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과 차별화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금리동결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올해 연준에서 통화긴축 정책을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별개로 물가상황 등 국내 요인에 방점을 두고 기준금리 수준을 결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기 때문이다.
 
이창용 신년사로 보는 올해 금통위, 통화정책 차별화에 금리 동결 길어진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기준금리를 상당기간 동결하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2일 한국은행 안팎에 따르면 연준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상당기간 동결하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총재는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올해 주요국들의 통화정책이 차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대부분의 중앙은행들이 고물가에 대응해 한 방향으로 달려온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주요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나라별로 정책이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은 국내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주었던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국내 통화정책을 독립적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재도 “우리 내부 여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정책을 결정할 여지가 커졌고 우리가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따라 올해 경제상황은 물론 지난해 정책운용 성과에 대한 최종 평가도 달라질 것이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운용의 운신의 폭이 넓어진 만큼 이 총재는 연준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움직임을 보이더라도 이를 바로 뒤쫓지 않고 국내 기준금리를 상당기간 동결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국내 기준금리를 섣부르게 내렸다가 올해 4분기 이후 물가 목표치인 2%대에 이를 물가 상승률이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도 이번 신년사에서 물가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으나 아직은 안심하기에 이르다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세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원자재 가격 추이의 불확실성과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등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4년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에서 통화긴축 기조를 상당기간 유지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창용 신년사로 보는 올해 금통위, 통화정책 차별화에 금리 동결 길어진다

▲ 부동산 PF 문제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오지만 물가에 줄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시장의 기대보다 인하 시점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에서 통화긴축의 강도 및 지속기간을 물가 흐름과 함께 경기 상황,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기조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당장 11일에 예정된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후 하반기까지도 이러한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높은 금리로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부동산 PF 부실이 현실화되고 있어 이러한 위험 요인들이 확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조속히 인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가 물가에 줄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는 시장의 기대보다도 더 늦은 시기에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도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을 균형 있게 고려한 최적의 정책조합을 찾아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신년사에서 “대내외 정책여건의 불확실성 요인을 세심히 살피면서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통화긴축 기조의 지속기간과 최적 금리경로를 판단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