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이 구조조정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단기적 실적 개선을 염두에 두고 조급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보다는 분명한 중장기 비전을 그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17일 증권가 전망을 종합하면 LG디스플레이는 2019년은 물론 2020년에도 적자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LG디스플레이 구원투수로 정호영 사장이 낙점된 후 실적 전망을 낸 10곳의 증권사 가운데 절반인 5곳이 2020년 LG디스플레이의 적자를 예상했다. 일부는 기존 흑자전환 전망을 뒤집기도 했다.
정 사장이 LG디스플레이에서 LCD 관련 인력과 조직을 축소하고 LCD 라인을 올레드로 전환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여겨진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LCD 패널 가격과 구조조정 변수로 LG디스플레이 실적은 크게 부진할 것”이라며 “올레드사업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디스플레이업계는 LCD업황 둔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온 만큼 올레드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기까지 수익 공백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레드 수익을 확보하기까지 LCD가 1~2년은 버틸 것으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LCD가 수익을 내는 시점이 짧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사장은 단기간에 실적을 끌어올리도록 직원들을 재촉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그는 회사의 역량을 끌어올리도록 직원들을 독려하면서 세계 1등 디스플레이 회사의 위상을 회복한다는 큰 그림을 제시했다.
정 사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당면 과제를 속도감 있고 강도 높게 추진해 나가지 못한다면 머지 않아 회사의 생존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현상황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최우선 과제로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혁신과 함께 대형 올레드 패널의 확실한 수익기반 확보를 꼽았다.
LG디스플레이의 사업구조가 LCD에서 올레드로 급격하게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형 올레드사업에서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수익의 기반을 갖춰나가는 데 초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중소형 올레드사업을 정상화하는 점도 과제로 꼽았다. 사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중소형 올레드 사업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는데 이를 부인한 것이다.
이 역시 당장의 실적에 연연하기보다 멀리 보고 사업의 역량을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 사장은 LG그룹을 대표하는 재무 전문가가 가운데 한 명으로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LG화학 등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했다. 그때마다 그는 단기 성과에 연연하기보다 중장기 실적기반을 닦는데 힘을 쏟아 왔다.
LG디스플레이 시절에는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에도 6세대 저온폴리실리콘(LTPS) 라인 전환투자를 이끌었고 LG생활건강에서는 CNP코스메틱스, R&Y코퍼레이션 등의 인수합병을 주도했다.
LG화학에서도 팜한농 인수, LG생명과학 합병, 전지사업 투자 등을 지휘하며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회사의 비전을 설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기조는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를 맡은 뒤에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이 재무 전문가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단기 실적 반등이 정 사장의 역할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정 사장이 내놓을 장기 비전에도 시선이 모이고 있다. 정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늦어도 연말 이전까지 중장기 사업로드맵과 장기 비전을 명확히 마무리해서 공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