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에너지 시대] 특별법 최초 발의 김성환 의원, “기후위기 극복하려면 새 에너지 체계 필요”

▲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지구?’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 들어서며 무심결에 읊조렸다.

집무실 가운데에는 응접을 위한 커다란 원탁이 놓여 있었고 원탁에서도 한 가운데 놓여 있는 큼지막한 지구 모형이 자연스레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곳곳에 놓인 다양한 크기와 빛깔의 지구 모형까지 더해져 김 의원의 집무실 공간은 마치 하나의 작은 우주를 연상시켰다.

비즈니스포스트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에너지법)’과 관련해 김 의원의 생각을 듣기 위해 6월30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눈길 닿는 곳마다 지구가 보이는 집무실은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부터 10년 넘게 에너지 전환에 목소리를 내 온 김 의원의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직접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왜 그리 오랜 시간 에너지 전환에 공을 들여 왔는지, 왜 분산에너지법을 발의했는지.

김 의원은 20여 년 전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 이야기를 꺼냈다.

“노무현 대통령 때 청와대 정책실에서만 비서관으로 5년을 일했다. 아무래도 정책을 다루다 보니 국가의 정책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고민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아직 기후 문제가 크게 주목받는 시기는 아니었지만 당시부터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생각했고 어떤 실천을 해야 하나 고민했다.”

김 의원은 이후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 노원구청장으로, 2018년부터는 국회의원으로 일하며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정책 구상을 펼칠 기회를 얻는다.

“구청장으로 일할 때는 아무래도 한 자치구에서 산업 등 분야를 다룰 수 없어 베란다 태양광, 에너지 제로 주택 등 정책을 마련했었다. 국회의원이 돼서도 에너지 전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로 왔고 지금까지 상임위를 바꾸지 않고 계속 활동하고 있다.”
 
[분산에너지 시대] 특별법 최초 발의 김성환 의원, “기후위기 극복하려면 새 에너지 체계 필요”

▲ 2017년 12월7일 김성환 노원구청장(왼쪽 두 번째)이 서울 노원구 '노원 에너지제로 주택 오픈하우스'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에게 에너지현황판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원의 노력으로 분산에너지법은 올해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내년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분산에너지법은 김 의원이 2021년 7월에 최초로 발의했다. 하지만 2023년 5월 국민의힘에서도 분산에너지법 발의가 나왔고 이후 여야 합의를 거친 산자위 위원장 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된다.

여야 합의를 거치면서 분산에너지법은 김 의원의 최초 발의안과는 다소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최초 발의와 달라진 분산에너지법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아쉬웠냐 질문을 던졌다.

김 의원은 바로 분산에너지의 범위에 중소형 원자력발전사업(SMR)이 포함된 점을 꼽았다.

그는 원전이 한두 세대의 편안함을 위해 수백만 년을 보관해야 하는 핵폐기물을 배출하는 데다 대규모 사고의 위험성까지 있는 만큼 탈탄소를 위한 에너지 전환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꾸준히 목소리를 높여 왔다.

“중소형 원자력발전사업을 분산에너지에 포함하는 일은 양심상 허용이 안 됐다. 하지만 이거 붙잡고 있다가는 법안 통과 자체가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로도 중소형 원전이 설치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보고 원자력안전위원회 허가 등 조건을 다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김 의원은 지역별 전기요금제의 도입, 한국배전감독원 설치의 무산 등도 최초 발의안과는 차이가 있는 만큼 최대한 보완 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봤다고 설명했다.

“지역별 전기요금제는 국민의힘이 제안했다. 에너지 접근 측면에서의 평등에 균열이 올 수 있는 만큼 수도권 등 특정 지역이 전기를 비싸게 쓴다기보다는 발전원에서 가까운 지역에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보완했다. 발의안에서 제안했던 한국배전감독원 설치를 놓고는 지금 꼭 필요하냐는 지적이 나왔는데 법안에서 핵심이 아닌데다 나중에 제도를 마련해도 늦지 않겠다고 생각해서 뺐다.”
 
[분산에너지 시대] 특별법 최초 발의 김성환 의원, “기후위기 극복하려면 새 에너지 체계 필요”

▲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분산에너지법은 기존의 법을 고친 개정법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 만들어진 제정법이다. 법의 구체적 내용을 담을 시행령, 시행규칙과 같은 하위법령도 새로 마련돼야 한다는 의미다.

산업부는 분산에너지법 시행에 맞춰 시행령 등을 마련하면서 올해 안에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종합대책도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김 의원은 시행령 등을 통해 특히 ‘분산에너지특화지역’ 제도가 실효성 있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산에너지특화지역은 지정된 지역에 현행 전기사업법에 따른 전력거래 등 규제에서 예외를 인정해주는 제도다. 분산에너지법은 제33~44조를 통해 분산에너지특화지역 제도를 규정하고 있으나 지정 절차, 규제특례 등 구체적 내용은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분산에너지특화지역은 몇 년 전부터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이 발생하고 있는 제주도를 염두에 뒀다. 제주도와 같은 곳에서 재생에너지 출력제한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간헐성 문제도 극복할 수 있는 실험이 제도화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앞으로 시행령 등으로 마련될 분산에너지특화지역 제도의 핵심일 것이다.”

분산에너지법의 제정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대규모 발전시설에 맞춰진 중앙집중형 체계를 바꾸는 시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시작'인 만큼 앞으로 가야할 길도 많다.

김 의원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체계의 변화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노력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도 짚었다.

“현재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는 기후위기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면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와 단절하고 햇빛, 바람을 이용하는 에너지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변화하는 체계에 걸맞게 새로운 제도를 정비하는 노력도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인터뷰를 마친 뒤 김 의원과 인사를 겸해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이때 집무실 곳곳에 놓인 지구 모형에 담긴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가 나라에는 애국심, 고향에는 애향심 같은 말은 많이 하는데 정작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사랑하자는 말은 거의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 ‘애구심(愛球心)’이 아닐까요?”
 
[분산에너지 시대] 특별법 최초 발의 김성환 의원, “기후위기 극복하려면 새 에너지 체계 필요”

▲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집무실에 놓인 지구 모형. <김성환 의원실>

◆ 김성환 의원은 누구?

김 의원은 1965년생으로 전남 여수시 거문도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로 올라와 창서초등학교, 중동중학교, 한성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에는 1987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재야담당 학생대표를 맡는 등 학생운동을 했고 이후 1992년 신계륜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 노원구 구의원, 1998년에 노원구를 지역구로 서울시의원에 당선됐고 노무현 정부 때는 청와대에서 정책조정비서관으로 일했다.

노무현 정부 내내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으로 일한 김 의원을 놓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386세대는 정무, 민정은 탁월하지만 정책 만드는 일을 잘하는 이는 별로 없는데 김성환이 유일한 예외”라고 평가한 바 있다.

2010년에는 노원구청장에 당선됐고 재선까지 성공한다.

김 의원은 노원구청장 시절에 찾아가는 복지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으며 2013년에는 자살예방 조례로 보건복지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선정하는 복지행정상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에너지 제로 주택, 베란다 태양광 등 에너지 관련 정책도 꾸준히 내놓았는데 2017년에 문재인 전 대통령은 노원구의 에너지 제로 주택을 둘러본 뒤 “노원구는 잘하는 것이 많다”고 칭찬했다.

2018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이 된다. 2020년 총선까지 당선에 성공해 재선의원이 된 뒤에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원내 수석부대표, 정책위원회 의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상호 기자
 
[편집자주] 국내 에너지 체계에 커다란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기존에 전력은 화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 등 대규모 시설에서 생산돼 전력거래소가 운영하는 전력시장과 한국전력공사의 송배전망 등을 거쳐 공급돼 왔다.

하지만 이제는 각 가정에도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할 수 있을 정도로 소규모 발전원이 보편화되는 추세인 데다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요구하는 세계적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에너지 시장의 환경 변화에 맞춰 새로운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에서는 올해 5월 국회에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기존의 중앙집중형 체계에서 변화를 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지방자치단체과 기업들은 에너지 체계의 변화를 앞두고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는 분산에너지법이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기업들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지방자치단체는 어떤 노력을 들이고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분산에너지 시대](1) 송전탑 갈등 줄이고 지역경제 살리고, '탈탄소 전력' 기반
[분산에너지 시대](2) 분산에너지 특별법 발의, 김성환 민주당 의원 인터뷰
[분산에너지 시대](3) 전력 거래가 가능해진다, 분산에너지법에 기업도 '들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