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국감 첫날 외통위 파행, 여야 '외교 참사' 놓고 치열한 공방

박진 외교부 장관이 4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가 정회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비즈니스포스트] “이거 안 되는데? 장관님 방문했던 거 자료...” “차관급 4명만 인사를 하는 걸로 조정을...”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국정감사(국감)가 시작되기 약 2시간 전인 오전 8시22분, 외통위 회의장 앞에서는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외교부 공무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분주한 움직임과 달리 이날 국정감사가 순탄치 못할 것임을 예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국회 본관에서 단체로 윤석열정부의 외교참사를 규탄하는 목소리였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외통위 국정감사가 시작되자 민주당 의원들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박진 외교부 장관이 외통위 회의장에서 퇴장해야 된다며 거세게 몰아붙였다.

우상호 의원은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을 향해 비속어를 썼다는 걸 공식적으로 확인했으니 최소한의 사과와 해명을 하고 국정감사를 해야한다"며 "위원장이 외통위 전체 의원들 전체 명의로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한 뒤 국정감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에 관한 직접적 언급을 하지 않고 해외순방은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말끝마다 외교참사 운운하는데 외교참사인지 민주당의 자해인지는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며 “뉴욕에서 일본과 정상회담은 비굴한 것이 아닌데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1년에 한 번 있는 국정감사를 난장판으로 만들어야 되겠느냐”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결국 여야의 공방 끝에 박진 장관은 입조차 떼지 못하고 30여 분 만에 회의가 멈췄다. 

어렵사리 이날 오후에야 외통위 국감이 재개됐고 박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자신의 소신을 짧게 피력했다. 

박 장관은 “이번 해외순방이 외교참사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우리 외교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미관계는 강화되고 한일관계는 개선되고 있으며 한중관계는 올바르게 정립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 거취는 임명권자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장관이 이번 해외순방을 긍정적으로 자평한 것과 달리 국민의힘은 불리한 측면을 방어하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김석기 국민의힘 외통위 간사는 국정감사 회의장에서 질의 자료 영상을 소리 없이 재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본회의 운영에 준하는 상임위 운영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민주당 의원 질의에서 윤 대통령 해외순방 영상의 효과를 제한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그러자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를 19번째 하는데 (영상재생) 이런 문제로 논쟁되는 걸 처음 본다”며 “의원의 의정활동을 여야 간사가 검열하겠다는 거냐”며 윤재옥 위원장을 향해 불만을 제기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의 질의 영상에서 소리가 들리지 않자 이를 문제로 외통위 국감은 또다시 멈췄다. 1시간이 지나 재개된 회의에서 김 의원이 윤 대통령을 풍자하는 BBC영상을 틀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영상 내용에 문제를 제기하며 항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서도 외교부가 제대로 자료체출을 하지 않는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조정식 의원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자료 제출을 외교부에 수차례 요구했지만 거부할 뿐만 아니라 담당 공무원들이 연락조차 되지 않는 점을 강하게 질타했다. 김경협 의원도 주미대사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동향 파악 등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박진 장관은 “저희들이 판단을 해서 규정에 따라서 판단하겠다”고 대답했다.

박 장관은 질의에서도 해외순방이 실패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경협 의원이 외교부 수장으로서 외교실패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자 "대통령의 해외순방 행사는 국익과 연결되는 것이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야당 해임건의안에 나온 내용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의 한미, 한일 정상회담은 성과가 있었으며 MBC의 조작보도로 국격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정상회담은 실무진들이 충분한 협의를 갖는 것이고 정상들은 짧은 대화로 결정을 내리는 것 아니냐"고 묻자 박 장관은 "맞다"고 대답했다.

이어 김 의원은 "MBC가 대통령의 혼잣말을 엉터리 방송을 하고 내용을 왜곡해서 세계에 뿌렸기 때문에 외신이 그에 따라 보도한 것"이라며 "미국 소고기 먹으면 국민 죽는다고 했던 광우병 '폭동'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박 장관도 "대통령이 행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혼자말로 사적발언을 한 것이 정쟁이되고 국력이 낭비되는 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