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솔루션, 포스코 브랜드 '그리닛'을 공정위·환경부에 그린워싱 혐의로 신고

▲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18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환경부에 포스코 브랜드 '그리닛'을 그린워싱으로 신고했다. 사진은 기후솔루션 관계자들이 이날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건물 앞에서 포스코를 규탄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포스코의 ‘탄소중립 마스터 브랜드’ 그리닛(Greenate)을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혐의로 신고했다. 이들은 그리닛이 '서류상으로 만들어 낸 탄소배출량 제로 철강'이라고 주장했다.

기후솔루션은 18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환경부에 포스코의 그리닛을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과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환경기술산업법)을 위반한 그린워싱 혐의로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신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등에 관해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한 9월 표시광고법의 그린워싱 심사지칭 개정 및 그린워싱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10월 환경기술산업법 개정 이후 첫 위반 신고 사례다.

그린워싱이란 친환경을 상징하는 '녹색(Green)'과 '세탁(White Washing)'의 합성어다.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을 친환경적인 것처럼 위장하여 표시ㆍ광고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기후솔루션은 포스코가 탈탄소 정책의 대표로 내세운 브랜드 그리닛에 포함된 브랜드 2개에서 그린워싱을 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 그리닛은 ‘그리닛 스틸’, ‘그리닛 테크&프로세스’, ‘그리닛 인프라’ 등 3개 브랜드로 구성돼있다.

기후솔루션이 그린워싱 혐의를 지적한 것은 그리닛 스틸 아래 ‘그리닛 서티파이드 스틸(certified steel·인증 강철)’과 ‘그리닛 밸류체인(value chain·가치사슬)’이다.

먼저 기후솔루션은 포스코의 그리닛 서티파이드 스틸이 ‘탄소배출량 0(제로)’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기후솔루션은 그리닛 서티파이드 스틸이 ‘매스 밸런스(mass balance)’라는 방식으로 탄소배출량을 계산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매스 밸런스란 예를 들어 철강 코일 6개를 생산하면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이 과거 6개 생산할 때에서 5개 생산할 때 발생하는 양으로 저감되면 1개의 코일을 ‘탄소배출량 제로’ 제품으로 삼는 방식이다.

실제는 모든 제품에서 조금씩 탄소배출량이 줄어든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1개를 친환경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기후솔루션은 포스코의 매스 밸런스 방식이 문제가 되는 이유를 우선 미미한 탄소저감량에 있다고 봤다.
 
기후솔루션, 포스코 브랜드 '그리닛'을 공정위·환경부에 그린워싱 혐의로 신고

▲ 기후솔루션이 설명한 철강 업계에서의 매스 밸런스방식의 문제점. <기후솔루션>


포스코가 2022년 1년 동안 배출한 온실가스의 양은 7019만 톤가량이었는데 이 가운데 0.8%에 불과한 59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고도 이를 일부 강철에 몰아 무탄소 강철 제품을 내놓았다는 주장이다.

기후솔루션은 매스 밸런스 방식의 무탄소 철강이 시장에서 허용되면 철강 부문의 탈탄소 경로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철강사들이 기존 석탄 고로를 유지할 유인이 생긴다는 것이다. 기후솔루션은 매스 밸런스 방식을 통해 철강사들이 환경 규제가 엄격한 선진국 시장에서는 무탄소 철강을 팔고 환경 규제가 느슨한 저개발국가에는 기존 철강을 파는 방식으로 기존 생산설비를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명주 기후솔루션 철강 부문 책임은 “‘서류상’으로 만들어 낸 탄소배출량 제로 철강을 앞세워 홍보하는 것은 쉽게 친환경 이미지를 가져가려는 전형적 그린워싱 사례”라며 “매스 밸런스 방식에 관한 세계적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이런 홍보가 통용되면 이후 철강 부문 탈탄소 달성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닛 밸류체인의 그린워싱도 지적됐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포스코는 그리닛 밸류체인의 제품들이 단지 ‘고품질의 제품이라 오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줄일 것’이라는 희망사항에 불과한 저감내용만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솔루션은 그리닛 밸류체인 내 건물에 쓰이는 철강 자재 ‘이노빌트’의 친환경 요소의 대부분은 ‘고객이 오래 쓸 수 있다는 점’에 그친다고 봤다.

이 밖에 다른 자재 ‘그리너블’이 태양광, 수소, 풍력 등 친환경에너지 시설에 쓰인다는 이유로 친환경브랜드로 꼽히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관행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포스코가 진정으로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표면적이고 과장된 친환경 마케팅보다 실질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