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GS건설 인천 검단아파트 사고의 파장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 여파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것처럼 상당기간 후유증을 겪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GS건설은 부실시공 이미지와 단지 전면 재시공 결정에 따른 손실비용 부담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사고 여파가 신용등급 등 재무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GS건설 검단아파트 여파 길어지나, '전면재시공' HDC현산 전례 살펴보니

▲ GS건설은 부실시공 이미지와 단지 전면 재시공 결정에 따른 손실비용 부담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바닥을 쳤다. 사고 여파가 신용등급 등 재무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GS건설은 검단아파트 전면 재시공 등과 관련 유동성 리스크를 걱정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GS건설은 3월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3조6천억 원 규모로 사고수습 비용 자체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 원자재값 상승 등 건설업계 전반의 사업환경이 좋지 않은 가운데 부실시공 사고가 발생하면서 금융시장 투자심리가 악화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GS건설을 두고 앞으로 현금흐름의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바라봤다.

GS건설 분기보고서와 신용평가업계 자료에 따르면 GS건설은 2023년 3월 말 기준 주택사업 관련 지급보증이 2조9018억 원 규모다. 이 가운데 2023년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약 1조3천억 원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회사의 차입금은 5조3770억 원, 부채비율은 236.7%다.

김 연구원은 “GS건설은 2분기 대규모 충당금 반영 뒤 실적은 3분기부터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당초 주택사업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가 분기당 3천억~4천억 원으로 분산돼 있어 보유 현금으로 충분히 대응이 가능한 구조였지만 검단 사건으로 현금 흐름에 변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2년 초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 사태에 이어 이번 GS건설 인천 검단아파트 사고와 전면 재시공 결정으로 주택사업을 영위하는 건설사에 관한 우려가 재차 부각됐다”며 “최악의 상황으로 GS건설 현장 83곳 점검에서 중대한 과실로 전반적 주택사업장에 공정, 안전 강화가 요구되면 건설사들의 주택, 건축부문 원가율 부담은 더 가중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이미 GS건설의 인천 검단아파트 전면 재시공 결정과 관련해 직접적 비용부담 외에도 회사 신용도에 미칠 파급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자본시장 접근성이 약화되면 현금흐름 및 재무구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앞서 GS건설의 전면 재시공 결정 발표 뒤 보고서에서 자금소요 규모와 수주 등 영업경쟁력 약화 가능성,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상황 등을 모니터링해 신용도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최근 보고서에서 “과거 유사한 사례를 볼 때 대외 신인도 하락 및 부정적 행정처분 전망 등 요인으로 GS건설에 관한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있다”며 “이런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차환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고 회사의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안전 관련 이슈가 부각되고 있는 점은 신용도에 부담요인"이라며 "브랜드인지도 약화에 따른 자본시장 접근성 저하는 차입금 및 PF우발채무 등 재무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 전면 재시공 선례를 남긴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신축공사현장 붕괴사고 뒤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됐다. 사고 대응과정에서 차입부담이 늘어난 점과 행정처분 관련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화정아이파크 사고 뒤 도시정비시장에서 시공계약 해지와 퇴출운동이 벌어지고 분양일정, 신규수주 등에 차질을 빚는 등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졌다. 여기에 주택경기 악화, 원자재값 상승 등이 겹치며 2022년 영업이익도 2021년보다 57.4% 감소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들어서는 자체주택사업 성과 등에 힘입어 사업이 정상화되고 있다. 2023년 3월 말 기준 주택사업 분양률이 98.3%에 이른다.

올해 1분기에는 실적도 흑자전환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3년 1분기 매출 1조749억 원, 영업이익 501억 원을 거뒀다. 매출은 2022년 같은 기간보다 57%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사고 이전 힘을 싣던 광운대역세권 등 복합개발사업도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GS건설 검단아파트 여파 길어지나, '전면재시공' HDC현산 전례 살펴보니

▲ HDC현대산업개발이 전면 재시공을 위한 철거 사전작업을 마무리 짓고 있는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현장 모습. < HDC현대산업개발 > 


하지만 화정아이파크 사고 관련 행정처분 결과에 따른 사업과 재무부분 불확실성이 상존하면서 신용등급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22년 9월 HDC현대산업개발의 무보증사채 등에 관한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내렸다. 이전까지 ‘안정적’이었던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바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그 뒤 올해 6월 HDC현대산업개발이 2023년 여러 주택현장들에서 원활한 분양대금 회수로 재무안정성이 개선되고 있는 추세라고 평가하면서도 신용등급은 ‘A/부정적’을 유지했다.

한국신용평가도 화정아이파크 사고 영향과 주택경기 저하 등에 따른 사업변동성이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올해 6월 HDC현대산업개발 회사채 신용등급 및 전망을 ‘A/부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GS건설 역시 전면 재시공 결단과 별개로 남아있는 경영환경과 실적 전반의 불확실성이 문제다.

GS건설은 ‘자이’ 브랜드 평판 하락에 따른 수주경쟁력 훼손, 벌금 또는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 가능성을 안고 있다. 국토부가 GS건설 사업장 83곳에 관한 안전점검을 진행하고 있어 다른 사업장에서 추가 부담 발생 가능성도 남아있다.

GS건설은 검단아파트 17개 동 전면 재시공 비용 5500억 원을 손실로 반영하면서 당장 2분기 영업이익이 손실 3600억 원대로 적자전환한 것으로 추정됐다. 기존 증권사의 2분기 영업이익 평균추정치는 1700억 원대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2년 1월11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공사현장 외벽 붕괴사고 뒤 2021년 4분기 실적에 사고에 따른 손실 추정액 1700억 원 규모를 반영했다. 그 뒤 2022년 5월에는 화정아이파크 8개 동 전체 철거와 재건축을 결정하면서 2천억 원가량을 더 투입해 사고 관련 손실충당금 규모가 3700억 원 규모에 이른다.

기업가치 역시 단기간 회복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GS건설 주가는 4월29일 인천 검단아파트 사고 전에는 2만1천 원 수준을 보였는데 7월5일 재시공 발표 뒤 주가가 1만4천 원대로 떨어지면서 20년 전 가격으로 돌아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2년 1월11일 사고 전 주가는 2만5천 원대였는데 최근 주가는 1만 원대를 보이고 있다. 11일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1만88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