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최정우 회장 취임 4년 최고 성과 거둬, 산재와 사내성폭력은 오점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3월2일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 <포스코그룹>

[비즈니스포스트] '최고의 성과에 최악의 기업문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재임 기간 4년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최 회장이 27일 취임 4주년을 맞았다. 최 회장은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둔 데다 미래사업 추진을 위한 지주사체제 전환도 이끌었다. 포스코그룹 CEO로서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성과를 낸 셈이다.

반면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내걸었음에도 최 회장은 산업재해와 사내 성폭력 문제 등 사회적 논란에 크게 휩싸이기도 했다. 

최 회장은 2018년 7월27일 포스코그룹 회장에 선임됐다. 포스코 사상 최초로 생산 분야가 아닌 재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회장이 탄생했다.

임기 초반 최 회장의 경영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업황 악화가 주된 원인이었다.

주력계열사 포스코는 2019년 예년과 비슷한 연결기준 64조 원 초반대의 매출을 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5조원 대 중반에서 3조 원대 후반으로 주저 안았다. 영업이익이 30%나 후퇴한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면서 매출은 물론이고 영업이익도 2조 원대 중반으로 더욱 후퇴했다. 그해 2분기 포스코는 별도기준으로 영업손실 1085억 원을 보기도 했다. 포스코가 영업손실을 본 것은 1968년 포스코 창립 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최 회장은 2021년 반전을 일궈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뒤 경기부양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 영업환경이 좋아졌다. 

최 회장은 재무책임자(CFO) 출신답게 업황 호전에 맞춰 비용절감과 경영효율화로 2021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9조2381억 원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2021년 3월 포스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은 연임에 성공해 임기가 2024년 3월까지 연장됐다.

그 뒤 최 회장은 철강회사에서 친환경 미래소재 그룹으로 전환하기 위한 지주사 체제 전환을 추진해 올해 3월 포스코홀딩스를 출범해 100년 기업으로 가기 위한 토대도 다졌다.

최 회장은 3월2일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포스코홀딩스의 출범은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이뤄낸 성공의 신화를 넘어 100년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는 포스코그룹으로 다시 태어나는 첫 출발이 될 것”이라며 "지주회사는 그룹 전체적인 시각에서 시대의 요구에 맞는 유연성을 추구하고 사업회사는 분야별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업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최 회장은 역대 최대의 실적을 냈을 뿐 아니라 철강회사에서 친환경 미래소재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기반까지 닦았다. 초대 박태준 회장을 비롯한 창업공신들의 뒤를 이어 포스코그룹에서 경영자로서 새로운 역할을 해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 취임 4년 최고 성과 거둬, 산재와 사내성폭력은 오점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2021년 2월21일 국회 환노위 산업재해 청문회에 참석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최 회장은 재계순위 6위라는 포스코그룹 위상에 어울리는 산업안전 체계와 기업문화를 정착시켜야하는 과제를 무겁게 안고 있다.

최 회장은 2021년 2월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 참석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포스코 안전사고 예방대책을 전면적으로 재수립해야 한다는 질타를 받았다.

역대 포스코 회장 가운데 산업재해 문제로 국회 청문회에 참석한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포스코지회(포스코 노조)에 따르면 최 회장이 취임했던 2018년부터 최근 4년 동안 생산현장에서 24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는 2019년 고용노동부가 발표하는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기업 명단에 포함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에 포스코는 2018년 1월 포항제철소 산소공장에서 4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뒤 같은 해 5월에 안전 대책으로 안전관련 분야에 향후 3년 동안 1조1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2020년에도 산업재해를 막기 위해 특별예산으로 3년 동안 1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포스코 노조에서는 현장 상황에 걸맞는 산업안전 대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최 회장으로서는 산업안전 투자를 펼치며 신경써야 대목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고 볼 수 있다.

최 회장은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포스코그룹의 직장 내 성문화 재정립에도 신경을 써야 할 필요성이 크다.

올해 6월 포스코 직원이 포스코 직원이 올해 6월 수년 동안 같은 팀원 및 상사에게 성희롱 및 성폭행을 당해 경찰에 고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포스코 내부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게 나왔다.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는 여직원 A씨가 6월7일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 B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논란이 커졌다. 피해 여직원은 술자리에서 자신을 추행한 직원 3명도 함께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 고소에 앞서 A씨는 2021년 부서 상사를 성희롱 가해자로 포스코 감사부서에 신고했는데 회사가 사건을 접수하고 조사한 결과 감봉 3개월 징계처분에 그쳤다.

더구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올해 2월 다른 부서로 전출됐지만 2개월 만인 4월에 다시 원래 부서로 돌아온 뒤 다시 성폭력을 당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현재 포스코홀딩스와 철강사업 회사 포스코로 분리된 상태지만 사건이 벌어질 당시 직접 포스코를 경영했던 만큼 최 회장이 직접 포스코의 기업문화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많다.

포항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포스코 범시민대책위원회와 경북사회연대포럼 등은 성명서를 내고 포스코의 비윤리적인 경영 실태를 지적하면서 최 회장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경영 차원에서 최 회장의 앞으로 과제도 만만치 않다. 주력 철강사업 업활이 올해 하반기부터 나빠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친환경 종합소재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투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에 최 회장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위기상황 돌파를 위한 선제적 준비에 나섰다. 

최 회장은 21일 그룹 경영회의에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요 위축, 비용 상승, 공급망 위기 등 복합적 경제 충격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비상경영에 돌입한다”며 “특히 현금 흐름 및 자금 상황이 문제되지 않도록 현금 중심 경영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