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가 국내증시에 대해 상반기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 교수는 30여 년 동안 증시를 지켜보며 2001년 버블붕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위기를 미리 예견하면서 ‘한국의 닥터 둠’을 알리기도 했다.
◆ “코스피지수 상승 여력 남아, 주식비중을 늘려야 할 때”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의 후유증에 여전히 혼란스러운 장세가 예고되고 있는 지금,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 비즈니스포스트가 6일 김영익 교수와 서울 마포구 서강대 연구실에서 만나 향후 전망을 들어봤다.
-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가 예상 밖의 선전을 지속하고 있다.
“코스피지수 저평가가 해소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증시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추정하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24% 정도 저평가 됐고 지금도 20% 저평가된 상태다. 올해 상반기 2700포인트까지는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
- 그렇다면 하반기에는 어떨까.
“하반기에 들어서는 오히려 조정 구간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 오르고 하반기에 떨어질 것이다. 올해 저점은 2200포인트, 고점은 2700포인트로 이 사이에서 증시가 움직일 것으로 본다.”
- 경제침체를 예상하셨다. 그럼에도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할까.
“경기 침체가 오겠지만 올해에는 현재 경기 지표를 보지 말고 선행지수를 살펴봐야 한다. 주식시장은 현재 경기보다는 미래의 경기를 반영 현재 경기 지표를 올해는 보지 말고 선행지수를 봐야한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와 주가는 방향의 거의 같다. 주가가 이 지표보다 약간 선행하는 면이 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2021년 6월에 정점을 찍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델로는 올해 3월쯤에 저점을 통과한다. 올해 경기가 나쁘겠지만 내년에는 어느 정도는 개선될 것이란 뜻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 금융자산 가운데 직간접 주식투자 비중이 20%까지 떨어졌다. 20%는 낮다. 나이든 사람은 주식 비중을 그렇게 많이 가져갈 필요는 없지만 젊은 사람일수록 비중을 더 늘려야 한다.“
- 그밖에 참고할 만한 지표가 있다면.
“일평균 수출금액이 코스피지수와 상관계수가 높다. 일평균 수출금액과 비교해서 주가가 과대평가 됐는지 과소평가됐는지 알 수 있다. 2021년 6월에는 코스피가 일평균 수출금액에 비해서 36% 과대평가 돼 있었다. 그래서 그 때에는 ‘주식 비중을 줄여라’ 이런 조언을 했다. 지금은 수출이 뒷걸음질치고 있지만 일평균 수출금액 대비 주가는 저평가 영역에 들어섰다.”
◆ “경기침체 온다, 올해 2·3분기가 가장 어려울 것”
김영익 교수는 올해 주식시장의 화두로 ‘경기침체’를 꼽았다. 지난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지표가 호조를 나타내면서 증권업계에서는 경기 연착륙 가능성을 두고 연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적당한 경기 상황을 의미하는 ‘골디락스’로 향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키우고 있다.
- 최근 시장에서는 경기침체를 피해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이 커지고 있다. 경기침체가 올까.
“2분기부터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1%로 높은 가운데, 소비가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소비가 증가하려면 실질소득이 증가해야한다. 물가는 오르고 있는데 임금은 그보다 덜 올라 실질소득은 줄어들었다.
여기에 미국 가계가 쓸 돈이 없어졌다. 가계 저축률이 지난해 3.3%을 기록했는데 2005년(2.09%) 이후로 최저수준이다. 2000년 이후 가계 저축률 장기평균(6.7%)에 비해 낮다. 저축률이 낮다는 것은 미국 가계가 모아놓은 돈을 써버렸다는 의미다.
자산의 ‘역 자산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역 자산효과는 자산가치가 떨어진 여파로 소비가 위축되는 것을 의미한다. 가지고 있는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니까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미국 S&P500지수가 19% 떨어졌고, 집값은 이제 하락국면의 초기라고 생각한다.“
- 국내 경제는 어떤가.
“우리는 지난해 4분기부터 미국보다 먼저 ‘마이너스 성장’에 접어들었다. 올해 1분기도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어 1분기도 마이너스 성장할 것 같다. 미국은 올해 2, 3분기가 마이너스 성장이고 한국은 지난해 4분기, 올해 1분기로 한국이 선행할 가능성이 있다.”
- 경기 침체는 얼마나 지속될까.
“올해 2분기, 3분기가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회복 속도인데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는 통화정책, 재정정책을 활용해서 ‘V자 회복’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선적으로 정부부채가 많고, 가계와 기업부채도 많아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쓸 여력이 크지 않다고 본다. 때문에 아주 완만한 회복이 이어질 것이다. 저성장기조가 오래 갈 것으로 예상한다.”
◆ “개인투자자들도 거시경제의 흐름을 알아야 투자전략 짤 수 있어”
- 최근 주목하고 있는 업종이 있다면.
“2차전지에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생산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차전지 주가가 큰 상승추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주가가 오르다 중간 중간 조정을 보일 텐데 이는 큰 추세이기 때문에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2차전지 비중을 늘리는 게 좋을 것 같다.
그 외 삼성전자 등 반도체 종목도 주목하고 있다. 앞서 3월이 선행지수 변동치의 저점이라고 언급했는데 내년에 경기가 회복된다면 삼성전자 실적도 함께 올라갈 수 있다. 최근 주가가 저점을 통과했고 올라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 개인적인 포트폴리오와 수익률이 궁금하다.
“금융자산의 한 60% 정도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코스피지수 수익률이 –25%로 증시가 어려웠지만 지난해에도 이익을 냈다. 지난해에는 지수를 거꾸로 추종하는 ‘인버스’ 상품과 하강국면에서 안정적인 KT 주식을 담는 등 보수적으로 투자했다. 올해는 인버스 상품 비중을 많이 줄였다. 대신 코스피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가지고 있고 그 외에는 삼성전자, 2차전지주를 많이 가지고 있다.“
- 개인투자자들에게 할 만한 조언이 있다면.
“개인투자자들이 늘 거시경제 흐름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 흐름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주가가 아무리 떨어질 때도 다양한 상품을 활용해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이익을 낼 수가 있다.
거시경제의 흐름을 확인한 뒤 주식, 채권, 현금의 비중을 조절해야 한다. 경제 큰 흐름을 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게 좋다. 종목별로 업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주가지수 자체는 장기적으로 경제에 따라 움직이기 마련이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