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전기요금 인상 절실, 김동철 ‘전제조건’인 자구안 마련 총력 태세

▲ 김동철 한전 사장(사진)이 20일 전남 나주시 본사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비즈니스포스트]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자구안 마련은 한전에 절박한 전기요금 인상의 중요한 전제로 요구되는 데다 김 사장으로서도 정치인 출신, 비전문가라는 부정적 시선을 극복할 계기가 될 수 있다.

1일 전력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4분기 전기요금과 관련한 논의는 추석 연휴 이후에도 당장 시작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4분기 전기요금은 직전 분기인 9월 말에 정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나 결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2분기 전기요금을 놓고도 결정을 미루다 2분기 중간인 5월 중순에서야 전기요금을 확정한 적이 있다.

그만큼 전기요금을 놓고 정부의 부담이 크다는 의미로 읽힌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기라는 점에서 정부와 여당은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지난달 한전 사장으로 취임한 김 사장으로서는 전기요금 인상 논의가 지연되는 상황에 속이 탈 것으로 보인다.

전력 판매가 수입의 대부분인 한전으로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없이는 재정난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 사장은 한전 사장 취임사에서 “당면한 과제는 벼랑 끝에 선 현재의 재무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라며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이 다시 급등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정상화는 더더욱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전의 재정난은 정부는 물론 국회에서도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파악된다.

양이원영 의원실이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아 26일 내놓은 ‘2023~2027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환율, 국제유가 등이 부정적으로 움직인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9조1천억 원까지 영업손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양이원영 의원은 “한전의 적립금 규모가 47조4000억 원에서 최근 17조7000억 원으로 급감했다”며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의 부정적 시나리오대로 한전이 올해도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면 내년에는 한전채가 발행 한도를 초과하게 돼 진짜로 파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에 앞서 한전에 강도 높은 자구안을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이 결국 정치적 부담의 문제인 만큼 대국민 설득을 위한 수단으로 한전의 자구 노력을 강조하려는 의도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6일 서울 마포구 중견기업연합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4분기 전기요금 인상 관련해서는 업무파악을 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를 좀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에서 구조조정 계획을 추가로 더 발굴하겠다고 한다”며 “그런 것을 다 본 다음에”라고 덧붙였다.
 
한국전력 전기요금 인상 절실, 김동철 ‘전제조건’인 자구안 마련 총력 태세

▲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가운데)은 20일 취임해 업무를 시작했다. <연합뉴스>


한전은 이미 25조7천억 원 규모의 자구안을 내놓은 상태다. 자구안에는 핵심 자산 매각, 투자 축소, 인건비 감축 등 내용이 담겼다.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정부의 부담을 고려하면 김 사장이 내놓을 새 자구안은 여론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지금까지 나온 것보다 강도가 더욱 높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으로서는 한전이라는 조직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결정을 취임하자 마자 내놔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특히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놓고는 한전 내부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자구안 마련이 김 사장의 역량을 보여줄 기회가 될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김 사장은 한전 62년 역사상 첫 정치인 출신 사장이다. 김 사장의 사장 임명을 놓고 에너지 분야에서의 전문성과 경험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현재의 한전에는 4선 의원을 지낸 김 사장의 경험에서 나오는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김 사장이 한전과 정부, 여당이 두루 인정할 만한 자구안을 내놓는다면 김 사장을 향한 부정적 시선을 긍정적 평가로 바꿔 낼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사장은 취임 뒤 퇴근을 하지 않고 한전 본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한 고통 분담 의지를 보여주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24일 KBS 뉴스9와 인터뷰에서 자신을 향한 부정적 시선과 집무실 숙박을 놓고 “지금의 한전 사장이 가져야 할 자질과 덕목은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 뜨거운 의지, 열정, 추진력, 대화와 소통의 리더십”이라며 “직원들과 고통을 함께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