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 사업역량 강화, 박지원 수소시대 향해 일보 전진

▲ 두산에너빌리티가 수소터빈 사업으로 나아가는 데 속도를 붙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이 ‘수소 시대’를 대비한 사업 역량을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박 회장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사업구조를 친환경에너지 기기 쪽으로 개편하며 체질전환을 꾀하고 있는데 가스터빈에서 사업역량을 강화하며 다음 단계인 수소터빈 분야 잠재력도 한결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두산에너빌리티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가스터빈 사업에서 최근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면서 궁극적 지향점인 수소터빈 사업으로 나아가는 데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터빈 사업은 박지원 회장의 뚝심이 빛을 발휘한 분야로 꼽힌다. 외국산에 의존해야 했던 가스터빈 분야에 뛰어들어 국산화에 성공한 뒤 2026년 연매출 3조 원을 기대할 수 있는 성장사업으로 일궈냈기 때문이다.

2013년 두산에너빌리티(당시 두산중공업)는 정부 지원을 받아 국책과제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을 추진하며 자체적으로 1조 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스터빈 개발에 뛰어들기 전까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독일 지멘스, 일본 MHPS(미쓰비시와 히타치의 발전 합작사), 이탈리아 안살도 등 단 4곳만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미 기술력에서 월등한 유수의 회사들을 앞에 두고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것인 만큼 박지원 회장(당시 부회장)이 가스터빈 개발을 본격화하려 하자 그룹 내부에서 만류도 많았다고 전해진다. 

당초 박 회장은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이탈리아 안살도를 인수해 가스터빈 사업을 시작하려 했지만 이탈리아 의회의 반대에 부딪히며 독자개발로 선회하게 됐다. 
 
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 사업역량 강화, 박지원 수소시대 향해 일보 전진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사진)이 가스터빈 사업 역량을 강화해 수소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일본 MHPS는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을 꺼려 독자개발을 포기하면 부품 발주를 늘리겠다며 회유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했다. 

박 회장은 이 때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할 수 있을까 하는 오랜 고민 끝에 결정한 프로젝트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며 "가스터빈 개발에 참여한 모든 이에게 감사와 격려에 박수를 보낸다”고 적으며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박 회장이 뚝심으로 일군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 사업은 기술 국산화에 이어 사업화에서도 한 걸음 전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6일 한국중부발전과 2800억 원 규모 보령신복합발전소 주기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보령신복합발전소에는 한국형 표준 가스복합 모델이 최초로 적용되는데 여기에 두산에너빌리티의 380MW규모 H급 초대형 가스터빈이 탑재된다. 

가스터빈은 용량에 따라 소형(20~99.9MW), 중형(100~214.9MW), 대형(215~299.9MW), 초대형(300MW 이상)으로 구분한다. H급은 1500℃ 이상의 고온을 견딜 수 있는 초내열 합금 소재로 제작한 고효율 터빈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380MW규모 초대형 발전용 가스터빈을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기술개발 노력이 수주로도 결실을 맺기 시작한 셈이다. 
 
가스터빈은 수소터빈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소경제 생태계 구축에도 요긴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다. 

가스터빈은 연소기 노즐 및 일부 부속설비 변경을 통해 탄소배출 저감이 가능한 수소터빈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수소터빈은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를 혼합 연소(혼소)하거나 수소만을 연소(전소)하기 때문에 탄소배출을 줄이거나 아예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번에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스터빈을 공급하는 보령신복합발전소는 수소복합발전소 전환 계획이 마련돼 있다. 

또 두산에너빌리티가 암모니아 활용 기술을 확보하고 암모니아를 발전원으로 하는 가스터빈을 개발하고 있는 것도 수소경제를 내다 본 사전작업으로 볼 수 있다. 

암모니아는 수소와 질소가 결합한 화합물로 순수한 수소보다 저장·운송에서 용이한 측면이 있다. 

기체 상태의 수소를 액화수소로 만들려면 영하 253℃ 아래로 냉각시켜야 한다. 반면 암모니아가 액화하는 온도는 영하 33℃에 불과하다. 

암모니아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고 암모니아 자체로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는 만큼 수소경제 시대에 암모니아의 쓰임새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 가스터빈 사업역량 강화, 박지원 수소시대 향해 일보 전진

▲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한 가스터빈.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는 암모니아사업을 위해 국내외 기업들과 협력기반을 다지고 암모니아를 가스터빈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암모니아 활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문을 계기로 베트남 현지 발전사들과 ‘친환경 연료전환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는데 여러 협력방안 가운데 암모니아 혼소 사업을 추진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소경제 시대의 도래를 바라보며 장기적 계획에 따라 사업구조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수소사업 확대는 두산그룹 차원에서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풍력발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을 활용해 전기를 만들어 수전해 방식으로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수소액화플랜트 사업을 통해 수소 유통에도 관여하고 있다. 상온에서 기체 상태인 수소는 질량 대비 에너지밀도는 높은 반면 매우 큰 부피를 차지하기 때문에 기체 상태에서는 저장·운송에서 비효율적이다.

수소를 액체 상태로 만들면 기체 상태일 때와 비교해 부피가 8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어 저장과 운송에 유리해 진다. 이 때문에 수소액화플랜트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핵심 시설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수소가 적용되는 가스터빈은 수소연료전지와 함께 수소 활용 부문을 담당한다.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활용 등 대부분의 영역을 두산에너빌리티가 내재화하고 있는 셈이다. 

박 회장은 가스터빈 사업을 통해 액화천연가스 발전과 수소 혼소 발전, 더 나아가 수소 전소 발전으로 나아가며 이익을 확대함과 동시에 수소경제 선두기업으로서 면모도 갖춰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가스터빈 수요도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초 발표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LNG발전과 수소 혼소 발전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노후 석탄발전소 28기(14.1GW)의 LNG 발전소 전환, LNG발전소 5기(4.3GW) 신규 건설 등 설비용량 기준 2023년 43.5GW에서 2036년 62.9GW로 LNG발전소를 증설할 계획도 세웠다. 

수소 발전은 50% 혼소 등을 통해 2030년 6.1TWh, 2036년 26.5TWh로 발전량을 빠르게 늘려간다.

정연인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언론 배포자료를 통해 "대한민국 가스복합발전의 표준을 제시하는 국내 첫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며 "회사의 역량을 총 동원해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이를 통해 국내 가스터빈 산업 생태계 활성화는 물론 해외 시장 진출의 초석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