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두고 정부와 엘리엇 법정공방 지속, 로이터 "패배 예상된 싸움"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월1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후속조치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정부가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를 상대로 삼성물산 합병 문제에 관련한 법정공방을 계속 이어가기로 한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이 재벌 개혁을 추진할 의지가 없다는 점을 전 세계에 보여줌으로써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더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것이다.

4일 로이터에 따르면 한국과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법정공방 재개가 양쪽에 모두 패배를 안기는 선택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는 논평을 내고 “윤석열 정부의 항소는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은 시도”라며 “(항소 이유에) 설득력이 부족한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고 바라봤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박근혜 정부가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을 압박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다는 점을 들어 한국에 국가 상대 소송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불리하게 산정돼 엘리엇매니지먼트를 비롯한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국제투자분쟁 중재법원은 엘리엇 측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한국 정부가 약 13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에 반발해 항소 절차를 밟고 있다.

로이터는 “한국이 항소에 실패한다면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선 엘리엇과 법정공방을 지속하는 데 많은 법률적 비용이 필요해 국가 차원의 세금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삼성 경영진과 박근혜 정부 인사의 부패 수사에 중점적인 역할을 했던 반면 지금의 움직임은 재벌 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크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될 것이라는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는 결국 한국의 평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엘리엇을 상대로 하는 법정공방과 같은 사례가 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을 의미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주로 한국 정부의 시장친화적이지 않은 정책과 재벌기업 중심의 경제, 불투명한 지배구조 및 의사결정체제 등을 이유로 하고 있다.

로이터는 “전 세계 투자자들은 중국 이외 지역에서 활발히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며 “특히 전기차와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고 바라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자연히 외부 투자자 유입 등으로 수혜를 입어야 하는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약점으로 안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삼성전자 기업가치에 반영된 이익 전망치 대비 주가비율이 12배로 대만 TSMC나 미국 애플 등 경쟁사들과 비교해 최소 60% 정도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한국 코스피200 지수의 연초 대비 상승폭이 대만과 일본 증시를 밑돌고 있는 상황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보여주는 예시로 제시됐다.

결국 한국 정부가 엘리엇 승소 판결에 항소하는 것과 같이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 개혁과 어긋나는 태도를 보인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로이터는 “한국은 엘리엇을 상대로 한 법정공방에서 승리해도, 패배해도 모두 값비싼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패배가 예상된 싸움보다는 더 중요한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