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전기 픽업트럭 생산 중단하고 CATL과 협력 강화, SK온 이중고 겪나

▲ 미국 포드가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의 배터리 결함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F-150 라이트닝 제품 사진. <포드>

[비즈니스포스트]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은 미국 전기차시장 판도를 바꿔낼 잠재력이 있는 차량으로 주목받았다. 배터리 주요 공급사인 SK온 실적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포드가 해당 차량의 배터리 결함 가능성을 파악해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중국 CATL의 배터리 탑재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며 SK온의 수혜 전망이 다소 불투명해지고 있다.

16일 CNBC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포드는 최소한 다음 주까지 F-150 라이트닝 생산을 중단하고 제품 결함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포드는 해당 차량의 배터리에 잠재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며 조사가 마무리된 뒤 몇 주 동안 생산이 더 지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F-150 라이트닝은 SK온의 전기차 배터리를 주로 탑재하는 픽업트럭 차량이다. 포드는 차량을 출고하기 전에 이뤄지는 품질 검사에서 결함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CNBC는 “투자자들은 F-150 라이트닝이 포드에 중요한 차량이자 전기차 주류시장에 진입하는 첫 픽업트럭이라는 점에서 이번 문제를 더욱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포드는 F-150 라이트닝 출시가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픽업트럭 특성상 주행 거리와 내구성 등 요소가 핵심인 만큼 포드의 전기차 기술력을 증명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대부분의 제품이 아직 세단이나 SUV 형태 제품에 그치는 만큼 전기 픽업트럭 출시는 전기차 수요층을 도시 이외 지역의 소비자들로 확대할 수 있는 계기로 꼽혔다.

자연히 주요 배터리 공급사인 SK온도 F-150 라이트닝의 성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F-150 라이트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홍보를 도운 차량으로 더욱 주목받았다. 그는 지난해 포드 미시건주 자동차공장을 방문해 해당 차량을 직접 운전하고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미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 시행에 맞춰 F-150 라이트닝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점도 포드가 해당 차량을 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던 배경으로 꼽힌다.

그러나 포드가 배터리 결함 가능성을 이유로 차량 생산을 중단하는 적극적 조치에 나서면서 SK온도 판매 지연이나 수요 감소 등에 따른 영향을 우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
 
포드 전기 픽업트럭 생산 중단하고 CATL과 협력 강화, SK온 이중고 겪나

▲ SK온의 전기차 배터리셀 참고용 이미지.

SK온은 현재 포드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테네시주 및 켄터키주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그만큼 포드와 협력을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의미있는 성장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F-150 라이트닝과 관련한 배터리 조사 결과에 촉각을 기울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포드가 중국 CATL과 배터리 공급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SK온에 변수로 꼽히고 있다. 포드는 최근 미국 미시건주에 35억 달러를 투자해 새 배터리공장을 짓는 계획을 제시했다.

해당 공장은 CATL의 배터리 기술을 활용해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기반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포드는 이미 지난해 CATL과 정식으로 협력을 맺으며 F-150 라이트닝에 CATL의 LFP 배터리를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에 공장을 신설하게 되면 포드 전기차에 LFP 배터리 탑재 비중은 더욱 늘어날 공산이 크다. 그만큼 SK온의 배터리 공급 물량은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SK온이 생산하는 NCM 배터리는 무게와 부피, 기술력 등 요소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단가 측면에서는 LFP 배터리와 경쟁에 다소 불리하다.

포드가 최근 들어 전기차 가격 경쟁력의 중요성을 뚜렷하게 강조하는 점도 CATL과 협력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짐 팔리 포드 CEO는 최근 실적발표 콘퍼런스에서 “포드는 경쟁사 대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더욱 힘써야 한다”며 “생산 원가와 원재료 비용 등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