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롯데마트 대표)이 제시했던 창고형 할인매장 롯데마트맥스 확대 전략이 사실상 답보 상태에 있다. 

강 대표는 롯데마트맥스 확대를 롯데마트 새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했으나 전략 추진에 뜸을 들이면서 그 이유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롯데마트 창고형 할인매장 전략 '답보', 강성현 확대 안 하나 못 하나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롯데마트 대표)이 창고형 할인매장 롯데마트맥스의 확대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창고형 할인매장 시장의 성장세 둔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부적으로도 선택과 집중에 올인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4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롯데마트맥스의 전국 점포수는 현재 4곳에 불과하다.

2021년 9월 창고형 할인매장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발표했을 당시 목표로 내세웠던 ‘2023년 20개 점포 오픈’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롯데마트가 가장 최근 문을 연 롯데마트맥스는 경남 창원중앙점이다. 이 지점을 개장한 시기는 지난해 3월31일인데 이후로 롯데마트맥스의 추가 출점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사실상 1년 동안 추가 점포 소식이 전해지지 않으면서 롯데마트 내부적으로 롯데마트맥스 확대 전략을 잠정 보류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다.

롯데마트는 그동안 창고형 할인매장 확대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언제 진출하느냐를 놓고 시기만 결정하면 되는 문제일뿐 전략적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는 뜻을 보여왔다.

하지만 1년 내내 새 지점을 열겠다는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을 보면 이 기조는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롯데마트맥스 확대 전략이 롯데마트의 여러 중점 과제 가운데 후순위로 밀린 것이나 다름없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애초 서울 영등포와 금천에 있는 창고형 할인매장 빅마켓을 지난해 말까지 롯데마트맥스로 전환하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었다. 

하지만 빅마켓 두 지점 관계자 얘기를 들어보면 롯데마트맥스 전환을 위해 매장 내외부 인테리어를 재단장하려는 계획이 공유된 적은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 일정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종합해보면 강성현 대표가 과거 내놓았던 창고형 할인매장의 적극적 확대 전략은 사실상 중단됐다고 볼 수 있다.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에서도 롯데마트맥스에 대한 홍보채널은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롯데마트맥스 물품을 구입하려면 롯데마트몰로 이동한 뒤 별도의 배너 클릭으로만 가능하다.

강 대표가 롯데마트맥스에 적극적으로 힘을 싣지 않는 이유를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이 가운데 가장 설득력 높은 분석은 창고형 할인매장의 성장세가 꺾였다는 점이다.

롯데마트가 점포 한 곳을 재단장해 롯데마트맥스로 꾸미려면 최소 수십억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재단장 기간 동안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회비용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고형 할인매장이 높은 성장세를 보인다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투자를 꺼릴 이유가 없다. 하지만 업황의 성장이 둔화하는 분위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마트가 운영하는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홀세일만 하더라도 성장세는 일찌감치 꺾였다. 트레이더스홀세일의 지난해 기존점 점포 신장률은 1분기 –0.2%, 2분기 –0.5%, 3분기 +0.2%, 4분기 –0.4% 등이다.

이마트가 트레이더스사업부에서 낸 영업이익은 지난해 672억 원인데 이는 2021년보다 26.7%나 빠진 것이다.

창고형 할인매장의 절대강자인 코스트코 역시 성장률이 둔화하기 시작했다.

코스트코를 운영하는 코스트코코리아는 지난해 11월에 2021 회계연도(2021년 9월~2022년 8월) 실적을 발표했는데 매출은 5조5354억 원, 영업이익은 1941억 원이었다.

2020년 9월~2021년 8월과 비교해 매출은 3.2%, 영업이익은 9.3% 늘어난 것이지만 매출 성장률이 5%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점에서 성장세가 꺾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코스트코코리아가 한국에 진출한 뒤 매출 성장률 5% 미만을 기록한 것은 2017 회계연도와 2021 회계연도 등 두 차례에 불과하다.

결국 이러한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강 대표가 기존에 발표했던 전략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자칫 큰 투자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롯데마트가 롯데마트맥스의 본질적 경쟁력 확보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한 것이 전략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의견도 있다.

코스트코와 트레이더스홀세일이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비자들에게 선호도가 높은 자체브랜드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자리잡고 있다.

코스트코는 커클랜드라는 브랜드로 고객을 끊임없이 끌어들이고 있다. 트레이더스홀세일 역시 코스트코를 벤치마크해 자체브랜드 ‘트레이더스딜’을 운영했고 이를 2020년 9월 ‘티스탠다드’로 리뉴얼해 선보이기도 했다.

롯데마트 역시 이런 경쟁사들의 행보를 감안해 롯데마트맥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단독상품의 경쟁력 강화를 창고형 할인매장의 성공 포인트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면 롯데마트맥스의 자체브랜드 ‘맥스’에 대한 인지도는 거의 없는 편이다.

강 대표가 지난해 말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롯데쇼핑 슈퍼사업부장(롯데슈퍼 대표)까지 겸임하게 되면서 롯데마트맥스를 꼼꼼하게 챙기지 못하게 됐다는 의견도 일부 있다.

강 대표는 현재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를 함께 이끌며 최우선 과제로 두 회사의 시너지를 꼽고 상품의 통합 소싱 역량을 강화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는 최근 통합 소싱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등을 강조하며 통합 마케팅 행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성장세가 꺾인 창고형 할인매장 사업의 돌파구를 찾는데 시간을 쏟기 보다는 당장 가시적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강 대표로서는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롯데마트맥스 사업을 놓고 좀 더 면밀하게 세부 전략을 점검해 재추진하려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