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친환경 모델만 출시되는 기아의 소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니로가 유럽에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은 친환경차 시장이 가장 활성화해 있고 낮은 차급의 차량을 선호한다. 니로가 이런 유럽 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파고들었다는 시선이 나온다. 
 
기아 친환경차 니로 유럽 판매 질주, 스웨덴 '국민 전기차'까지 노린다

▲ 기아 니로는 유럽 친환경차 시장에서 기아의 입지를 단단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신형 니로EV.


8일 기아 IR 판매실적을 보면 니로는 올해 1~7월 유럽에서 4만8379대가 팔려 유럽에서 판매되는 기아 차종 가운데 씨드와 스포티지에 이어 판매량 3위를 기록했다. 씨드는 준중형 해치백 자동차로 유럽에서만 판매되는 현지 전략 차종이다.

유럽에 판매되고 있는 니로는 2016년 출시된 1세대 모델이다. 지난해 니로는 씨드에 이은 판매 2위로 8만9261대 팔려 유럽 판매고의 17.7%를 책임졌다. 판매 7년차를 맞은 올해 들어서도 니로의 판매 질주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니로는 유럽에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의 3가지 모델로 판매되고 있다.

유럽은 주요 완성차 시장 가운데 가장 강력한 탄소배출 규제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이다.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영국 네덜란드 스웨덴은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완전히 금지할 정도다. 

유럽연합(EU)의 탄소규제 로드맵은 2035년부터 탄소를 배출하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도록 규정해 유럽 전기차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유럽 시장에서 등록된 연료별 신차 비율은 가솔린 38.5%, 하이브리드 22.6%, 전기차 9.9%, 플러그인하이브리드 8.7% 등이었다.

아직 가솔린차 비중 높지만 친환경차 확산 추세와 가솔린차 감소세가 맞물려 친환경차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1년 전보다 13.7% 뒷걸음쳤음에도 전기차는 31.6%, 하이브리드차는 2.2% 판매량이 늘었다. 반면 가솔린차는 22.1% 줄어들었다.

니로의 3가지 파워트레인 가운데 전기차 니로EV는 세계에서 가장 전기차 전환이 빠른 것으로 평가받는 스웨덴 시장에서 '국민전기차' 자리까지 노리고 있다.

스웨덴 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스웨덴 누적 전기차 판매에서 니로EV는 4508대를 기록하며 폴크스바겐 ID.4(4375대), 테슬라 모델Y(4216대)를 제치고 판매량 1위에 이름을 올렸다. EV6도 6위(2039대)에 올라 기아는 스웨덴 전기차 시장에서 올해들어 7월까지 전기차 점유율 15.3%를 보이며 1위를 차지했다.

스웨덴은 올 1~7월 등록된 신차 가운데 전기차가 27.5%(4만4432대)를 차지해 유럽 전체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판매비중보다 3배가량 높았다.

기아가 스웨덴에서 전기차 판매 1위에 오른 것은 시장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전기차 시대 개화기를 맞아 가장 앞서나가는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 받았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유럽은 글로벌 친환경차를 선도하는 시장인 동시에 소형차의 인기가 높은 시장이다.

이는 일찍부터 도시가 발전한 데다 전통의 보존을 중요하게 여겨 도로와 주차공간이 상대적으로 협소하다는 사정에서 비롯됐다. 

유럽 자동차산업 조사업체 JATO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 등록된 신차 가운데 경차(시티카)와 서브컴팩트카(시티카와 컴팩트카 사이), 컴팩트카(준중형 해치백), 소형SUV 등 4개 차급의 차량은 모두 674만8413대로 전체 1175만 대 가운데 57%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에서는 경형, 소형, 준중형을 제외한 중형 이상 차급이 59.8%를 차지했다. 상황이 정반대인 셈이다. 

지난해 유럽 베스트셀링카 10위 안에 든 차량은 폴크스바겐 골프, 푸조 208, 다치아 산데로, 르노 클리오, 푸조 2008, 폴크스바겐 티록, 토요타 야리스, 오펠 코르사, 피아트 아바스, 시트로엥 C3등 순으로 모두 소형 및 준중형 해치백과 소형SUV이다.

이 차량들의 전장을 살펴보면 토요타 야리스가 4316mm로 가장 긴데 이 또한 소형SUV 니로의 4420mm보다 104mm가 짧다. 나머지 10위권 차량은 대부분 4000mm 초반의 전장을 갖고 있다.

올해 1~7월 유럽에서 니로EV는 2만4495대가 판매되며 EV6(1만8050대)보다 35.7%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EV6가 올해 2월 세계 3대 자동차 시상식 가운데 하나인 '2022 유럽 올해의 차(COTY)'에 오르며 인지도를 한껏 높인 데다 지난해 10월 본격 판매를 시작한 신차임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다. 

실제 미국에서는 올해 EV6가 1만4284대 팔려 니로EV(6871대)보다 두배 넘는 판매량을 보였다.

이는 낮은 차급의 차량을 선호하는 유럽 현지 소비자들의 성향에 기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준중형 SUV인 EV6의 전장은 4680~4695mm다.

기아 관계자는 "니로가 유럽에서 EV6보다 많이 팔리는 것은 지역에 따른 선호도의 차이로 현지 기호에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니로는 유럽에서 2세대 신형 니로 판매를 본격화하고 있어 판매량을 더욱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월과 6월 2세대 니로 하이브리드 모델과 전기차 모델을 각각 출시한 기아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해 3분기 유럽 배송을 본격 시작한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판매를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형 니로는 디자인을 크게 바꾼 가운데 하이브리드 모델은 디자인과 복합연비를 개선했고, 전기차 모델은 64.8kWh(킬로와트시) 배터리를 장착해 주행거리를 401km로 16km 늘렸다.

쇼에르 크니핑 기아 유럽법인 상품기획 총괄 부사장은 "완전히 새로워진 니로는 경쟁이 치열해지는 전기 컴팩트 크로스오버 차급에서 선도적 위치를 이어갈 것으로 확신한다"며 "2023년에는 약 9만 대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기아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유럽에서 하반기에는 신형 친환경차 니로 출시로 친환경차 중심의 판매 모멘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