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 주연 '서울의 봄' 호평, 12·12 '목격자' 김성수 감독 1천만 영화 찍나

▲ 23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영화 ‘서울의 봄’ GV행사가 열렸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김성수 감독이 연출한 영화 ‘서울의 봄’이 ‘1천만 영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영화 업계는 ‘범죄도시3’ 이후 올 여름 텐트폴 영화와 추석 연휴 영화들 모두 기대만큼 관객들을 모으지 못했다.

겨울은 극장가 비수기임에도 서울의 봄이 관객들을 얼마나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24일 영화업계에서는 서울의 봄이 ‘1천만 영화’에 등극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의 봄은 실제 사건인 ‘12·12 군사반란’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권력에 눈이 먼 반란군인 보안사령관 전두광과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을 비롯한 진압군 사이의 9시간을 담았다.

배우 황정민씨가 보안사령관 전두광역, 정우성씨가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역을 맡았다. 이성민씨는 육군참모총장 정상호, 박해준씨가 제9보병사단장 노태건을 연기했다.

23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는 서울의 봄 GV행사가 열렸다.

GV(Guest Visit)란 영화 감독이나 관계자들이 직접 방문해 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관객들과 질문을 주고 받는 것을 말한다.

이 자리에서 김성수 감독은 서울의 봄이 완성되기까지의 부담감에 대해 털어놨다.

김성수 감독은 “과연 내가 이 소재를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다른 영화들을 촬영하면서도 몇 년 동안 서울의 봄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성수 감독이 결국 서울의 봄을 연출하기로 마음먹은 데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김성수 감독은 12·12 군사반란이 발생했을 때 육군참모총장 공관 쪽 육교에서 총소리를 들은 ‘목격자’다. 당시 19살이었던 김성수 감독은 총소리에 대한 호기심으로 현장을 찾았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이를 먹으면서 그날의 기억은 ‘충격과 공포’가 됐다. ‘하나회 문건’이 세상에 공개되면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김성수 감독은 영화를 연출하기로 마음먹은 김에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황정민 주연 '서울의 봄' 호평, 12·12 '목격자' 김성수 감독 1천만 영화 찍나

▲ 서울의 봄에서 제일 먼저 캐스팅이 확정된 배우는 황정민씨다. 김성수 감독은 황정민씨가 전두광역을 맡겠다고 했을 때 서울의 봄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과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서울의 봄 스틸컷>

김성수 감독이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캐스팅이다.

김성수 감독은 “좋은 영화를 만들려면 좋은 스태프와 좋은 배우들을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좋은 스태프와 좋은 배우만 모아도 이미 반 이상은 완성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봄에서 제일 먼저 캐스팅이 확정된 배우는 누굴까. 바로 황정민씨다.

김성수 감독은 황정민씨가 전두광역을 맡겠다고 했을 때 서울의 봄을 만들 수 있겠다는 확신과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등장인물이 워낙 많아 그 이후에도 60명 이상을 캐스팅해야 했다.

김성수 감독은 연극 경험이 많은 배우들 위주로 오디션을 진행했다. 등장하는 배우가 많고 촬영 전 리허설 시간은 1시간 정도씩 밖에 없었기 때문에 개개인마다 연기에 대한 지시를 하기 어려운 이유에서였다.

중심이 되는 인물 위주로 큰 동선만 설명해도 분위기에 몰입해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들이 필요했다.

캐스팅에만 공을 들인 것은 아니다.

영화 서울의 봄은 제목과는 반대로 겨울이 배경이다. 하지만 영화 촬영은 여름에 진행됐다. 입김을 CG로 처리할 수 밖에 없었다.

김성수 감독은 CG팀 가운데 입김이 가장 잘 나는 직원에게 영화 대본에 적힌 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주연 배우 대사는 물론이고 조연, 단역들 대사까지 전부 다 읽게 해 입에서 나온 입김을 배우가 연기하는 장면에 입혔다.

김성수 감독의 노력은 관객들에게 통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의 봄은 24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실시간 예매율 1위에 올라있다. 예매율이 무려 57.1%다. 2위인 영화 ‘싱글 인 서울’보다 7배 이상 높다.

사실상 경쟁작이 없는 것이다.

서울의 봄은 초반부터 입소문을 타면서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서울의 봄은 24일 오후 4시 기준으로 네이버 평점 9.39점을 기록하고 있다. CGV ‘골든에그지수’는 98%다.

CGV 골든에그지수는 영화를 실제로 관람한 관객이 관람 후 7일 안에 작성할 수 있다. 지금까지 명작으로 평가받은 영화들은 97% 이상에서 골든에그지수가 형성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미 내용과 결말을 다 알고 있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음에도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관객들 사이에서는 영화 속 상황이 보는 내내 답답하고 화가 났다면서 애플워치로 심박수와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해 인증하는 챌린지도 펼쳐지고 있다.
 
황정민 주연 '서울의 봄' 호평, 12·12 '목격자' 김성수 감독 1천만 영화 찍나

▲ 김성수 감독(왼쪽)이 23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서울의 봄’ GV행사에서 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GV행사 진행을 맡은 류승완 감독. <비즈니스포스트>

서울의 봄은 좀처럼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극장업계에도 단비같은 영화가 되고 있다.

극장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서울의 봄이 좋은 평가를 얻으며 관객들을 불러들이고 있어 기쁘다”며 “서울의 봄을 시작으로 ‘노량:죽음의 바다’, ‘외계+인 2부’까지 흥행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의 봄에는 제작비 230억 원이 투입됐다. 손익분기점은 관객 수 460만 명이다.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영화업계 전망대로 ‘1천만 영화’에 등극할 가능성도 있다.

김성수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있어서 1997년 개봉한 영화 ‘비트’에 이어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울 만한 작품이 나온 것이다.

GV행사 진행을 맡은 류승완 감독은 비트를 계기로 한국영화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며 김성수 감독에게 고마움과 존경을 표시하기도 했다.

류승완 감독은 “비트가 나오기 전까지 한국영화들은 대부분 500~600컷 정도로 촬영이 끝났지만 비트 이후로 1천 컷 이상으로 늘었다”며 “촬영 회차도 30~40회에서 60회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영화를 더 세밀하고 공들여 찍을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말했다.

김성수 감독은 서울의 봄이 어떤 영화로 기억되길 바랄까.

김성수 감독은 “전두광이 매력적으로 비춰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반란군에게 끝까지 저항한 이태신 같은 인물이 있었기 때문에 전두광과 노태신 같은 인물들이 결국에는 내란수괴죄와 내란목적살인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