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오세훈 서울시장이 압구정3구역 설계공모 지침 위반에 적극 대응하면서 도시정비시장 과열경쟁 단속에 칼을 빼들었다.

하반기 압구정과 한남동, 송파구 등 서울 ‘상급지’에서 대형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을 준비하는 건설사들의 눈치싸움도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오세훈 재건축 수주전 과열경쟁 정조준, 서울 도시정비 눈치싸움 심해지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시정비시장 과열경쟁 단속에 칼을 빼들었다. 하반기 압구정과 한남동, 송파구 등 서울 ‘상급지’ 대형 재건축, 재개발단지 수주전을 준비하는 건설사들의 눈치싸움도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사진은 압구정3구역 재건축 신속통합기획 조감도. <서울시> 


24일 정비업계 안팎에 따르면 서울시는 현재 도시정비사업 공모과정 부당행위에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설계공모 지침 위반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압구정3구역과 같은 사례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압구정3구역 사안을 계기로 정비사업 공모과정 부당행위에 촘촘하게 규정을 준수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사법적 부분의 처벌은 사법기관에 요청하고 행정적 사안은 시에서 과태료 등으로 조치할 수 있는 부분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방침은 설계공모뿐 아니라 시공사들의 수주전 과열경쟁에도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1일 YTN 이브닝뉴스에 출연해 압구정3구역 설계공모 논란에 강경대응하는 것과 관련해 “(서울시는) 앞으로 재건축, 재개발해야 할 곳이 100군데가 넘는다”며 “이번에 시장질서를 확실하게 잡지 않으면 계속해서 더 큰 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서울시가 칼을 빼들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자체가 건설사, 설계사 등 사기업들의 경쟁에 지나치게 관여할 수 없어 묵인해왔던 태도를 바꾸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해 한남뉴타운의 한남2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 대우건설이 시 건축심의위원회에서 승인한 최고 높이 90m를 넘어서는 118m 설계안으로 시공사로 선정됐을 때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에서 정한 용적률과 임대주택 포함 지침을 따르지 않은 희림건축 컨소시엄을 선정하자 조합투표 결과가 무효라며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시는 앞서 희림건축 컨소시엄을 업무방해 및 입찰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하고 공모절차 중단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14일 압구정3구역 관련 브리핑에서 “설계사와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공모 당선만을 목표로 하는 과대포장, 무책임한 낚시성 계획안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압구정3구역은 오 시장의 핵심 정책인 신속통합기획 대표적 단지라는 점에서 서울시가 더욱 논란 차단에 적극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강남 한강변 대단지 재건축으로 전체 도시정비시장에서 상징성이 큰 사업장이라는 점을 짚기도 한다.

올해 하반기 서울 도시정비시장은 압구정부터 한남동, 송파구 등 노른자위 지역에서 대형 수주전이 펼쳐질 예정이다.

우선 강남 한강변 최대 재건축지역으로 꼽히는 압구정2~5구역은 10일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되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압구정아파트지구 재건축단지들은 7월부터 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일부 개정안의 혜택도 받는다.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일부 개정안에서는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시기를 기존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변경했다.

이례적으로 설계공모 단계에서부터 과열경쟁에 불이 붙은 압구정3구역은 압구정 현대아파트(1~7·10·13·14차)가 모여 있는 구역이다. 재건축을 통해 한강변 5800세대 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며 압구정 아파트지구 전체로는 1만2천 세대 규모 초고층 미니 신도시가 계획돼 있다. 

압구정3구역은 추정 공사비가 2조7천억 원 수준이다. 부동산 경기침체에 아파트시장 양극화가 더 심화되면서 강남권시장이 상승분위기로 돌아선 데다 한강변 대단지의 상징성 등 측면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격전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의 한남4·5구역 재개발사업도 물밑 수주전이 벌써 치열하다. 

한남뉴타운도 재개발이 완성되면 1만2천 세대가 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바뀔 예정이다. 올해 시공사 선정 절차에 들어가는 한남5구역은 DL이앤씨가 적극 나선 가운데 GS건설, 삼성물산, SK에코플랜트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남4구역도 삼성물산과 GS건설 등의 경쟁 가능성이 점쳐진다.
 
오세훈 재건축 수주전 과열경쟁 정조준, 서울 도시정비 눈치싸움 심해지나

▲ 한남3구역 재개발지역 모습. <연합뉴스>


한남뉴타운은 앞서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등의 수주전 과열로 문제가 됐었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특별점검에 나선 끝에 결국에는 시공사 선정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했다.

서울시는 당시 건설사들이 내건 사업비와 이주비 등과 관련한 무이자 지원, 분양가 보장, 임대주택 제로 등 제안이 재산상 이익 제공을 금지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일부 건설사는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을 어긴 혁신설계안을 내놓아 수주전을 과열시켰다.

2019년 11월에는 한남3구역 수주전에 참여한 DL이앤씨, GS건설, 현대건설 등 3개 건설사가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서울 송파구도 올해 하반기 도시정비 수주전이 펼쳐질 지역이다. 송파구에서는 잠실역 도보권의 장미1~3차(4천여 가구)를 비롯해 안양2차, 송파미성, 잠실5단지, 잠실우성, 가락미륭아파트 등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상태로 건설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 도시정비시장은 과거에도 강남권을 중심으로 대형 수주전에서 과열경쟁 문제가 불거진 사례가 적지 않다.

서울시는 2017년 반포주공1단지 등을 비롯한 강남 재건축단지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건설사들의 경쟁이 과열되자 국토부와 합동 현장점검을 추진하고 금품·향응 등 불법행위에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을 내렸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당시 DL이앤씨, 대우건설, 롯데건설, GS건설, 삼성물산, 포스코이앤씨,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건설사 8곳을 불러 주의와 함께 자정노력을 촉구했다.

당시 대형 건설사들은 정부 방침에 동참해 2017년 10월 ‘도시정비사업 공정경쟁 실천 결의대회’를 열고 재건축 수주전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 뒤로도 조합원에 금품·향응 등을 제공하고 과도한 이주비 지원 등을 내거는 관행이 계속됐다.

서울시는 2020년에 반포3주구와 신반포21차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도 재개발·재건축사업의 불공정행위, 과열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서초구와 함께 합동 지원반을 구성해 운영했다. 서울시는 합동 지원반을 통해 입찰제안서 내용의 위반여부를 집중 점검하고 신고센터, 단속반 활동 등을 지원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도시정비사업은 사업성을 예민하게 따지는 선별수주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다만 압구정3구역과 같이 상징성이 큰 곳은 사업성에 관계없이 수주에 관심을 보이는 건설사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