 균주에 대해 염기서열 특허를 냈지만 최종적으로 특허는 거절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Hall A 균주 보유자였던 웨이 젠 린(Wei-Jen Lin) 박사는 “염기서열과 박테리아는 앨러간 것이 아니라 연구 공동체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