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보안검색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기존 정규직노조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 설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존 정규직노조는 보안검색노동자의 수가 더 많아 교섭권을 빼앗겨 임금이 감소할 수 있다고 불안해 하는데 구 사장이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오늘Who]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정규직노조 교섭권 불안 덜기 힘겨워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22일 인천광역시 중구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여객보안검색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직접 고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노조에 따르면 보안검색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와 관련해 노사 사이 신뢰를 깼다는 이유로 구본환 사장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노조, 보안검색노조, 사측이 2017년부터 3년 동안 힘겹게 조율했던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방안을 구본환 사장이 최근에 일방적으로 엎으며 직접고용을 발표했다”며 “장기간 공을 들인 노사합의가 엎어졌다는 점에서 구본환 사장 퇴진운동을 벌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정규직직원들이 이번 직접고용을 거세게 반대하는 것을 두고 보안검색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이 마무리 뒤 교섭권 확보 등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이라면 노동조합은 ‘교섭대표 노동조합’을 정해서 회사와 교섭을 해야한다.

노조 사이에 협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정할 수도 있지만 합의를 하지 못하면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교섭대표 노동조합이 되도록 규정돼 있다. 

현재 기존 정규직노조원은 모두 1300여 명인 반면 새로 전환되는 보안검색 노조원은 모두 1700여 명이다. 새로 전환되는 보안검색노동자들의 수가 훨씬 많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존 정규직노조가 교섭권을 뺏길 수 있다. 

하지만 한 회사에 복수의 노동조합이 있을 때 회사가 개별교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각각의 노조와 개별교섭을 벌일 수 있다. 

회사가 개별교섭권을 인정하지 않으면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해 개별교섭권을 확보하는 방안도 있지만 불확실성이 커진다.

구본환 사장이 과반수 이하인 기존 정규직노조의 교섭권을 별도로 보장해줘야 분쟁 없이 교섭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보안검색노조가 주도권을 쥐게 됐을 때 기존 정규직직원들의 임금이나 복지혜택이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기존 정규직직원들은 우려하고 있다. 

지금 결정되는 임금은 일반정규직과 보안검색노동자 차이가 있지만 공공기관의 임금은 보통 총액인건비로 정해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복지혜택과 임금 인상폭을 결정할 때 기존 정규직직원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노조 관계자는 “한정된 파이 안에서 근로조건 등을 결정해야하는 상황에서 기존보다 인력이 대거 늘어 임금 등 근로조건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면 공공기관의 총액인건비를 늘려야 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면 정부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김상훈 미래통합당 의원은 공공기관들의 대규모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두고 5일 보도자료를 통해 “공공기관 총액인건비제도로 인건비 한도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의 직고용 정규직화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면 청년들의 신규채용 역시 줄어들 우려가 있다“며 “결국 총액인건비를 높일 수밖에 없어 국민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아직 노조 교섭권 등과 관련해 결정된 내용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보안검색노동자들이 용역업체와 계약이 끝나 1일자로 자회사에 임시편제됐으며 계획대로 직접고용을 추진하고 있다”며 “노조 교섭권 등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