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카드업계에서 마케팅 전략의 하나였던 ‘캐릭터카드’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캐릭터가 카드를 선택하는 기준에서 혜택보다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고 캐릭터카드를 발급받는 연령층도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에 영향력 커지는 캐릭터카드, 캐릭터 맘에 들면 혜택도 안 본다

▲ 신한카드는 홈페이지 카드안내 목차에 캐릭터 별로 카드를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카드' 항목을 만들었다. <신한카드 홈페이지 갈무리>


1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10월 중으로 신규 캐릭터카드인 ‘짱구카드 시즌2’를 출시한다.

신한카드는 포켓몬스터와 산리오, 카카오프렌즈 춘식이와 협업해 올해에만 10종 가량의 캐릭터카드를 출시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KB국민카드도 13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인기캐릭터 토심이와 협업한 ‘토심이 첵첵 체크카드’ 2종을 출시했다.

토심이 디자인은 앞서 6월 ‘마이위시카드’에 적용돼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에서 실시한 캐릭터카드 인기투표에서 1위에 오를만큼 인기를 얻었다.

우리카드는 9월 망그러진곰 캐릭터를 ‘카드의정석 에브리원’ 카드 플레이트에 적용했다. 카드의정석 에브리원 카드는 7월 출시돼 2개월 만에 새 옷을 입은 것이다.

카드사들은 이전부터 마케팅을 위해 캐릭터와 협업을 진행해왔지만 최근 캐릭터카드는 카드 상품의 한 축을 담당할 만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가장 활발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신한카드는 홈페이지 카드안내 목차에 ‘캐릭터카드’ 항목을 아예 따로 만들었다.

같은 혜택을 주는 카드상품이라도 캐릭터에 따라 고를 수 있게 한 것이다.

카드사들이 이처럼 캐릭터카드에 집중하는 이유는 ‘캐릭터’가 카드선택의 중요 요소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개인블로그나 인터넷 카페 등에서 카드가 ‘귀여워서’ 발급했다는 글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혜택 비교에 가장 힘쓸 것 같은 재테크 카페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한 재테크 카페에는 “(카드가) 귀여워서 추천해요”, “혜택이 끌리는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상관없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실제로 한 소비자 A씨는 “카드 혜택보다는 캐릭터 디자인 때문에 주변에 추천해본 적이 있다”며 “(스스로도) 캐릭터 카드를 발급 받아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에게도 다른 카드사와 비교해 혜택을 크게 차별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캐릭터 마케팅은 회원 수를 확보할 수 있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가맹점 수수료인하, 조달금리 상승 등 비우호적 업황에 수익성이 줄어들고 있어 차별화된 혜택을 공격적으로 제공하며 회원 유치에 나서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신규카드를 계속 출시하지 않아도 디자인을 통해 새로운 카드 상품을 출시한 효과를 낼 수 있고 이를 통해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미래의 회원을 유치할 것으로 기대했던 캐릭터카드가 당장의 시장점유율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더욱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카드업계에 영향력 커지는 캐릭터카드, 캐릭터 맘에 들면 혜택도 안 본다

▲ KB국민카드는 6월14일 토심이 캐릭터 디자인을 적용한 '마이위시카드'를 선보였다. < KB국민카드 >

 

카드를 발급받는 연령층이 넓어지면서 카드사 점유율에 반영되는 신용카드에도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어서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에 캐릭터카드는 10대 정도의 어린 분들이 주로 발급받을 거라 생각하고 시작했다”며 “지금은 발급받는 연령대가 10대부터 30~40대까지 아우르며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최근 캐릭터카드는 10대를 겨냥해 체크카드에 적용됐던 것과 달리 신용카드로 출시되고 있다. KB국민카드의 마이위시카드 토심이 디자인, 우리카드의 카드의정석 에브리원 망그러진곰 에디션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마이위시카드 토심이 디자인은 약 3개월 만에 4만9천 좌가 발급되며 점유율에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캐릭터카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카드사와 캐릭터의 협업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고승훈 카드고릴라 대표는 “일부 카드·발급사 한정으로 출시되던 캐릭터 카드가 이제는 하나의 마케팅·카드 선택 요소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며 “친근함과 대중성을 무기로 한 캐릭터 마케팅은 계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