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가 이동통신사와 손잡고 모바일뱅킹과 핀테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협업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도 신한은행이 SK텔레콤 및 LG유플러스와 맺은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분야에서 역량을 키우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협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한금융,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동맹해 '데이터 연합군' 세우나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8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국내 통신사와 신한금융 계열사 사이 다양한 협업이 진행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5월 말 신한금융 IT계열사 신한DS와 손잡고 신한금융그룹 계열사가 활용하는 고객 대상 메시지 서비스를 개발한 뒤 이를 기반으로 함께 대외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신한은행도 이전부터 LG유플러스와 빅데이터 기술 공동개발을 진행하며 새 사업모델을 발굴하는 협약을 맺었고 SK텔레콤은 신한은행과 제휴상품 출시를 위해 손을 잡은 적이 있다.

하지만 다른 대형 금융지주사가 모두 그룹 차원에서 통신사와 포괄적 협력을 맺고 신사업을 준비하는 점과 비교하면 신한금융의 통신사 협업 노력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최근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과 만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분야에서 신사업을 찾는 데 협력하는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그룹은 LG유플러스 지원을 받아 알뜰폰사업 '리브엠'을 운영하고 있으며 하나금융그룹은 SK텔레콤과 핀테크기업 '핀크'를 합작으로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경쟁 금융그룹이 일제히 통신사와 여러 분야에서 공동으로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는 만큼 신한금융도 이른 시일에 통신사와 협력을 확대하는 데 속도를 낼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그룹의 새 먹거리로 강조하는 데이터 기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야에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협업이 추진될 공산이 크다.

디지털금융 분야 핵심기술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발전에는 대량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통신사는 국내 소비자가 이동하는 경로나 주로 모이는 지역, 지도와 교통정보, 콘텐츠 이용 행태 등에 관련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금융회사가 보유한 소득과 소비 등 정보를 이와 결합하면 훨씬 더 정확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금융상품 설계나 신용평가 등 데이터 기반 신사업에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조 회장은 쇼핑과 통신 등 소비자 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를 신한금융 계열사 금융서비스와 연계하는 생활금융 플랫폼 강화도 중요한 목표로 앞세우고 있다.

결국 신한금융과 통신사 사이 협업은 조 회장이 중장기 관점에서 반드시 추진할 목표로 꼽힌다.

신한은행이 이런 상황에 맞춰 최근 통신사와 신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신한금융이 이를 바탕으로 그룹 차원의 협력 기회를 활발히 찾으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은 자체적으로 보유한 금융소비자 데이터를 LG유플러스 데이터와 공유해 빅데이터 기술을 공동개발한 뒤 마케팅서비스 제공 등에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LG유플러스와 과거에 빅데이터 분야에서 큰 틀의 협력을 약속했던 만큼 앞으로 세부적 내용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신한은행은 함께 소상공인을 위한 서비스를 운영해 영업 관리를 돕는 한편 소상공인 매출과 같은 데이터를 확보해 다른 사업에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이 통신사와 협력을 그룹 차원까지 확장한다면 신한카드와 신한생명 등 빅데이터 역량을 갖춘 다른 계열사도 적극적으로 사업 가능성을 논의하려 할 공산이 크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도 순이익 기준 국내 1위 금융그룹인 신한금융이 협력을 제안한다면 긍정적으로 화답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신한금융 관계자는 "계열사 차원에서 서비스를 위해 통신사와 협력하고 있지만 현재 그룹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협업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