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혼외자 딸 2명을 새로운 친자로 맞이했다. 셀트리온그룹 지분을 상속받을 사람이 더 늘어났다는 뜻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서 회장 후계 경쟁구도가 새롭게 그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혼외자 이슈가 실제로 그룹 경영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 회장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할 뜻을 보인 바 있고 향후 지분 상속이 이뤄지더라도 막대한 상속세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서정진 혼외자 입적으로 셀트리온그룹 지분 더 쪼개지나, 경영권 영향은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사진)이 혼외자 딸 2명을 친자로 맞이하면서 경영권 승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서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는 사람들은 많게는 수천억 원에 이르는 상속세 부담을 지게 될 것으로 점쳐진다. 최근 입적된 딸 2명도 예외는 아니다. 

서 회장은 부인 박경옥 셀트리온복지재단 이사장과 사이에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이사회 의장과 차남 서준석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회 의장을 두고 있었다. 여기에 최근 딸 2명을 더했다. 내연녀 A씨와 사이에서 본 혼외자들을 친자로 인정해 입적시킨 것이다.

재산가 사후에는 혼외자의 상속권을 인정하느냐를 두고 법률다툼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 회장의 딸들은 이미 친자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법적 상속권이 보장돼 있다.

민법에 따른 상속비율은 배우자 1.5, 자식 1로 정해져 있다. 다른 친인척이 상속에 참여하지 않고 이 비율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서 회장 지분은 박 이사장이 11분의 3을, 두 딸을 포함한 각 자녀가 11분의 2씩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그룹 승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룹 지주회사 셀트리온홀딩스 지분의 향방이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 20.04%, 셀트리온헬스케어 24.27%를 각각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 셀트리온은 셀트리온제약의 모회사다. 셀트리온홀딩스 경영권을 갖는 사람이 셀트리온그룹 중심인 셀트리온3사를 지배하게 되는 구조다. 특히 셀트리온3사는 사업 시너지를 위한 합병을 앞두고 있어 향후 셀트리온홀딩스의 지배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 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7.19%를 보유하고 있다. 별개로 작년 기준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11.18%를 들고 있기도 하다. 

셀트리온홀딩스는 비상장법인이라 기업가치를 추산하기 어렵지만 보유한 셀트리온 지분만 따져도 현재 시장가치가 무려 5조 원에 육박한다. 서 회장 자녀들이 셀트리온홀딩스 지분을 나눠서 상속할 경우 개인당 수천억 원대 상속세를 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주가가 오르면 당연히 상속세 규모도 더 커진다.

서 회장의 두 딸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부담하고 셀트리온그룹 지분을 온전히 소유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두 딸 중 장녀는 20대로 유학중이며 차녀는 10대로 알려졌다. 지분을 상속받더라도 경영권을 직접 행사하는 대신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지분 매각 쪽으로 가닥을 잡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런 상속세 문제는 서 회장의 기존 가족에게도 해당된다. 애초 새로운 후계자의 등장으로 인한 분쟁을 논하기보다는 실제로 서 회장의 지분 상속이 가능할지부터 따져보는 게 우선인 셈이다.

셀트리온그룹의 후계 구도 자체가 아직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그룹 경영에서 한 차례 물러날 것을 선언한 2019년 당시 ‘경영 세습’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오너 측은 이사회 의장을 맡는 정도로 관여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후 서 회장 아들들은 계열사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돼 올해 그룹에 복귀한 서 회장과 함께 일하고 있다. 다만 셀트리온홀딩스 및 셀트리온3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아 승계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서 회장이 1957년생으로 아직 젊은데도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내가 죽으면 셀트리온은 사실상 국영기업이 된다”며 “경영권에 관심 없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 회장 지분 상속의 다른 변수는 혼외자 2명을 낳은 내연녀 A씨다. 서 회장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A씨는 지금까지 서 회장에게서 288억 원을 받아갔다. 주식 등을 상속받을 법적 권리도 주장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다만 서 회장은 A씨의 상속을 인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 측은 최근 A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공갈)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A씨가 가져간 돈 중 공갈협박의 증거가 확인되는 금액이 143억 원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