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 자문기구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공개한 국민연금 개혁 방안에 소득대체율 인상 등 노후소득 보장 강화 방안이 빠져 있어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받는 방안으로는 국민의 정책 수용성을 높일 수 없는 만큼 부담액을 높이 돼 ‘더 받는’ 방안이 정부 최종 개혁안에 담기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여야 ‘더 내기만 하는’ 국민연금 개혁안 성토, ‘더 내고 더 받고’로 바뀌나

▲ 김연명 민간자문위원회 위원장이 9월4일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모두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의 국민연금 개혁 방안에서 소득대체율 관련 논의가 빠진 것을 우려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전날(4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김연명 민간자문위원회 위원장에게 중간보고를 받았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는 올해 4월부터 ‘한국형 노후소득 보장 그랜드 플랜’을 위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소득대체율 관련 논의가 빠진 재정계산위원회의 국민연금 개혁안 보고서를 성토하는 자리가 됐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 가장 높은데 소득대체율 이야기를 안 하고 이 문제를 풀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공단을 살리기 위해 개혁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연금 개혁 이전에 국가가 지급 보장을 선언하면 개혁 진행이 원만하고 확실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소득대체율은 높이지 않고 기여율(보험료율)만 12~18%로 높이는 게 수용이 가능하겠느냐”며 “노후소득 보장은 국민연금이 책임질 테니 보험료를 더 내자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명 위원장 또한 “재정계산위원회의 결론이 (국민 연금 개혁과 관련한) 토의를 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나가는 데는 굉장히 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며 재정계산위원회 보고서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저는 개인적으로 예전부터 재정 안정화 못지 않게 소득 보장 강화가 중요하다라고 계속 발언을 해 왔고 지금도 그런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한쪽의 주장이 담긴 개혁 방안이 나오게 되면 국민적, 정치적 수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양쪽의 의견이 담긴 안이 나오는 게 바람직하고 그게 연금 개혁의 성공 요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자 정부는 해당 재정계산위의 보고서가 최종안이 아니라며 한걸음 물러난 태도를 보였다. 10월 말 국회에 제출할 종합운영계획에 소득대체율 상향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종균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재정계산위 공청회 내용은 최종안이 아니고 추가 논의를 더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재정계산위가 최종안을 보내오면 그것과 함께 또 의견을 더 수렴해서 10월까지 정부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4일 KTV ‘생방송 대한민국’에 출연해 “공청회에서 들은 여러가지 의견이 들어간 최종안이 재정계산위원회에서 올 것”이라며 “최종안을 검토한 뒤 여러 의견을 종합해서 종합계획(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여야 ‘더 내기만 하는’ 국민연금 개혁안 성토, ‘더 내고 더 받고’로 바뀌나

▲ 김용하 재정계산위원회 위원장이 9월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재정 안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정계산위원회는 1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2025년부터 매년 0.6% 인상해 12%·15%·18%까지 올리는 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을 3년 늦추는 방안, 기금투자 수익률 목표를 0.5%포인트·1.0%포인트 높이는 방안을 결합해 모두 18개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다만 해당 보고서가 제시한 시나리오는 모두 소득대체율 40%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돼 있다. 더 많이 내고 더 늦게 받지만 받는 금액은 개편 전과 동일하게 제시된 것이다.

보고서에 소득대체율 관련 논의가 빠진 이유는 재정계산위 다수파인 재정안정론자와 소수파인 소득보장강화론자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주장한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 50%, 보험료율 13%’ 등 방안을 제시했지만 다수파의 반대에 막혀 통과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주은선 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공청회를 하루 앞둔 8월31일 위원직을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들은 31일 사퇴의 변을 통해 “제5차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를 하루 앞둔 오늘까지 우리는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살려보고자 기다렸지만 현재의 재정계산위원회는 공적연금으로서 국민연금의 본질을 구현하고 이를 위한 수단으로서 합리적이고 공평한 재정안정방안을 마련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험수리적 접근에 경도된 논의로 인해 재정을 위해서는 공적연금으로서 국민연금의 본래 목적을 훼손해도 되고 그럴 수밖에 없다는 식의 접근이 팽배했다”며 “이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노후보장 강화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더 내기만 하는’ 국민연금 개혁안 성토, ‘더 내고 더 받고’로 바뀌나

▲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9월1일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의 국민연금 개혁방안 공청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에서 재정계산위 규탄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재정계산위원회 보고서와 별도로 ‘노후 소득 보장 강화’ 중심의 보고서를 별도로 마련해 정부에 제출하겠단 계획도 세웠다.

남 교수는 4일 뉴시스 등 언론과 통화에서 “우리는 공적연금을 보험, 수리적 접근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각 세대가 서로 생산적으로 선순환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지를 상상하면서 연금제도를 바꿔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득대체율과 관련해선 “지금 소득대체율을 40%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연금 가입자들의 실제 가입 기간이 평균 20년에 못 미치기 때문에 실질 소득대체율은 20%대에 머문다”며 “100만 원 벌던 사람한테 퇴직 후에 ‘20만 원 주고 살아라’ 이건 심하니까 30~35만 원 정도를 주려면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가를 제시하고 그래야 국민들도 협조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