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원전산업계가 13년 만에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에 고무되어 있다.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제작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를 향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과거 ‘탈원전’ 정책에 직격탄을 맞아 가스터빈, 풍력터빈, 수소 등 신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데 주력 원전사업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 K-원전 수주 부활하나, 두산에너빌리티 원전사업 햇빛 든다

▲ 29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이집트 엘바다 원전 수주를 통해 원전 수출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 제작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에 시선이 몰린다.


29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최근 따낸 '이집트 엘바다 원전 건설 2차측 건설사업'과 관련한 남은 계약 절차를 빠르게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수원은 국내 원전 기자재업체들의 엘바다 원전 프로젝트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국내 공급사들을 대상으로 9월 사업설명회를 개최한다.

이집트 엘바다 원전 2차측 건설사업은 3조 원 규모로 한국 기업들이 엘바다 원전 4개 호기 80여 개의 관련 건물과 구조물을 건설하고 기자재를 공급한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뒤 13년 만에 대규모 원전 수출에 성공한 것이다.

원전산업계에서는 이집트 엘바다 원전이 신한울 3, 4호기 등 국내 원전건설 사업이 본격화하기 이전까지 일감창출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하는 등 원전산업 활성화를 핵심 정책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런 상황에서 ‘K-원전’이 대규모 원전 수출에 다시 시동을 걸면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자로 등 원전 주기기를 제작하는 두산에너빌리티에게는 큰 기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이집트 엘바다 원전은 이집트 원자력청이 발주한 프로젝트로 러시아 로사톰 자회사 ASE가 주기기 제작을 맡는다. 한국은 주기기 외의 기자재 공급과 관련 시설 건설 등을 담당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터빈건물 시공을 한다.

한수원이 이집트 엘바다 원전 다음 목표로 삼고 있는 체코에서 원전 수주에 성공한다면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전 주기기 제작 등 핵심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체코에서는 두코바니와 테믈린에 원전을 최대 3기까지 짓는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체코는 이 가운데 두코바니 원전 1기와 관련해 2022년 3월 입찰에 착수했다. 한수원은 올해 11월 입찰제안서를 제출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원전업계가 해외 시장으로 활발히 진출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 지원을 할 계획”이라며 “이번 이집트 엘바다 프로젝트 수주가 향후 체코 등 중점 수주대상국에 본격적 원전수출을 위한 동력을 만들어 낸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7월 유럽 원전 시장에 주기기를 공급하기 위해 필수 요소인 유럽 원전안전 국제표준 인증 ‘ISO 19443’을 받았다. 유럽 원전시장에 진출하기에 앞서 선제적 조치를 취한 셈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정부 정책 전환에 힘입어 앞으로 원전사업에서 재도약을 노릴 기회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과거 원전, 화력발전 등 전통적 발전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성장해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이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한국형 대형원전인 ‘ARP 1400’의 주기기를 비롯해 40여 년 동안 국내외 원자력발전소에 원자로 34기, 증기발생기 124기를 공급해왔다.

다만 이전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발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하며 큰 부침을 겪었다. 두산그룹이 채권단 관리체제를 겪으면서 핵심 계열사인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실적 부진을 겪었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는 가스터빈 및 수소 혼소·전소터빈, 풍력터빈, 수소생산 등 친환경 신사업으로 발을 넓혀가고 있다.

다만 이 신사업들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기여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주력사업인 원자력 등 기존 발전사업 부문에서 단단한 기반을 마련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당장 이집트 엘바다 프로젝트 터빈건물 시공을 통해 올해 안에 6천억 원 규모의 수주를 추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IR자료를 통해 중기 실적 개선방안으로 신한울 3, 4호기 재개 및 체코 등 해외 대형원전 수주를 추진해 2025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2021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6%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사업은 과거 아랍에미리트 원전 프로젝트 등을 통해 매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신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 역시 원전사업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소형모듈원전은 발전용량 300MW(메가와트) 이하의 일체형 원전을 말하는데 기존 대형원전과 비교해 설치가 용이하고 안전성도 높다는 장점을 지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선도기업인 뉴스케일파워와 협력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통화에서 “올해 하반기 뉴스케일파워의 첫 원자로 제작에 착수한다는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사업을 통해 포트폴리오 전환 과정에서 실적 변동성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원천기술 보유와 ARP 1400 모델 수출 실적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사업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