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고성능차량인 ‘쏘나타 N라인’을 출시하며 점유율 반등을 노린다.

기존 쏘나타에서 주행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고성능 차량을 내세워 운전하는 재미를 추구하는 미국 소비자를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 미국진출의 상징 쏘나타, 고성능 'N라인'으로 위상 다시 되찾나

▲ 쏘나타 N라인 제품 이미지. <현대자동차>


12일 현대차 안팎의 말을 종합해보면 현대차 미국 법인이 이달 출시하는 쏘나타 N라인은 현대차의 고성능 N 상품 포트폴리오 가운데 기본 차량과 고성능 N 차량의 중간에 있는 모델이다.

기존 차량보다 스포티한 주행성능을 보인다는 점에서 운전하는 재미를 추구하는 미국 고객들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쏘나타 N라인은 국내와 북미에서 거의 동시에 선보이지만 판매가격은 한국보다 미국에서 먼저 공개됐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먼저 출시한 뒤 소비자 반응을 살펴보고 일부 현지화를 통해 해외 출시했던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미국에서 쏘나타 N라인 출시가격은 3만3200달러(약 3696만 원)로 책정됐다. 국내에서 개별소비세 3.5%를 적용한 최저 모델가격이 3053만 원과 비교하면 700만 원가량 비싼 수준이다.

북미에서도 쏘나타 한정판(3만3850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싸다.

현대차로서는 미국 세단 소비자 입맛에 맞게 주행성능을 강화한 모델로 현대차 미국 진출의 상징이자 스테디셀러였던 쏘나타의 부활을 이끌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2019년 11월 첨단 성능을 탑재한 8세대 쏘나타를 미국에 출시했지만 판매량을 좀처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쏘나타는 미국에서 2012년 23만605대가 판매된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9년에는 8만7466대까지 하락해 연간 판매량 10만 대를 밑돌았다.

올해도 코로나19 탓에 8세대 쏘나타를 내놨음에도 10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6만696대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가량 줄어들었다. 현대차의 미국 전체 판매량이 지난해 10월 대비 11%가량 줄었는데 여기에는 쏘나타의 부진도 영향을 끼친 셈이다.

쏘나타 N라인은 기존 쏘나타에서 주행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고성능차량으로 이른바 ‘운전하는 재미’를 높였다.

국내에서는 주행성능이 최근에야 자동차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북미와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핵심 경쟁력으로 꼽혀왔다. 실제로 독일 유명 자동차 전문잡지에서 현대차의 유럽 성공요인으로 ‘고성능차 주행성능’이 작용했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특히 미국시장은 국내와 달리 자동차 운전시간이 긴 만큼 주행성능은 중요한 평가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자동차협회(AAA)가 2019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운전자들의 일주일 평균 운전거리는 220마일(약 354km) 이상으로 2014년 보다 약 5% 증가했고 주행시간도 20분가량 늘었다. 

쏘나타와 동급 사양은 아니지만 스포츠세단인 기아차의 스팅어가 미국에서 꾸준한 판매를 보이면서 한때 제네시스 판매량을 뛰어넘기도 했는데 그 이유도 운전하는 재미와 스포티한 주행성능이 꼽혔다. 

이번에 미국 시장에 내놓는 쏘나타 N라인은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2.5 터보엔진과 8단 습식 듀얼 클러치 변속를 조합해 엔진 최고출력을 290마력, 최대도크는 43.0㎏·m로 끌어올렸다. 기존 쏘나타의 엔진 최고출력이 160~180마력인 것과 비교하면 대폭 상향됐다고 할 수 있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6.5초로 런치 컨트롤 기능을 사용하면 6.2초까지 줄여 역대 쏘나타 가운데 가장 우수한 엔진을 탑재했을 뿐 아니라 스포츠세단이 보유한 역량까지 갖춘 셈이다.

연비도 19인치 타이어를 기준으로 리터당 11.1km로 합리적 소비자들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쏘나타 N라인에는 주행 중 변속기 단을 낮출 때 순간적으로 엔진회전 수를 조정해 변속을 부드럽게 하고 빠른 재가속을 할 수 있는 '레브 매칭'과 드라이빙 감성을 끌어올리는 '실내 가상 엔진 사운드', 변속할 때 가속감을 강화한 'N 파워 쉬프트' 등의 재미있는 운전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출 수 있는 기능이 대거 포함됐다.

디자인에서도 기존 쏘나타보다 젊고 스포티한 감각을 녹였다.

전면부에는 N 라인 전용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 그릴을 적용하고 프론트 윙에는 차량의 스탠스를 잡아주며 스포티함을 강조했다. 후면부에는 듀얼 트윈팁 머플러를 적용하고 공기역학적으로 설계된 스포일러가 조화를 이뤄 고성능 이미지를 강조했다.

현대차는 쏘나타 N라인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면 뒤이어 아반떼 N라인과 투싼 N라인 등 모두 7종의 N 상품 포토폴리오를 내놓을 계획을 세웠다. 

미국에서 쏘나타는 현대차의 미국 진출 역사에서 상징적 존재인 만큼 고성능 N라인 모델도 쏘나타를 발판으로 미국 소비자를 공략해 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1986년 1월 소형차 엑셀을 수출하며 미국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지만 미국에서 현대차의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쏘나타로 평가된다. 1988년 12월 시장에 출시된 2세대 쏘나타는 뛰어난 '가성비'로 인지도를 쌓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 N라인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현재 미국 법인에서 출시일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