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팬오션이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파란불이 켜졌다. 벌크선 운임의 반등으로 인해 투자에 따른 잠재적 위험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안중호 팬오션 대표이사 사장은 팬오션의 벌크선 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과 대형 LNG 운반선 장기계약을 체결하고 대규모로 LNG 운반선 건조 계약도 맺었다. 올해 들어 팬오션의 주력 사업부문인 벌크선 운임이 저점을 찍는 등 악재를 맞닥뜨렸으나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팬오션 벌크 운임 반등으로 '방긋', 안중호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탄력

▲ 발틱건화물운임지수(BDI)가 반등하면서 벌크선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팬오션의 실적 전망도 다시 밝아지고 있다. 안중호 팬오션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추진하는 LNG 운반선 투자의 잠재적인 위험이 줄어들고 있다.   


1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벌크선 운임 지표인 발틱건화물운임지수(BDI)는 13일 1324.0으로 마감했다. BDI는 지난달 16일 530까지 내려가면서 2020년 3월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는데 한달 만에 126.8%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다.

벌크선은 철강, 석탄, 곡물 등 원자재를 말 그대로 '벌크(대용량)'로 실어 나르는 선박이다. 원자재는 중국이 주요 수요처이기 때문에 벌크선 운임은 중국 경기와 원자재 가격에 큰 영향을 받는다.

증권업계에서는 중국이 본격적인 리오프닝에 들어가면서 BDI가 반등했다는 분석과 함께 2분기부터 BDI가 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지방정부들의 부동산 규제 완화책에 따른 하반기 중국 고정 투자의 회복 등이 예상돼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BDI가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팬오션은 2023년도 1분기 실적 부진보다 같은해 2분기부터 나타날 시황 반등과 2023년 이후 지속될 시황 상승 주기 가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벌크선 운임이 반등함에 따라 팬오션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팬오션은 벌크선 비중이 높아 BDI에 의해 실적이 좌우되는 편인데 이러한 사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안 사장은 사업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21년도 기준 팬오션의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벌크선 71% △곡물유통 11% △컨테이너 8% △특수선·LNG 5% 등이다.

특히 안 사장이 힘을 주고 있는 분야는 글로벌 LNG 운송사업이다.

팬오션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2년 동안 LNG 운반선 장기계약 8건을 잇따라 체결했다. 계약 규모를 살펴보면 모두 10척, 계약금액 총액은 3조1010억 원에 이른다.

팬오션은 장기계약에 따른 신규 선박에 대한 시설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팬오션은 2020년 12월부터 7차례에 걸쳐 LGN 운반선 건조계약을 맺었다. LNG 운반석 10척 건조에 모두 2조5223억 원이 투입된다. 이들 선박은 대부분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인도가 예정됐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팬오션이 선박(컨테이너선 2척 및 LNG 벙커선 1척 포함) 건조에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금액은 19억6066만 달러(약 2조5539억 원)에 이른다.

팬오션의 LNG선 사업부문은 2022년 매출 1718억 원, 영업이익 56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당분간 벌크선 부문에서 현금을 창출하며 투자 여력을 만들 필요가 있는 셈이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벌크선 선사의 새로운 선박 투자를 안정적이라고 바라보면서도 고금리에 따른 잠재적 위험 요소가 남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승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국내 주요 벌크선 선사들의 새로운 선박에 대한 투자는 장기 운송계약에 기반하고 있어 안정적이다"며 "다만 향후 상당 기간 고금리 환경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 비용이 높아지고 자체 현금 창출력은 약화되면서 야기되는 현금 흐름의 저하 가능성과 시황 부진에 따른 선박의 담보가치 하락 가능성 등에 대해 경계해야 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물론 팬오션은 지난해 BDI 하락에도 불구하고 호실적을 거둬 아직까지는 여력이 있는 상황이다. 팬오션은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6조4203억 원, 영업이익 7896억 원을 거뒀다. 2021년과 비교해 매출은 39%, 영업이익은 38% 늘어난 것이다. 

이런 호실적은 안 사장의 탄력적 선대운용과 컨테이너선 및 탱커선 사업에서 호실적을 거둔 데 따른 것이다. 팬오션은 BDI 운임지수 하락에 따라 벌크선대 규모를 지난해 4분기 34척가량 축소하면서 수익성 보전에 힘썼다.

안 사장은 2020년 3월 팬오션의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1989년 팬오션의 전신인 범양상선에 입사한 뒤 34년 동안 팬오션에서만 근무했다. 해운업계에서는 안 사장이 올해 3월 말 열릴 주주총회에서 연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경쟁력 있는 선대 구축을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통한 시장 대응력 및 효율성 확보가 필수적이다"며 "뿐만 아니라 어떤 시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