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가 회사의 체질 개선에 고삐를 죄고 있다.

사실 침체된 가전시장 탓에 롯데하이마트의 실적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 대표는 회사의 미래 기반을 다지는 의미에서 그가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펼치고 있다.
 
롯데그룹 '험지' 도맡는 남창희, 롯데하이마트에서 '롯데맨' 명예회복 별러

▲ 남창희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사진)은 유독 험지를 도는 전문경영인(CEO)다. 그가 불황이라는 가전시장에서 롯데하이마트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가 롯데하이마트의 실적을 반등하는 것은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 가운데 존재감이 옅어지는 '롯데맨'의 자존심을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29일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남 대표는 회사 수장에 취임한 3달여 동안 체질 개선을 위한 조직개편과 그 후속 과제들을 빠르게 정리함으로써 실적 반등을 위한 기틀을 만들고 있다.

남 대표는 지난해 12월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로 발령난 직후 롯데하이마트 각 사업부에서 현안 보고를 받고 회사가 가장 우선 추진해야 할 과제들을 선별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는데 우선 시간을 썼다.

1월 조직개편은 그가 롯데하이마트의 미래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롯데하이마트의 주요 스태프조직(경영지원 조직)은 원래 상품본부와 영업본부 등 2본부 체제였다. 하지만 이를 온오프통합상품본부와 마케팅본부, 운영본부 등 3본부 체재로 재편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확실하게 지우겠다는 것이 조직개편의 핵심이다.

상품부서는 기존에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따로 존재했다. 기존 오프라인 상품 부서는 상품본부 내 품목별로 조직돼 있었으며 온라인 상품 부서는 온라인 상품팀이라는 이름으로 존재했다. 하지만 남 대표는 이를 하나로 합치고 산하에 품목별 조직을 따로 두기로 했다.

마케팅 영역에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없앴다.

기존 오프라인 마케팅은 마케팅부문에서 담당했고 온라인 마케팅은 상품본부 내 온라인 마케팅 부서에서 별도로 담당했다. 그러나 조직개편 이후 기존 마케팅부문을 마케팅본부로 격상하고 온오프라인 마케팅 부서를 모두 마케팅본부 산하로 통합했다.

남 대표가 이렇게 조직을 구성한 것은 온라인 구매 비중이 늘고 있는 가전시장에서 기존 방식대로는 성과를 내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조직개편의 또 다른 특징은 상품본부에 있던 자체브랜드(PB) 조직을 재구성해 마케팅본부 내 PB전략실로 위상을 높였다는 점이다.

롯데하이마트의 자체브랜드인 ‘하이메이드’의 위상을 이전과 다르게 가져가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이메이드는 소비자들에게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상품으로 뽑히지만 단순히 ‘가성비 제품’에 머무르지 않고 롯데하이마트를 대표하는 상품군으로 키우겠다는 남 대표의 의지가 드러난다.

남 대표는 조직개편 이후 턴어라운드 전략도 마련하며 향후 방향성을 정립했다.

남 대표는 2월 초 지난해 실적발표를 통해 이 전략을 공개했는데 크게 △회복(Recovery)을 위한 수익과 비용구조 개선 △지속성장을 위한 비즈니스모델 강화 등으로 구분했다.

그 세부과제는 점포 통폐합을 통한 효율화, 물류 네트워크 효율화 및 고정비 절감, 상품 운영 혁신 및 시스템 개선(이상 회복을 위한 수익과 비용구조 개선 분야), 온라인 사업 재정비, PB 육성 전략 재설계, 케어 서비스 활성화(이상 지속성장을 위한 비즈니스모델 강화) 등 주요 6대 프로젝트로 정리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남 대표가 회사 대표로 취임하신 지 3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동안 내부적으로는 매우 빠른 변화가 있었다”며 “근본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조직을 세팅하고 이와 관련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쪽으로 전략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남 대표의 이러한 발빠른 움직임이 주목되는 이유는 그가 롯데그룹 내에서 유독 험지로 돌아다니는 전문경영인(CEO)이기 때문이다.

남 대표가 롯데하이마트 수장으로 오기 전에 맡았던 회사는 롯데쇼핑 내 슈퍼사업부(롯데슈퍼)였다. 롯데슈퍼와 같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이커머스의 급부상과 할인마트 및 편의점의 사세 확장 등에 끼여 지난 몇 년 동안 좀처럼 성장하지 못한 대표적 유통채널이다.

실제로 남 대표는 2020년부터 롯데슈퍼를 이끌었지만 3년 내내 적자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판매관리비를 줄이는데 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점 성장률이 후퇴하는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한 것이다.

물론 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가 롯데슈퍼를 이끄는 동안 회사의 적자 규모는 2019년 1038억 원에서 2020년 200억 원, 2021년 52억 원, 2022년에는 40억 원으로 꾸준히 줄었다.

그가 새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롯데하이마트도 롯데슈퍼와 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매출 3조3368억 원, 영업손실 520억 원을 냈다. 롯데하이마트가 적자를 낸 것은 롯데그룹에 인수된 201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롯데그룹에 처음 편입됐을 때만 해도 안정적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하던 회사가 오히려 그룹의 실적을 깎아먹는 처지가 된 것이다. 

사실 실적 부진을 롯데하이마트의 전적인 책임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가전업황이 하락세에서 회복세로 접어들지 않는 이상 실적을 반등시킬 만한 뾰족한 대책을 찾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롯데슈퍼를 맡으며 어려운 업황에서 고군분투했던 남 대표가 또다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롯데하이마트를 맡게 된 것은 어찌 보면 그에게 또다른 도전이나 다름없다.

이런 점에서 남 대표가 롯데하이마트를 맡으며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낼 지는 그에게 매우 중요하다. 롯데슈퍼에서 보지 못한 흑자 전환이라는 성과를 롯데하이마트에서 내느냐 마느냐는 전문경영인으로서 자존심을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롯데그룹은 남 대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롯데하이마트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새 사내이사로 김홍철 롯데그룹 유통군HQ 인사혁신본부장과 문병철 롯데하이마트 온오프통합상품본부장을 선임했다.

김 본부장은 롯데그룹 정책본부 경영개선실 출신으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롯데지주 경영개선실 경영개선1팀장을 맡기도 했다. 롯데그룹 컨트롤타워에서 오래 근무한 인물을 롯데하이마트에 배치함으로써 남 대표의 롯데하이마트 반등 전략을 보좌하게 한 인사로 풀이된다.

남 대표는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에서 점점 찾기 힘들어지는 ‘롯데맨’ 수장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1992년 롯데마트에 입사해 2019년까지 줄곧 롯데마트에서 일한 뒤 2020년부터 롯데슈퍼 대표를 맡으며 본격적으로 전문경영인의 길에 들어섰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외부 인재 수혈 기조가 강화되면서 롯데쇼핑 내부에서는 남 대표와 같은 롯데맨들을 찾는 일이 힘들어지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