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입시기를 확정하지는 않고 있지만 때를 놓치지 않도록 도입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한국은행 디지털화폐 도입시기는 신중, 이주열 준비작업은 만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 관련해 기본업무부터 확장기능까지 망라하는 모의실험이 8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진행된다. 모의실험을 통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 기반을 마련하고 보완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적 화폐다. 정부가 가치를 보증하고 발행과 관리 등을 정해진 기관이 담당해 민간에서 발행하는 가상화폐와 달리 법정화폐로 지위를 인정받는다.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락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 필요성이 점점 대두된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안정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민간 가상화폐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2020년 10월부터 디지털 위안화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2022년에 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미국도 최근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디지털 달러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각국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주열 총재 역시 지급결제 환경 변화에 따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020년 2월 디지털화폐 연구팀을 신설한 뒤 선제적으로 관련 연구에 착수했다.

아직까지 한국은행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24일 모의실험 연구용역 입찰공고를 내면서 “모의실험은 발행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다”며 “활용 가능성을 실험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총재는 도입시기를 정하지 않으면서도 철저한 준비를 다짐했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필요시 즉각적으로 도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춰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 시기를 구체적으로 확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도입이 결정된다면 그 시점에서 곧바로 시행하는데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실제 사용환경처럼 모의실험을 구체적으로 진행해 디지털화폐 준비 수준을 높이려고 한다. 한국은행은 모의실험에서 기본업무는 물론 확장기능까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시스템의 성능, 안정성, 보안성 등을 포괄적으로 검증하기로 했다.

연말까지 진행하는 1단계 모의실험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제조, 발행, 환수, 폐기, 지급, 수납, 송금과 대금결제까지 기본기능을 모두 구현한다. 한국은행이 관리하는 일부 결제시스템을 가상으로 구현해 기본업무가 원활하게 동작하도록 한다.

2022년 6월까지 진행하는 2단계는 통화·법정책 지원, 디지털자산 구매와 해외송금, 오프라인 결제 등 확장기능을 시험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블록체인 확장기술 등 정보기술(IT) 신기술 적용 가능성도 검토하는 등 디지털화폐의 활용성을 폭넓게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최근 관련 인재채용에 나서고 있는 것 역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을 염두에 뒀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국은행은 지급결제시스템 IT전문가를 8월까지 최대 3명 선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총재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과 관련해 체계적인 준비에 착수하면서 시장에서 디지털화폐 도입이 머지않았다고 보는 시각이 늘어난다.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사업자가 모의실험 단계부터 적극적 참여 의사를 나태내는 점도 향후 도입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금융센터는 27일 낸 보고서에서 “향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상용화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도 “국가별로 규모 및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점차 보편적 화폐가 될 소지가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