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계열사 엇갈린 해외 성적표, 삼성물산 1위 수성·삼성엔지니어링 삐끗

▲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2023년 실적이 크게 엇갈렸지만, 올해는 성적이 동반 우상향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그룹 건설계열사가 2023년 해외건설에서 엇갈린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물산은 그룹 계열사 해외 반도체공장사업 등 안정적 일감 덕분에 3년 연속 해외건설 업계 1위를 지켰다. 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기대했던 대형 화공플랜트 수주 공백으로 아쉬운 실적을 보였다.
 
9일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 수주통계 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23년 12월31일까지 해외건설 수주금액이 71억5251만 달러(약 9조3898억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아미랄 석유화학 프로젝트, 자푸라 가스전 프로젝트 등 대형 사업을 연달아 수주한 현대건설(69억4154만 달러)을 근소한 차이로 앞지르면서 해외건설 수주금액에서 3년째 1위를 차지했다.
 
삼성 계열사 엇갈린 해외 성적표, 삼성물산 1위 수성·삼성엔지니어링 삐끗

▲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3년 연속 해외건설 업계 1위를 지켰다.


삼성물산의 2023년 해외건설 수주금액은 2022년(53억8176만 달러)보다 32.9% 증가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분기부터 그룹 계열사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법인이 발주한 테일러 반도체공장 추가공사 23억3709만 달러(약 3조592억 원) 규모를 수주하며 다른 건설사들과 격차를 벌였다. 그 뒤 대만에서 아오지디 복합개발공사(7500억 원) 등을 추가 수주하면서 쭉 선두를 내주지 않았다.

2022년과 2023년 모두 계열사 대형 일감이 실적에 크게 기여하면서 수혜를 봤다는 이점이 있지만 최근 3년 연속 해외수주 1등으로 ‘왕좌’를 굳힌 것도 사실이다.

내부 경영성과 측면에서도 삼성물산은 해외건설 수주목표를 달성하며 순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물산은 2023년 초 해외에서 5조9천억 원, 국내에서 7조9천억 원 등 모두 13조8천억 원을 신규수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물산은 해외건설부문 연초 목표인 5조9천억 원은 훌쩍 웃돌았다. 회사가 지난해 상반기 이미 14조 원 넘는 일감을 확보하면서 신규수주 목표를 19조9천억 원으로 상향조정한 점을 고려해도 해외건설은 안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물산은 2023년 한 해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입찰하고 각종 업무협약을 구체화하는 등 활발히 활동해 올해부터 앞으로 수주도 기대된다.

삼성물산은 2023년 연말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이 진행한 더라인 건물 모듈과 유람선 선착장 등 건설공사 입찰 설명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네옴 더라인 스파인B, 델타JCT 프로젝트 등에도 입찰한 것으로 파악된다.

오만과 호주 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 프로젝트 사업권 확보 등 친환경에너지분야, 인도네시아 스마트시티 개발 관련 업무협약 등 신사업분야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사우디 국부펀드와 모듈러 협력을 체결해 앞으로 네옴시티와 리야드에서 대규모 모듈러 주택을 건설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며 2024년부터 네옴시티 관련 인프라 및 모듈러 등 수주가 본격화되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삼성 계열사 엇갈린 해외 성적표, 삼성물산 1위 수성·삼성엔지니어링 삐끗

▲ 남궁홍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실적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한 해를 보냈다. 

올해 사우디 등 중동지역에서 수주실적 만회를 위한 발걸음이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23년 해외건설 수주금액이 17억3968만 달러(약 2조2888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해외수주 76억3937만 달러(약 10조534억 원)로 업계 1위에 올랐고 2021년과 2022년에도 4조~5조 원 규모 일감을 확보하며 삼성물산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성적이 저조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금액이 2022년(39억8409만 달러)보다 56.3% 급감했다.

업계 순위로는 삼성물산, 현대건설을 비롯해 현대엔지니어링(62억7917만 달러), SK에코엔지니어링(19억1587만 달러) 등에도 밀려 5위로 내려왔다.

사우디 등 주력시장에서 대형 화공플랜트 수주공백이 이어진 탓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알제리 프로판탈수소·폴리프로필렌 프로젝트(14억 달러), 사우디 자푸라 가스전 2단계 확장사업(23억6천만 달러) 등 2023년 주요 수주후보들을 경쟁사에 내줬다. 사우디 파드힐리 가스전 확장 프로젝트(40억 달러)는 발주처의 재입찰 요구로 해를 넘겼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23년 신규수주 목표를 12조 원으로 제시했는데 3분기까지 6조8천억 원 수준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연간 수주실적도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3분기까지 비화공부문에서는 신규수주 5조9100억 원을 확보하며 순항했지만 화공부문 수주금액이 8471억 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2조2210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회사의 전체 수주잔고에서도 화공부문은 2022년 말 12조7218억 원에서 2023년 3분기 10조7774억 원으로 줄었다. 

다만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지연된 해외 화공플랜트 수주소식들이 들려올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24년 화공플랜트부분에서 사우디 아람코의 파드힐리 가스전 확장 프로젝트부터 사우디 얀부 석유화학플랜트, 미국 텍사스 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 말레이시아 사라왁 그린암모니아 프로젝트 등 사업비가 조 단위인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은 보유하고 있는 수주후보가 23조4천억 원 규모로 넓은 만큼 2024년 화공수주 목표를 지난해 이상으로 제시할 것이다”며 “수주후보의 약 40%인 9조 원 규모를 실제 올해 수주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24년 삼성엔지니어링의 성장동력은 화공부문 수주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중동·아프리카지역 발주시장은 석유화학 공종에서 사우디 아람코 등 주도로 2030년까지 최대 1천억 달러를 발주에 지출할 것으로 공언한 만큼 삼성엔지니어링의 수주후보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바라봤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