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리모델링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기폭제가 등장할 수도 있다. 조만간 나올 세대 사이 내력벽 철거 관련 용역 결과 얘기다.

세대 사이 내력벽 철거가 허용되면 다양한 평면 구성과 구조 설계가 가능해진다. 노후화가 진행된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에서 리모델링사업이 힘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세대 간 내력벽 철거 용역 결과 발표 임박, 리모델링 시장 기폭제 되나

▲ 세대 사이 내력벽 철거 용역 결과가 곧 발표됨에 따라 찬밥신세로 전락한 리모델링사업에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 사진은 사진은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연합뉴스>


25일 건설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국토부는 ‘리모델링 시 내력벽 실험체 현장재하실험’ 용역 평가를 3월까지 진행해 4월 중에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용역은 2015년 9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발주됐는데 7년 만인 지난해에 마무리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내력벽 부분철거를 두고 안전성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4월 말 용역결과가 발표된 뒤 올해 말이나 2024년 초에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내력벽은 건물의 하중을 견디거나 분산하도록 만든 벽이다. 현행법상 세대 내 내력벽 철거는 가능하지만 가구 간 내력벽 철거는 붕괴 등 안전상 우려로 금지돼 있다. 

건설업계와 리모델링업계는 내력벽 철거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내력벽 철거가 허용되면 다양한 평면 구성과 구조 설계의 다양성 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세대 사이 내력벽 철거 금지가 리모델링 활성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 이유다.

하지만 국토부는 안전성 확보를 이유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관련 업계의 계속된 요구에 관련 용역을 발주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으나 결과 발표를 미뤄왔다.

국토부는 용역을 발주하고 2016년 8월에 재검토로 입장을 바꾼 뒤 2019년 3월까지 발표를 미뤘다. 이 뒤에도 발표를 2019년 하반기로 미뤘는데 지난해 말 연구용역 기한이 종료됐다.

리모델링을 추진하고자 하는 단지들은 용역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은 사실상 국회 논의가 무산된 상황이어서 리모델링업계가 내력벽 철거를 마지막 희망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리모델링사업 활성화를 위해 2022년 1월 ‘공동주택 리모델링과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 한 뒤 같은 해 4월 소관위원회에 상정됐다. 하지만 노후 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의 논의에 밀려 추가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노후도시특별법 등으로 재건축사업에 규제 혜택을 집중하면서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고 있던 단지에서는 주민 사이 갈등 조짐까지 나타났다.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으로 사업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부담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리모델링사업보다 재건축을 선호하고 있다. 주택을 모두 부수고 새로 짓는 만큼 최신 특화설계 등을 도입할 수 있고 상품성이 올라가 재산가치가 더 높아진다는 계산이 깔린 셈이다.  

리모델링사업은 기존 건물의 뼈대를 유지해야 해 재건축사업보다 되레 공정이 까다롭지만 설계 변경에는 한계가 있다. 재건축으로 재탄생한 아파트보다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세대 간 내력벽 철거 용역 결과 발표 임박, 리모델링 시장 기폭제 되나

▲ 거실과 방1개 햇볕이 드는 방향이 위치한 2베이 방식(왼쪽)과 방3개와 거실 모두 햇볕이 드는 방향에 위치해 공간활용도가 높은 4베이 방식(오른쪽). <아이에스동서>

리모델링을 진행하다가 실제 세대 사이 내력벽 철거가 불가능해 왜곡된 평면 구조가 나타나거나 주민 요구대로 설계했다가 위법으로 다시 설계를 변경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 사례가 베이(Bay) 변경이다. 베이는 전면 발코니 기준 기둥과 기둥 사이 공간을 뜻하는데 이것이 많으면 채광이 잘 되고 전면 발코니 확장을 통해 실사용 면적을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신축 아파트는 4베이(Bay) 설계가 적용된다. 세대 사이 내력벽 철거가 가능해야 좌우 확장을 통해 베이 변경이 가능한 데 입주민이 선호하는 4베이(Bay) 설계를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재건축 연한(30년)과 리모델링 연한(15년)이 넘은 아파트들은 대부분 2베이 설계가 적용된 사례가 많다. 이에 따라 효율적 평면 활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세대 사이 내력벽을 철거해도 안전성에 관한 우려는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내력벽 철거를 일괄적으로 막기보다는 사업을 열어주고 더욱 깐깐한 검증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리모델링업계 관계자는 “내력벽을 철거해도 구조검토를 통해 철거구간의 사전보강 등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며 “오히려 전면 철거 뒤 진행되는 재건축사업보다도 까다로운 안전 규정이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리모델링사업의 감리는 기술적 능력이 더 필요하다”면서도 “내력벽 철거에 따른 안전성 우려를 막기 위한 제도를 보완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