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컬리와 오아시스. 두 회사 모두 오랜 기간 상장을 준비했지만 올해 초 기업공개 문턱에서 발길을 돌렸던 이커머스 기업들이다.

컬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은 영업손실 규모 탓에, 오아시스는 매출이나 영업이익 규모와 비교해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됐다는 시장의 평가 탓에 상장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커머스 IPO 잔혹사' 썼던 컬리·오아시스, 상장 재추진보다 내실 다지기 집중

김슬아 컬리 대표이사가 상장 재추진보다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두 기업은 상장 계획을 중단한 지 거의 1년이 지난 현재 기업공개에 재도전하기 위한 준비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무리하게 상장을 재추진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회사’의 이미지를 다지는 것이 회사의 미래에 더욱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5일 컬리에 따르면 현재 컬리가 상장을 재추진할지, 재추진한다면 시점을 언제로 정할지 등과 관련해 정해진 사안은 없다.

컬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상장 재추진 여부와 관련해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우선 영업손실 규모를 줄이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유일한 흑자기업’으로 유명한 오아시스도 마찬가지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상장과 관련한 계획 등은 전혀 잡아놓고 있지 않다”며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두 기업의 공통된 설명은 모두 ‘수익성 개선 및 강화’를 중점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컬리와 오아시스 모두 이런 전략에 성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컬리는 최근 3분기 보고서를 통해 올해 1~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5463억 원, 영업손실 1185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1% 늘었고 적자 규모는 35.5% 줄였다.

컬리가 1~3분기에 낸 매출은 역대 같은 기간 기준으로 최대 규모였다. 영업손실이 올해 분기별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성과로 파악된다.

현재도 상장 계획을 들여다보기 보다는 수익성 개선 기조를 이어가는데 전념하고 있다는 것이 컬리의 설명이다.

컬리 관계자는 “마케팅비 절감과 물류 및 배송 효율화를 통해 적자를 줄여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상장 재추진 계획보다는 흑자 전환을 위해 노력하는데 중점을 둘 것이다”고 말했다.

오아시스의 최우선 목표도 흑자 구조를 유지하는 데 있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회사의 매출을 늘려 외형을 키우는 것과 관련한 고민도 당연히 있다”며 “새벽배송 권역 확대 등을 통해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이런 투자가 영업이익으로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선은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오아시스는 현재 분기별 매출이 1200억 원 수준이다. 컬리와 비교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외형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수적일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자칫 적자가 불어난다면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새벽배송 권역을 전국적으로 확대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오아시스는 현재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과 대전을 제외한 충청권에서만 신선식품 새벽배송 사업을 펼치고 있다.

부지를 확보해 놓은 언양물류센터의 가동을 시작한다면 경상권으로도 배송을 확대해 거래액을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훼손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 오아시스 내부의 판단이다.

오아시스는 1~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3519억 원, 영업이익 101억 원을 냈다. 지난해 1~3분기보다 매출은 12.9%, 영업이익은 31.1% 늘었다.
 
'이커머스 IPO 잔혹사' 썼던 컬리·오아시스, 상장 재추진보다 내실 다지기 집중

▲ 안준형 오아시스 대표이사는 기업공개 계획을 접은 아픈 기억을 지니고 있다.


컬리와 오아시스는 올해 1월과 2월에 연달아 기업공개 계획을 접은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컬리는 지난해 8월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며 상장 절차에 본격적으로 들어갔지만 올해 1월 초 돌연 상장 계획을 미룬다고 밝혔다.

컬리는 당시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을 고려해 코스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상장은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컬리의 기업공개가 무산되면서 ‘이커머스 1호 상장기업’이 될 것으로 주목받았던 오아시스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오아시스는 2월 초 서울 여의도에서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기업 현황과 미래 전략 등을 소개하는 기업설명회까지 열며 상장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실시된 수요예측이 실패하며 결국 한국거래소에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오아시스가 상장 절차를 중단하며 했던 설명도 컬리와 결이 비슷했다.

오아시스는 당시 “최근 대내외 경제 악화로 기업공개 시장이 위축돼 투자심리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에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공동대표주관회사의 동의를 받아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