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붐을 주도한 야후가 시장에서 사라질 운명에 놓였다.
IT기업이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어떤 운명을 맞게 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국내 IT기업에게 야후의 몰락은 큰 충격이자 훌륭한 교과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후는 19일 자산을 매각하는 첫번째 단계로 인수 후보들에게 예비입찰 신청을 받는다.
▲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 |
USA투데이와 CNN 등 외신은 야후가 내놓은 자산 가운데 핵심으로 손꼽히는 ‘인터넷사업’을 놓고 치열한 인수전이 전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1위 통신사인 ‘버라이즌’을 비롯해 사모펀드 몇 곳이 야후의 인터넷사업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야후 인터넷사업을 인수한 기업은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사업을 펼칠 기반을 닦을 수 있게 된다.
인터넷사업은 지금의 야후가 있도록 한 본연사업이다. 이 사업을 매각하면 야후는 알리바바와 야후재팬 등의 지분을 보유한 ‘지분투자사’로 전락하게 된다.
야후가 왜 이런 운명을 맞게 됐는지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IT사업 전성기를 이끌었던 야후의 몰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야후가 구글에 인터넷 검색 주도권을 내준 뒤 보여줬던 행보가 몰락을 자초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구글이 검색의 정확도와 빠른 속도 등을 앞세워 승승장구할 때 야후는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 했다. 오히려 일본에서 서비스하던 야후재팬이 인기를 얻으면서 글로벌 최대 인터넷시장인 미국의 흐름에 역행하는 행보만 보여줬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뒤에 야후가 보여준 모습도 실망스러웠다. 페이스북과 구글 등이 ‘모바일 우선’을 외치며 빠르게 모바일로 사업중심을 옮길 때 야후는 PC인터넷 서비스를 강화하는 쪽을 택하며 자멸을 자초했다.
야후는 2010년대 이후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뒤늦게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구글 부사장 출신인 마리사 메이어를 CEO로 데려왔고 등한시 했던 동영상과 쇼핑사업 등에 집중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하지만 마리사 메이어 체제에서도 야후의 경영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이를 놓고 메이어의 전략적 실패라는 지적도 나왔다.
메이어가 야후를 사업부진에서 건져 올리기 위해 내건 전략은 ‘혁신’과는 거리가 있었다. 메이어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이미 실시했던 성공전략을 답습하는데 주력했다.
동영상사업이 대표적이다. 메이어 체제에서 야후는 동영상 역량에 회사의 명운을 걸고 2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는데 성과는 신통하지 않았다. 이미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이 동영상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야후는 최근 동영상 플랫폼 사업을 완전히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야후의 실패가 국내 IT기업에 주는 교훈이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T기업의 영속성이 일반 제조기업에 비해 짧지만 야후의 몰락속도는 너무 빨랐다”며 “혁신을 무서워하고 바뀐 기업환경에 적응하지 못 하면 이름값에 관계없이 회사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야후가 보여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