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도시정비 시행사들이 6월에 나올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을 주시하고 있다.

시행사들은 최근 공사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분양가상한제에 걸려 분양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새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완화 조치를 기다리며 분양 일정을 늦추고 있다. 
 
 도시정비 시행사들 분양가상한제 개편 주시, 서울 '분양가뭄' 풀릴까

▲ 한강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26일 국토교통부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국토부는 6월 중에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을 내놓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분양가상한제는 주택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손봐야 할 첫 번째 제도로 보고 있다”고 개편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분양가상한제는 국토부 장관이 지정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공동주택을 분양할 때 일정기준 이하 가격으로 분양하도록 하는 제도다. 투기수요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지난 2005년 3월 도입됐으며 택지비와 건축비, 가산비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국토부 내부에서는 분양가상한제 개편을 통해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면 주택공급이 늘 것으로 본다. 분양가상한제를 '손톱 밑 가시'라고 표현할 정도로 개편 의지가 강하다.

다만 제도 전반을 손질하기 보다는 미세조정을 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비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주비, 사업비, 금융이자 등을 가산비 형태로 분양가격에 새롭게 반영하고 공사비에 자재값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건축비를 올리는 방식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해마다 3월1일과 9월15일을 기준으로 건축비를 정기 고시하는데 급등한 건설자재 가격을 반영하는 데 시차가 있고 상승률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최근 자잿값은 대부분 10% 이상 뛰었다.

1일부터 레미콘 가격이 ㎥당 8만300원으로 13.1% 올랐고 톤당 철근 기준값도 4월보다 6만2천 원 상승해 111만 원이 됐다. 시멘트 가격도 3분기부터 톤당 9만8천 원으로 15.2%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도시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시행사들이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을 기다리며 분양을 늦추고 있다. 분양 일정을 1년 이상 늦추겠다는 계획을 세워둔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이 분양시점을 정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도급 계약에 따라 분양시점은 시행사가 결정한다. 도시정비를 추진하는 시행사는 일반적으로 조합이고 공공재개발·재건축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된다. 건설사도 자체사업을 하는 경우 시행사가 된다. 

시행사들은 일반분양을 통해 건설사에게 지급할 대금을 마련하고 사업성을 확보한다. 그런데 최근 건설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공사비가 늘어 건설사와 갈등을 겪는 등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행사들은 분양가상한제에 따라 분양가격을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는 셈이다. 

실제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아 추진하고 있는 3080세대 규모의 서울 방배 5구역의 1686세대 일반분양이 2023년 상반기로 미뤄졌다. 애초 2021년 11월 분양을 하기로 했지만 공사 현장에서 오염토가 발견됐고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양가격 산정 문제로 올해 상반기로 분양이 늦춰졌지만 또 다시 미뤄진 셈이다.

이 밖에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홍은13구역, 이문3구역, 신반포15차 등이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양가격 산정 문제를 이유로 들어 분양가상한제 개편 이후로 일반분양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움직임에 대형건설사들의 지난 1분기 분양실적도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만 세대 분양을 목표를 세운 현대건설이 1분기에 7052세대를 해내며 목표의 23% 수준을 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대형건설사들은 같은 기간 목표의 10% 수준을 분양했다. 

대우건설(목표 3만 세대)과 DL이앤씨(목표 2만300세대)는 1분기에 각각 3천 세대를 분양하며 올해 목표치 9.8%, 14.8%를 채웠을 뿐이다. GS건설(목표 2만7800세대)는 2300세대를 분양해 목표치의 8%를 달성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