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부품계열사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엇갈린 실적, 원인은?

▲ LG이노텍의 주력 제품 카메라 모듈 모습과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 디스플레이 모습. <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

[비즈니스포스트] LG그룹의 주요 전자부품 계열사인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의 2022년 실적이 극명하게 갈렸다.

LG이노텍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2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영업손실을 보며 적자로 돌아섰다.

2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아래 놓인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 두 회사의 극심한 실적 차이는 근본적으로 주력 고객사와 개별 업황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LG이노텍 '잘 나가는 애플 든든', LG디스플레이 '형님 LG전자도 힘들어'

LG이노텍은 애플이라는 든든한 글로벌 거대 고객사를 두고 있다는 점이 좋은 실적을 올린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LG이노텍은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는데 LG이노텍 전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달한다.

현재 애플 아이폰에 고성능 카메라 모듈을 공급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는 LG이노텍이 사실상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애플의 새 스마트폰 아이폰15에서는 LG이노텍 점유율이 90%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애플에 대한 LG이노텍의 높은 의존도가 위험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4분기 애플의 아이폰 조립협력 공급망에 차질이 생겨 LG이노텍의 실적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폰15부터는 폭스콘의 인도공장 비중을 확대해 생산이 줄어들 수 있는 위험을 줄여 LG이노텍의 실적 변동성이 단기적 이슈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더구나 애플은 스마트폰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업영역을 확장현실(XR)과 전기차 등으로 넓힐 구상을 갖고 있다. 그런 만큼 LG이노텍으로서는 애플과 협력관계를 깊게 하는 것이 향후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공산이 크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모회사인 LG전자를 주력 고객사로 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글로벌 기업으로서 든든한 수요 버팀목이지만 애플과 달리 주력 TV와 생활가전 사업에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진을 겪었다. 더구나 모회사로서 LG디스플레이와 수주관계에서 갈등을 빚는 사례도 종종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자업계 일각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실적에 어려움을 겪은 원인 가운데 하나로 납품 단가 책정과정에서 갈등을 꼽는 분석도 제기된다.

LG전자가 올레드 TV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LG디스플레이에 한동안 낮은 단가로 패널 납품을 요구했고 올레드 대중화를 이끌기 위해 개발도 너무 서둘러 진행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모두 이런 관측을 부인하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LG이노텍과 애플의 관계와 비교해 볼 때 억측만은 아닐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 LG이노텍 '스마트폰 외 전장 수요 늘어', LG디스플레이 'TV에서 전장으로 확장' 

LG이노텍이 LG디스플레이와 달리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긍정적 업황도 자리잡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스마트폰에서 일부 공급망 차질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관련 수요가 확대돼 매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LG이노텍이 집중하고 있는 카메라 모듈 사업의 경우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자동차 전장(전자장비)분야에서 활용도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미래차 분야에서 자율주행이 고도화됨에 따라 카메라 모듈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전자업계에서는 전장용 카메라 모듈 시장 규모가 2022년 40억 달러에서 2027년 9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은 전장용 카메라 모듈과 이미지 센서 공급선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의 실적 악화에는 주력 제품인 올레드(OELD)와 LCD 패널 업황의 상관관계가 자리잡고 있다.

올레드는 LCD를 대체할 차세대 디스플레이지만 생산단가가 높아 LCD 가격이 높게 형성되어야 상대적인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중국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힘받은 중국 LCD 업체들의 물량공세로 특히 TV용 LCD가격이 하락하면서 LG디스플레이의 대형 올레드 패널의 우월적 지위도 퇴색하며 실적 부진에 시달려야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전장 분야로 제품 다각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대형 TV용 패널과 같이 시장의 업황에 영향을 받는 수급형 사업에서 합리적 운영체제를 구축하고 고부가 제품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차량용 디스플레이분야와 같이 성장하는 산업에 올라타서 안정적 실적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