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커리어케어 윤승연 “사외이사 평가 제대로 하려면 외부 전문기관에 맡겨야"

▲ 윤승연 커리어케어 부사장은 사외이사 평가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이 확립된 외부기관으로부터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리어케어>

[비즈니스포스트] “사외이사 평가도 이제 내부에서 관행적으로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기준을 토대로 공정하게 실시해야 합니다.” 

윤승연 커리어케어 부사장은 “이사회의 역할과 권한이 커지면서 사외이사 선임이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며 “이사회와 사외이사의 활동에 대한 외부 전문기관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부사장은 국내 최대 헤드헌팅회사 커리어케어의 인사이트본부 본부장으로 기업의 이사회 운영, 사외이사 선임과 평가의 전문가다. 

- 그동안 사외이사 평가를 어떻게 해왔나?

“사외이사 평가는 일반적으로 자기평가, 상호평가, 이사회 사무국이나 직원 평가로 구성된다. 최근 일부 기업에서 사외이사 선임과 평가 방식을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다수의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셀프 평가’ 중심의 주먹구구식 평가를 계속하고 있다." 

- 기업들이 외부평가는 잘 안 하나?

“외부 평가를 제대로 하려면 이사회 회의록을 통해 이사들의 회의 참석률, 이사회에 상정되는 안건에 대한 의사 결정내용을 살펴봐야 한다. 심층면담을 통해 얼마나 독립적으로, 그리고 충실하게 활동했는지 정성적인 부분까지 감안해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평가하는 기업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왜 그런가?

“외부평가를 안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보안 문제다, 기업들은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면 기업 내부의 중요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사회가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회의 기구이다 보니 외부 평가기관에 정보를 공개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둘째 공신력 있는 외부 평가 기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 이사회에 대해 외부 기관 평가를 의무화하는 법이나 규정은 없나?

“사외이사 자격에 관해서도 이런 사람이 사외이사로 선임되어서는 안 된다는 소극적 요건만 있을 뿐 세세하게 규정한 것은 없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감안한 것 같은데, 이렇게 선임 요건이 구체적이지 않다 보니 사외이사에 대한 외부 평가도 권장사항일 뿐 의무적인 것이 아니고 명문화된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

- 외부에 사외이사 평가를 맡기면 어떤 점이 유리한가?

“최대 장점은 객관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어떤 평가든 여러 이해 관계자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의 관계에서 오는 불편함이 존재한다. 외부기관 평가는 조직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평가의 불편함이나 불공정성을 해소해 준다. 

평가내용과 결과의 객관성을 기대할 수 있고 평가 요건이나 항목 선정, 정량화까지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다. 또 이사회 사무국이나 기업 내 담당 조직이 평가와 관련된 업무 부담에서 벗어나면서 본연의 역할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 헤드헌팅회사가 사외이사 평가의 외부기관으로서 적임자인 이유는 무엇인가?

“헤드헌팅회사는 주요 기업에 사외이사 추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어떤 사외이사를 원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또 추천한 사외이사가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기업으로부터 피드백도 받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사외이사 선임뿐만 아니라 사외이사 평가를 위한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사외이사 선임과 평가가 헤드헌팅회사의 핵심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다. 대다수 글로벌 기업들은 헤드헌팅회사를 통해 이사회 관련 서비스를 받고 있다.”

- 커리어케어의 사외이사 평가 시스템의 차별점이 무엇인가?

“커리어케어는 20여 년 동안 국내외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사외이사를 추천해 왔고, 인재와 리더십에 대한 평가 경험이 풍부하다. 커리어케어의 인재전략컨설팅본부는 어떤 리더가 성과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릴 지 판단할 수 있는 ‘성과창출형 리더십’ 진단을 개발해 기업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커리어케어의 사외이사 평가 지표에는 이 같은 경험과 지식이 녹아 있다.”

- 외부기관으로서 평가에 어려움은 없는가?

“감독당국이 만든 절차와 방법이 있다면 이 가이드라인을 따라가면 된다. 그런데 현재는 권고 사항 정도에 그치고 있어 기업들이 사외이사 평가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 필요한 역량을 갖추었다고 판단해 사외이사로 선임했기 때문에 사외이사 활동을 평가하는 쪽도, 평가를 받는 쪽도 불편해 한다.”

- 사외이사 평가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무엇을 보완해야 하나?

“우선 필요한 것은 감독당국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다. 규정이 만들어져 있다면 기업 관계자들도 사외이사 평가를 적극 도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평가가 제대로 진행되면 이사회가 지금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운영될 될 것이다. 외부기관에 사외이사 평가를 맡길 때 기업이 우려하는 정보 보안 문제는 공시제도의 강화를 통해 보완돼야 한다. 외부 기관이 공시자료만으로도 사외이사 활동의 상당 부분을 가늠하고 평가할 수 있다면 기업의 보안 우려는 많이 해소될 것이다.”

- 앞으로 사외이사 평가가 더욱 중요해질까?

“이사회 역할이 강화되면 강화될수록 이사회와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사외이사의 권한과 책임이 막중해질수록 이를 견제할 장치도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견제를 위한 균형, 이를 위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