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차 선호 한국에 큰 차 더 는다, 그랜저 1위 '예약' 쏘렌토·싼타페 '약진'

▲ 국내 자동차 판매시장에서 올해 들어 9월까지 큰차 선호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인기 중대형 차량들이 4분기부터 신차효과를 타고 판매량을 더욱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이달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5세대 싼타페.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자동차 판매시장에서 올해도 큰 차 선호현상이 뚜렷이 이어지고 있다. 

몸집 큰 국내 인기 차량들은 4분기 신차효과를 타고 판매량을 더욱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승용 신차 누적 판매량은 113만958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늘었다. 

각 완성차업체별 판매실적 자료를 살펴보면 특히 몸집 큰 차량들이 올해 국내 판매 순위 최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다.

올해 1~9월 현대자동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는 국내에서 8만8480대가 판매돼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5만9602대로 기아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쏘렌토가 차지했고 3위 대형 RV 카니발(5만4762대), 4위 준중형 SUV 스포티지(5만3321대), 5위 준중형 세단 아반떼(4만9377대)가 뒤를 이었다.

그랜저, 쏘렌토, 카니발은 순위만 일부 바뀌었을 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판매량 톱3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올해 국내 누적 승용 판매 톱3 차종이 준대형 세단 및 중형급 이상 SUV로 국내 소비자들의 큰차 선호 경향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그랜저는 일찌감치 올해 연간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예약했다. 2020년 이후 3년 만의 연간 10만 대 판매 달성도 확실해 보인다.

올해 들어 9월까지 1위 그랜저와 2위 쏘렌토의 판매량 격차는 2만8878대로 쏘렌토가 역전하려면 남은 석달 동안 매달 9626대를 그랜저보다 더 팔아야 하는데 올해 쏘렌토 월평균 판매량(6622대)을 고려하면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올해 1~9월 국내에서 판매된 중형급 이상(중형·준대형·대형) 신차는 모두 65만3230대로 전체 승용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7.3%에 달한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시장 가운데 가격이 싼 작은 체급의 차량보다 중형급 이상 큰차가 더 많이 팔리는 곳은 광활한 영토를 보유한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유일하다.

일본은 한국과 정반대로 경차와 소형차가 전체 승용 신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2021년 기준)를 넘어선다. 또 유럽 신차 판매시장에서 D세그먼트(중형) 이상 차량의 판매 비중은 약 20%(2022년 기준)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 세계 3대 자동차시장으로 올라선 인도에선 최근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SUV 판매가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소형차를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신차 판매 순위 최상위권에 포진한 중대형 차량들은 4분기부터 판매량을 더욱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새모델 판매를 본격 시작한 쏘렌토는 9월 국내에서 1만190대가 팔려나가며 올해 그랜저가 독식해 온 월간 베스트셀링카 자리까지 빼앗아왔다. 

기존 쏘렌토는 2020년 3월 출시된 4세대 모델로 지난해 국내 연간 승용차 판매에서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바 있다. 새 쏘렌토는 기아의 패밀리룩에 맞춰 완전변경에 준하는 새로운 디자인을 입고 기존 모델이 기록한 8월 판매량(7176대)보다 판매량을 42%나 늘렸다. 

앞으로도 쏘렌토는 그랜저에 필적하는 월 1만 대에 가까운 판매실적을 올릴 공산이 커 보인다.
 
중대형차 선호 한국에 큰 차 더 는다, 그랜저 1위 '예약' 쏘렌토·싼타페 '약진'

▲ 기아 신형 쏘렌토. <기아>

올해 누적판매 3위를 달리고 있는 카니발 역시 연말부터 판매량을 크게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기아는 11월쯤 대형RV(레저용 차량) 카니발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EV9, 신형 쏘렌토와 같이 세로형 헤드램프를 달아 디자인이 크게 변경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형 카니발은 국내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서 지속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추가가 예고돼 있어 일반적 페이스리프트를 뛰어넘는 판매량 확대가 예상된다. 기아 쏘렌토의 경우 올해 누적 판매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이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4.7%에 달한다.

게다가 현대차가 8월 출시한 싼타페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도 국내 판매 톱5에 안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싼타페는 9월 국내에서 5139대(기존모델 810대 포함)가 팔려 쏘렌토와 그랜저, 스포티지에 이은 월간 판매 4위에 올랐다. 

새로 나온 5세대 싼타페는 기존 1~4세대 모델들의 부드러운 디자인 기조를 완전히 벗어나 정통 SUV 정체성을 강조한 각진 외관을 입고 아웃도어 활동에 맞춰 실내공간을 확장했다.

더욱이 싼타페는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를 곧 시작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판매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최근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의 환경친화적 자동차 고시를 완료하고 가격을 공개했다. 올해 1~8월 기존 싼타페 누적 판매량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55.1%였다. 

이에 올해 연말과 내년 국내 도로 곳곳에선 몸집 큰 신차들을 더욱 자주 마주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의 큰차 선호 현상을 놓고 "한국에서는 차를 구매할 때 실용성보다 남들이 보는 시선을 고려하는 문화적 특성이 있어 큰차와 프리미엄(고급)차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