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의 이자율이 낮아지면 차주들의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송상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9일 ‘통화정책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 차입자 현금흐름 경로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한국은행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떨어지면 소비 늘어나는 효과 있어”

▲ 한국은행 로고.


이번 연구는 확장적 통화정책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하락이 주택담보대출 차입자의 소비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실증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가계부채 수준이 높은 한국의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차입자 현금흐름경로(’borrower‘ cash flow channel)’가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아직까지 관련된 연구가 없었다.

송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상환액 감소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차입자의 소비 증가로 이어졌다”며 “이는 우리나라에서 통화정책의 차입자 현금흐름 경로가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결론 냈다.

연구에 활용된 자료는 2011년 3분기부터 2017년 3분기까지 한국은행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에 존재하는 주택담보대출 차입자 가운데 표본선택 과정을 통해 추출한 10만6236명이다.

주택담보대출 차입자 소비의 대리변수인 신용카드 이용액을 종속변수, 주택담보대출 차입자의 대출금리 및 이자상환액, 소득, 신용카드 한도, 신용점수 등을 독립변수로 삼아 분석을 수행했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금리 하락이 변동금리 차입자의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차입자의 소득, 유동성, 신용 접근성, 부채 수준에 따라 다르게 조사됐다.

소득이 높은 차입자일수록 이자상환액 변화가 소비 주는 영향이 적었다.

유동성에 여유가 있는 소비자일수록 이자상환액 변화에 따른 한계소비성향이 낮게 나타났다. 한계소득성향이란 추가 소득 가운데 저축되지 않고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로 한계성향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전체 소득 가운데 소비 비중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

신용접근성이 양호한 차입자 일수록 이자상환액 감소 때 소비에 주는 영향이 적었다. 신용점수가 낮고 제2금융권 대출을 보유한 차입자는 이자상환액 변화에 따른 한계소비성향이 높게 조사됐다.

차입자가 많은 부채를 지고 있을수록 이자상환액이 감소하면 소비보다는 원금 상환에 적극적 태도를 보였다.

특히 부채가 많은 차입자가 보이는 원금 상환 선호경향은 유동성이나 신용접근성 등 다른 변수보다 더 소비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송 연구위원은 “차입자의 부채수준에 따른 원금상환 우선 경향과 우리나라의 높은 부채 수준은 확장적 통화정책의 현금흐름 경로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며 “금리 하락이 오랜 기간 계속되면 고정금리 차입자들의 대환대출도 확장적 통화정책의 현금흐름 경로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추가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