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롯데쇼핑에 손 벌린 롯데GFR, 이재옥 새 브랜드 '절실'

▲ 이재옥 롯데GFR 대표이사.

[비즈니스포스트] 롯데그룹의 패션 계열사 롯데GFR이 롯데쇼핑에 유상증자와 단기차입으로 손을 벌린다.

패션업계가 역대급 호황을 타고 사상 최대실적을 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롯데GFR만 홀로 부진한 탓이다. 롯데GFR은 출범 이후 줄곧 적자만 내며 자본금을 까먹고 있다.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 출신인 이재욱 롯데GFR 대표이사가 경쟁력 있는 수입 브랜드 발굴에 힘써야만 반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롯데그룹 차원에서 패션에 힘을 싣지 않는 분위기가 근본적 문제라는 점에서 롯데GFR의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 롯데GFR 자금 사정 열악, 롯데쇼핑에 두 차례 손 벌려

26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최근 롯데GFR이 모회사인 롯데쇼핑에서 두 차례에 걸쳐 자금 지원을 받기로 했다.

롯데GFR은 12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배정으로 3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다. 모두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롯데쇼핑은 2021년 말 기준으로 롯데GFR 주식을 99.93%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롯데쇼핑이 유상증자를 전적으로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GFR이 발행하는 신주를 전부 인수하는 방식으로 롯데GFR 유상증자에 참여해 300억 원을 6월 중순에 지급하기로 했다.

롯데GFR은 20일 롯데쇼핑과 자금 단기차입 계약을 맺기도 했다. 계약 규모는 300억 원이며 차입 기간은 한 달이다.

롯데GFR이 연달아 모회사에 자금 지원을 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롯데GFR은 회사 출범 직전에 유상증자로 롯데쇼핑의 도움을 받은 적은 있지만 회사가 출범한 2018년 6월 이후에는 단 1차례도 모회사의 지원을 받지 않았다.

그만큼 롯데GFR의 자금사정이 열악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롯데GFR은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단 1차례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879억 원, 영업손실 123억 원이다. 2020년과 비교해 매출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적자는 2배로 커졌다.

롯데GFR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낸 누적 영업손실은 400억 원가량 된다. 

이렇다보니 롯데GFR에는 이익잉여금 대신 결손금만 쌓이고 있다.

롯데GFR은 2018년 말 기준으로 이익잉여금 66억 원을 기록했지만 이듬해 결손금 70억 원으로 전환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롯데GFR이 보유한 결손금은 336억 원으로 급증했다.

롯데GFR은 설립 초기만 하더라도 2022년에는 매출 1조 원을 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로 2021년 연간 매출은 이런 목표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롯데GFR의 부진은 경쟁 패션기업들과 비교할 때 더욱 뼈아프다. 신세계그룹의 신세계인터내셔날이나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 등은 올해 1분기에 모두 역대 최대실적을 냈다. 롯데GFR은 비상장회사라 별도로 실적을 발표하진 않지만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 이재옥 롯데GFR 반등 절실, 그룹 차원의 의지 약한 점은 부담

이재옥 롯데GFR 대표이사가 롯데쇼핑에 손을 벌리기로 한 것은 자금 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여겨진다.

롯데GFR 측은 자금의 사용처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롯데GFR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롯데GFR의 안정적 재무구조를 도모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롯데GFR이 지난해 유치한 새 해외 브랜드 ‘카파’와 ‘까웨’를 본격적으로 키우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카파는 이탈리아의 스포츠웨어로 유명하며 까웨는 바람막이 점퍼로 유명한 프랑스 브랜드다.

이 대표는 롯데백화점과 롯데아울렛 등 롯데그룹 유통계열사가 보유한 유통망에 카파와 까웨 매장을 공격적으로 넓히는 데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 브랜드 발굴에 투자할 가능성도 있다. 롯데GFR은 출범 당시만 하더라도 10여 개의 브랜드를 운영했지만 현재는 5개 안팎의 브랜드만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과 뷰티 브랜드를 합쳐 80여 개의 브랜드를 운용하고 있다. 한섬도 클럽모나코 등 유명 브랜드를 포함해 패션 브랜드로만 20여 개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 차원에서 롯데GFR에 전폭적 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은 이 대표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등 경쟁사들은 유통업만 하다 보니 패션사업을 강화하는 데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쉽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유통뿐 아니라 화학과 식품사업, 게다가 최근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중이라 패션사업에 집중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패션업계의 시각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이 최근 수 년 동안 진행한 인수합병을 보면 패션사업의 강화를 위해 노력한 흔적은 찾기 힘들다. 롯데쇼핑이 이번에 롯데GFR에 지원하는 600억 원도 사업의 근원적 강화에는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지난 몇 년 동안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다보니 주력이라고 할 수 없는 패션사업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적으로 매출도 크지 않은 계열사다보니 그룹 차원에서 투자를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으로 근무할 때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 기획에 힘을 쏟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마케팅전략팀장과 중동점장, 여성패션부문장, 부산본점장 등을 지냈다. 롯데GFR 대표로 발령되기 전에는 롯데백화점 상품을 총괄하는 상품본부장을 역임했다.

그는 롯데GFR 홈페이지를 통해 "새롭고 차별화된 브랜드와 콘텐츠를 시장에 소개하고 롯데그룹과의 시너지를 통해 단순한 패션회사를 넘는 종합 콘텐츠 플랫폼사를 목표로 2022년 새로운 포트폴리오 브랜드와 함께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채널로 고객들과 소통할 것이다"고 말했다.
[오늘Who] 롯데쇼핑에 손 벌린 롯데GFR, 이재옥 새 브랜드 '절실'

▲ 롯데GFR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롯데GFR은 왜 부진한가, 경쟁력 있는 브랜드 발굴에 성과 못 내

롯데GFR의 부진은 정준호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롯데백화점) 대표가 수장일 때 진행한 브랜드 구조조정의 후폭풍 탓도 크다.

정준호 대표는 롯데GFR 수장 시절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기존 브랜드를 대거 정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새 브랜드 유치에는 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21년 초에 화장품 브랜드 ‘샬롯틸버리’와 프랑스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웨어를 지향하는 패션 브랜드 ‘까웨’를 도입했지만 실질적 성과는 적다는 것이 패션업계의 분석이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뷰티시장은 색조화장품보다 기초화장품의 비중이 큰 편인데 롯데GFR이 들여온 화장품 브랜드는 색조 중심이라 외형을 키우기에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GFR이 지난해 말 국내 사업권을 독점으로 확보한 스포츠브랜드 ‘카파’도 롯데GFR의 의미 있는 반등에 기여하기 힘들다는 것이 패션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카파 사업을 맡았던 카파코리아는 지속된 부진에 2020년 12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지만 본사 측이 라이선스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신청하고 청산했다.

결국 롯데GFR이 이런 과정에서 시장에 나온 카파 브랜드를 잡은 셈이라고 볼 수 있는데 오랜 기간 경쟁력을 상실했던 브랜드가 다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실제로 카파와 까웨 등의 브랜드가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살펴봐도 소비자 반응을 느끼기 힘들다.

카파 공식 인스타그램 채널은 팔로워 1만2천 명을 보유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팔로워 수가 34만 명에 육박한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턱없이 작다.

까웨 잠실점의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수십 명 규모로 영향력을 논하기 힘든 수준이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GFR이 들여온 브랜드의 면면을 보면 의미 있는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복고열풍이 불고 있다는 점에서 2000년대 초중반에 유행했던 카파와 같은 브랜드가 흥행할 수는 있지만 전체적 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