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HMM의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새 주인이 누가 될지에 해운업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그동안 실적 호조로 HMM 체급이 높아진 데다 해운업황이 올해 상반기부터 정점을 찍고 하향 안정화하고 있어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현금만 12조' HMM 새 주인 누가 될까, 현대차 포스코 SM 물망

▲ 해운업계 안팎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HMM의 매각작업을 두고 적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HMM의 새 주인을 향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HMM 드림(Dream)호’, < HMM >


해운업계에서는 매각 적기를 놓치면 HMM의 산업은행 관리 체제가 길어져 경쟁력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퍼지고 있다. 

29일 해운업계 안팎에 따르면 최근 HMM의 새 주인을 향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HMM의 매각 작업을 두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8월11일 대통령에 HMM의 매각 방안을 담은 업무계획을 보고한 데 이어 1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도 매각 의지를 밝혔다. 

앞서 조 장관은 5월 취임 후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는 당장 HMM의 민영화 등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는데 3개월 만에 기조가 바뀐 셈이다. 

이같은 정부의 기조 변화에는 HMM이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몸집이 커져 매각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HMM의 경영권을 민간에 이양하기 위한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이유로 보인다. 

조 장관은 HMM이 국적선사인 만큼 사모펀드 등 외국계 기업에는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대기업에 더 집중되는 모양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HMM의 새 주인 후보로는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SM그룹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모두 앞서 HMM의 새 주인 후보로 거론됐던 곳들이다. 새로 급부상하는 인수 후보는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HMM을 이끌고 있는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현대글로비스 출신이라는 점에서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혀왔다. 

포스코그룹은 자금력이 풍부한 데다 올해 3월 포스코터미날의 이름을 ‘포스코플로우’로 바꾸고 물류 전문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HMM을 인수하면 물류자회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SM그룹은 지속적으로 HMM의 지분을 확대하면서 인수 후보군으로 급부상했다.

SM상선을 비롯해 SM그룹 계열사들과 특별관계자의 HMM 지분율은 6월 말 기준 6.15%까지 높아졌다. SM그룹은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라고 밝히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SM그룹을 이끄는 우오현 회장이 인수합병의 귀재인 만큼 그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HMM 인수 역시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도 많다. 자금력 때문이다.

급격하게 몸집이 커진 HMM의 인수 자금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의 자금력이 더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조 장관은 업무보고 등을 통해 “현재 HMM의 민영화를 위해선 10조 원에 가까운 재원이 필요하다”며  “천문학적인 규모의 금액이라는 점에서 민영화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의 지분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며 민영화의 여건을 만들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HMM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덕에 곳간에는 현금도 가득 찼다. HMM의 현금성 자산은 2분기 말 기준 12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조4338억 원, 기타유동금융자산 7조9930억 원 등이다. 

29일 종가를 기준 HMM의 시가총액 10조8078억 원보다도 많다. 

하지만 이같은 HMM의 실적 호조세가 올해 끝나고 있어 매각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해운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HMM이 대우조선해양의 뒤를 밟을 수 있다는 불안감 마저 퍼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올해 1월 유럽연합(EU)으로부터 기업결합을 허가받지 못하면서 매각에 제동이 걸렸고 매각작업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산업은행의 관리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적정 시기를 놓쳐 매각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본다. 산업은행이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하기 위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과정에서 적기를 지나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운업계에서는 HMM의 주력사업인 컨테이너업황은 올해가 정점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HMM은 올해 2분기에 매출 9조9527억 원을 거둬들였는데 이 가운데 94.13%가 컨테이너선에서 나왔다. 

하지만 해상 컨테이너운임의 지표로 활용되는 상하이컨테이너종합운임지수(SCFI)의 2분기 평균이 4211포인트로 1분기 4851포인트보다 13.2% 낮아지면서 컨테이너선업황이 하향세에 들어갔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