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온이 상장을 추진할 때 발행할 신주를 모회사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들에게 교환방식으로 제공하기로 하면서 기업공개와 관련한 불확실성을 상당부분 해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겸 SK온 대표이사는 2030년 글로벌 1위 배터리회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 반발을 의식하지 않고 최대의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최적의 상장시점을 고를 수 있게 됐다. 
 
SK온 기업공개 불확실성 해소, 최재원 최적 상장시점 선택 폭 넓어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겸 SK온 대표이사(사진)가 SK온의 상장 시점을 저울질하는 데도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31일 배터리업계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온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내놓은 주주환원 방침에 따라 SK온의 기업공개를 둔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반발이 상당히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이 전날 열린 주주총회 이후 내놓은 주주환원정책에는 향후 SK온 기업공개(IPO) 시점에 SK이노베이션과 SK온 주식의 교환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SK이노베이션이 소액주주를 상대로 한 공개매수를 통해 자기주식을 취득하고 그 대가로 SK온 상장 시 발행할 신주를 교부하겠다는 것이다. 이때 취득한 SK이노베이션 자기주식은 소각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이런 주주환원정책이 마련된 배경에는 물적분할한 자회사의 상장 추진이 모회사 기업가치의 하락 요인이 될 것이란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우려가 깔려 있다. 

정유사업의 성장성이 제한적인 SK이노베이션에서 SK온이 담당하는 전지 사업은 성장 잠재력이 가장 높은 분야로 꼽히는데 SK온이 상장하면 모회사 기업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앞서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되자 LG화학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SK온의 기업공개는 SK이노베이션의 소액주주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안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최 부회장으로서는 기업공개를 마냥 늦출 수도 없다. 전기차 보급이 급속히 확대되며 2차전지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각 지역마다 생산 거점을 두고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해 투자금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SK온은 올해에만 7조 원의 설비투자(CAPEX) 계획을 세웠는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SK온이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3조4667억 원 수준에 머문다. 자금을 제때 조달하지 않으면 계획대로 생산능력을 키우는 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SK온 출범 1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SK온은 최근 5년 동안 매년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하는 전례 없는 성장을 이뤘고 2030년 글로벌 1위라는 원대한 목표를 세워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SK온은 지난해 기준으로 배터리 매출과 출하량 기준 점유율이 각각 6.0%, 6.4%로 모두 세계5위로 기록됐는데 1위 목표를 달성하려면 보다 서둘러 투자금을 유치해 생산능력과 기술력 향상에 나설 필요성이 크다.

물론 당장에 기업공개를 하지 않더라도 투자금을 유치하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전문 투자기관을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여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추진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재무적 투자자들은 상장을 염두에 두고 투자 수익을 회수할 기대를 하는 만큼 결국 기업공개가 재무적 투자자를 유치하는 근본적 전제 조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SK온 기업공개 시점에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SK온 주식을 확보할 기회를 제공하는 등 보상책을 마련한 것은 SK온 상장과 관련한 마찰을 상당히 줄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주주에게 SK온 주식 취득의 길을 열어주고 향후 기업공개 과정에서 예상되는 불확실성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반발을 줄이면서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최적의 SK온 상장 시점을 저울질하는데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됐다.

최 수석부회장으로서는 SK온의 기업가치를 높게 인정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을 선택해 기업공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소액주주 반발과 같은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최적의 상장 시점을 고르는 일은 더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될 수 있는데 이런 부담을 한결 덜게 되는 것이다. 

SK온이 지난해 말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1조3천억 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4년 안에 기업공개를 추진하기로 밝힌 만큼 2026년 말 전에 기업공개를 추진해야 한다.

다만 투자금융업계 안팎에서는 SK온의 영업실적과 금융환경,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주주보호 방안 등을 고려했을 때 상장 시기가 더욱 앞당겨지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SK온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1조726억 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각각 영업이익 1조2137억 원, 1조8080억 원을 낸 것과는 대조된다.

기업공개 시 동종업계와 비교를 통해 기업가치를 산정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많은 공모자금을 유치하려면 실적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한다. 

게다가 주식시장에서 공모주 흥행 분위기가 예전만 못한 상황인 만큼 이른 시점에서 상장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물적분할 이후 5년 내 자회사를 상장하는 때에 거래소가 모회사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노력을 심사하고 미흡한 경우에 상장을 제한하는 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마련해 뒀다. 

하지만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주주 보호 장치를 마련해둔 만큼 최 수석부회장으로서는 상장 시점을 고를 때 기업가치 극대화 요소만 고려하면 되는 셈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시장에서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때 기업공개에 나서야 SK온은 물론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에도 도움이 된다. 설비의 안정적 운영과 수익성 등을 실적으로 충분히 보여드릴 수 있는 시점은 2025년 이후가 돼야 하고 기업공개도 그 이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증설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가동률이 궤도에 오르는 시점을 2025년, 2026년경으로 보고 있어 이 무렵 기업공개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지만 확정되진 않았다"며 "SK온의 최적 상장 시점을 찾고 회사의 이익을 소액주주들과 공유한다는 방침 아래 소액주주들과 소통을 계속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