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 원양어업의 아버지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돈을 벌기 위해 원양어선에 탄 농부의 아들이 동원그룹과 한국투자금융지주라는 두 그룹의 발판을 닦은 이야기는 아직까지도 많은 직장인과 사업가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김재철 회장의 장남 김남구 회장도 한국투자증권(구 동원증권)을 국내 대표 증권사로 키워내며 일가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아버지 김재철 회장의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차남 김남정 부회장은 앞으로 어떤 이름으로 기억될까?
어쩌면 연어 육상양식을 이끈 사람으로 알려지게 될지도 모른다.
연어는 일식과 양식에서 횟감과 구이용으로 인기가 많은 고급 어종이다. 이론적으로는 양식어종의 정점에 있는 광어보다 상업성이 뛰어나다.
그러나 노르웨이 스코틀랜드 등 극지의 바다에서만 키울 수 있어 생산량을 늘리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어를 죽이는 기생충 '바다 이'의 피해로 글로벌 연어 수급이 불안지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기생충을 죽이기 위해 뿌리는 살충제 역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 연어가 한국까지 오려면 국제 항공유 가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2021년 이후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연어의 운송비용이 늘었고 2022년부터는 최단 루트였던 러시아 항로까지 전쟁으로 막히면서 운임비가 더 늘었다.
연어 가격은 2022년 초 1kg당 1만 원 수준이었으나 2023년까지도 2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수산업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지 모르는 연어 육상양식에 기대를 거는 것이다.
국내 연어 시장을 보면 2014년 2600억 원 규모였던 수입액이 2022년 7760억 원 수준으로 커졌다. 또 비싸지만 비행기로 공수한 냉장 연어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기업들은 신선한 연어를 공급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동원산업은 2015년도부터 연어 수입사업을 본격화했는데 이 어종의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이제는 동원산업 수산물 유통의 30%를 책임지는 핵심 어종이 됐다.
그래서 연어를 직접 키우기로 했다. 2020년 당시 정부가 자본집약적 신사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를 허용했는데 여기에 연어 육상양식도 포함됐다.
이에 동원산업은 노르웨이 연어양식 스타트업 새먼에볼루션과 손잡고 연어 육상양식에 나섰고 2024년부터 2천억 원을 투자해 2028년부터는 연간 2만 톤의 연어를 국내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참여할 수 있는 길만 열렸을 뿐 외래 어종인 대서양 연어를 육상에서 대규모로 양식한다는 것은 한걸음 한걸음이 규제와의 싸움일 수밖에 없었으며 현지주민 설득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다행히 2023년 2월 가장 큰 난관이었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면서 앞으로 별 문제가 없다면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완성되는 생산라인에서 대서양 연어 치어를 기르고 이르면 2026년부터 5kg급 2년생 연어 횟감이 국내에 공급될 수 있다.
동원산업과 동시에 육상양식에 뛰어든 신세계푸드 GS건설에서도 연어가 출하되면 연간 4만 톤의 국내 수요가 충족될 수 있다. 연어 자급률이 높아진다면 장기적으로는 수출국이 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세계 연어 시장은 연간 480만 톤으로 세계인의 식탁이 고급화하면서 연어 시장도 점점 커질 전망이다. 750만 톤 규모의 참치 생산량보다는 작지만 더 이상 커지기 힘든 참치산업와 달리 연어산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김남정 부회장은 2023년 신년사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미래에 대해 치열하게 탐색해 제대로 된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혁신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김남정 부회장이 아버지와 큰 형을 넘는 새로운 업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10년 뒤 동원하면 참치가 아닌 연어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