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근 기업가치 저평가로 몸살을 앓는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사업 확대에 나섰다.

셀트리온이 야심차게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가 의미 있는 실적을 거두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차세대 바이오시밀러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셀트리온 '본업' 바이오시밀러 집중, 코로나19 치료제 '아쉬움' 달랜다

▲ 셀트리온 인천 송도 1공장 전경. <셀트리온>


셀트리온은 17일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 ‘악템라’의 바이오시밀러 'CT-P47'에 관한 글로벌 임상3상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악템라는 다국적 제약사 로슈가 개발한 치료제로 2021년 글로벌 매출 4조5600억 원을 기록했다. 셀트리온의 2021년 매출(1조9116억 원)보다 훨씬 큰 시장을 갖고 있는 셈이다. 

셀트리온은 CT-P47을 오리지널 악템라와 마찬가지로 피하주사와 정맥주사 2가지 제형으로 개발하고 있다. CT-P47이 출시될 경우 기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와 ‘유플라이마’에 더해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제품군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셀트리온이 준비하는 바이오시밀러는 CT-P47뿐만이 아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CT-P43’,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CT-P42’, 천식 치료제 ‘졸레어’ 바이오시밀러 ‘CT-P39’,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CT-P41’ 등의 임상3상이 진행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이런 바이오시밀러들을 포함해 2030년까지 매해 의약품 1개 이상을 허가받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램시마·램시마SC, 유플라이마, 허쥬마, 트룩시마 등 바이오시밀러 5종을 판매하고 있는데 계획대로라면 향후 10년도 지나지 않아 보유 제품군이 2배 이상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최근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수익성 훼손을 감수하고 주력 바이오시밀러 공급가격을 일시적으로 인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판매를 맡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 유럽에서 직접판매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중간 유통사를 거치지 않고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가격 경쟁력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바이오시밀러를 공급해 매출을 내는 만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판매 확대는 자연히 셀트리온 실적개선으로 연결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의 차세대 바이오시밀러사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유럽과 미국시장에서 램시마, 트룩시마의 꾸준한 점유율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며 “램시마SC, 유플라이마 등 성공적인 신제품에 이어 향후 아바스틴과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가 순차적으로 출시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바라봤다.

김형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올해부터 매해 최소 1개 이상의 신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정돼 있어 품목 확대에 따른 구조적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바이오시밀러사업 확대는 최근 좀처럼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는 셀트리온 주가를 반등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셀트리온 '본업' 바이오시밀러 집중, 코로나19 치료제 '아쉬움' 달랜다

▲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 주가는 2021년 초 당시만 해도 35만 원대를 기록했으나 이후 서서히 하락해 20만 원대마저 지키지 못하고 10만 원 초중반대에 머무르고 있다. 올해 5월16일 14만1천 원에 장을 마치면서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이는 셀트리온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기대받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가 회사 실적에 기여하지 못하는 데 따른 평가로 풀이된다.

지난해 렉키로나가 셀트리온 매출에서 차지한 비중을 분기별로 보면 1분기 2%, 2분기 8%, 3분기 1% 미만 등으로 크지 않았다. 렉키로나 매출 비중은 지난해 4분기에는 16%로 커졌지만 올해 1분기 거의 집계되지 않는 수준으로 다시 축소됐다.

질병관리청이 렉키로나의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상 치료효과가 낮다는 이유로 2월부터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신규 공급을 중단한 일이 렉키로나 판매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셀트리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데도 렉키로나 재고 평가손실 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렉키로나 대신 차세대 바이오시밀러를 기반으로 셀트리온의 성장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렉키로나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상으로 낮은 효능을 보여 2022년에는 판매가 제한적일 것이다”며 “유플라이마 미국 진출, 스텔라라 및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예상되는 2023년부터 셀트리온의 성장 가능성이 부각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