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냈다.

정주영 명예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24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이 전 대통령은 여유가 넘쳐났다.

이 전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 100주년 탄생 누구보다 축하한다”며 “젊은시절 정 명예회장 생전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오늘 축사가 어색하고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일할 때 회장님이 ‘나는 재벌 총수가 아니야 부유한 노동자야’ 이렇게 말하던 걸 생생하게 기억한다”면서 “회장님은 세계적 기업 총수였지만 늘 현장을 중시하는 현장 책임자 자세로 일을 해왔다”고 회고했다.

이 전 대통령은 중간중간 감회에 젖은 듯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좌절하고 죽기까지 하는 젊은이들에게 아산의 젊은 시절이 큰 용기 줄 것”이라면서 “어느 시대든 어려움이 있는데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던 아산 정신이 시대를 초월해 젊은이에게 메시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의 축하 인사말이 끝나자 정몽구 회장은 직접 일어나 자리로 돌아오는 이 전 대통령을 맞았다.

이 전 대통령에 앞서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기념사업위원장 자격으로 단상에 올랐다.

그는 “황무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서 처음부터 중후장대형 생산기업으로 사업을 펼쳤고, 가장 먼저 해외시장을 개척한 한국 경제의 선구자가 바로 아산”이라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불굴의 도전을 계속해 온 아산의 의지는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좌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몽구 회장은 마지막으로 단상에 올랐다.

정 회장은 천천히 무대에 올라 관객을 향해 인사한 뒤 차분하게 인사말을 읽어 내려갔다.

정 회장은 “선친은 일생 동안 조국 근대화와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면서 “불모의 땅에서 자동차, 건설, 중공업 등 국가 기간산업을 일구어 내고 누구보다 먼저 해외시장을 개척해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초석을 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친이 이루신 필생의 업적들을 되돌아 보니 다시 한번 깊은 감회와 더불어 무한한 존경과 그리움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 “자손들은 선친의 뜻과 가르침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인사말을 마치고 한동안 무대 아래로 내려가지 앉고 객석에 여러 차례 고개를 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