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 전장분야 역량 강화 지속, 정철동 주력사업 ‘마지막 퍼즐’ 맞춘다

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전장부품 사업부에 고급 기술인력을 대거 충원해 주력사업으로서 확고한 기반을 다질 채비를 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LG이노텍이 전장부품 사업부에 석·박사 학력을 지닌 고급 기술인력을 대거 충원했다.

정철동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은 기술인력 확충을 통해 전장부품 사업의 역량을 카메라모듈을 비롯한 광학솔루션과 반도체 기판 사업 만큼 끌어올리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올해 연간 영업흑자 전환이 유력하게 전망되는 전장부품 분야를 3대 사업축으로서 성장궤도에 올리기 위해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의 전장부품 사업은 지난해 16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해에는 연간 86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내년에는 영업이익 231억 원을 내면서 궤도에 올라갈 공산이 크다”고 바라봤다.

전장부품 사업은 그동안 영업적자를 내며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했지만 정철동 사장이 꾸준히 키워온 사업분야다.

정 사장이 전장부품을 키우기 위해 뚝심을 보인 것은 LG이노텍의 편중된 사업구조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기준 LG이노텍의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80%를 넘는 부분이 광학솔루션에서 나오고 있으며 기판소재가 8%, 전장부품이 7%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광학솔루션 사업의 비중이 높은 데다 고객사도 글로벌 거대 기업 애플에 치중돼 있어 안정적 실적을 이끌어가는데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과거 일본 히타치와 도시바, 소니의 디스플레이 사업을 통합해 2012년 출범한 JDI의 경우 LG이노텍과 마찬가지로 애플 의존도를 높여갔다가 어려움을 겪은 기업으로 꼽힌다.

JDI는 애플의 아이폰에 들어가는 LCD(액정표시장치)를 주로 공급하면서 일본 최대 디스플레이업체로 성장했지만 애플이 2017년부터 일부 아이폰 모델에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를 채용하면서 JDI의 아이폰용 LCD 납품 물량이 줄어들자 내리막 길을 걷게 됐다.
 
LG이노텍 전장분야 역량 강화 지속, 정철동 주력사업 ‘마지막 퍼즐’ 맞춘다

▲ 경기 평택 진위면에 위치한 LG이노텍 공장 모습. < LG이노텍 >

정 사장으로서는 애플 편중에 따른 불확실성을 낮추고 고부가 전장부품 생산을 위한 기술고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고급 기술인력 확대가 반드시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LG이노텍은 최근 차량용 배터리관리솔루션(BMS)와 전기차용 제어기 하드웨어(HW) 등 전장부품과 관련된 연구개발(R&D) 9개 분야, 제조 생산기술 5개 분야 등에서 석·박사 학력을 지닌 신입 직원 및 경력사원을 충원했다.

정 사장은 이처럼 전장부품 관련 연구개발 인력을 강화함으로써 성장하는 미래차 시장에 올라타 전장부품 분야를 단단한 사업축 가운데 하나로 세우려는 의도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와 리서치앤드마켓 등의 전망을 종합하면 부품을 포함한 세계 전장사업 시장규모는 2024년에 약 500조 원, 2028년에는 약 88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사장은 그동안 수익성이 나지 않거나 미래 전망이 밝지 않은 사업을 정리해왔지만 전장부품 사업의 성장성은 눈여겨 보고 연구개발을 강화해왔다.

LG이노텍은 2016~2018년 3년 동안 전장부품사업부에서 해마다 1개씩 연구개발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철동 사장 취임 뒤인 2019년과 2020년에는 전장부품사업부에서 각각 2개, 9개의 연구개발 성과가 나왔다. 2021년에도 6개, 2022년에도 8개나 됐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에만 전장부품과 관련해 4개의 연구개발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

정 사장은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뒤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계열사들에서 미래차 사업에 강하게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는 점을 고려해 전장부품 사업에 힘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LG전자가 적자에 시달리던 전장사업이 궤도에 오른뒤 주력 사업으로 큰 것을 확인한 만큼 정 사장으로서도 믿음을 갖고 꾸준히 사업을 밀어붙이려는 것으로 읽힌다.

수주산업은 일반적으로 처음에 고객사를 확보할 때까지는 어려움을 겪지만 기술력을 인정받아 일정 수준에 다다르게 되면 선별수주를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정 사장은 올해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전장부품 사업부를 주력 사업으로 키워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정 사장은 “차량 카메라, 라이다, 파워모듈 등 전기차 및 자율주행 부품 사업을 새로운 기업 성장 축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